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작성 중인 핵태세검토보고서(NPR·Nuclear Posture Review)에 ‘핵 선제 불사용(No first use)’ 원칙을 채택할 가능성이 제기되자 우리 정부가 한반도 안보에 미칠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대응 방향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1일 “우리 정부는 무엇보다 한미 연합방위태세와 실질적인 대북 억지력이 유지되는 게 중요하다”면서 “이에 문제가 생긴다면 미국에 문제 제기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군 소식통은 “핵 선제 불사용 원칙 등이 채택된 NPR를 적용할 경우 북한은 미국의 선제 핵 공격이나 핵 보복을 걱정하지 않고서 대남 핵 공격이 가능하다는 논리가 성립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 軍 안팎 “핵 선제 불사용, 北은 예외로 해야”
NPR는 향후 미국의 핵정책과 핵전략 수립을 위한 ‘가이드라인’이다. 핵 선제 불사용 원칙은 자국의 핵무기를 ‘보복용(제2격·second strike)’으로만 사용한다는 의미다. ’핵 공격을 당하지 않는 한 먼저 핵을 쓰지 않겠다’는 약속인 셈이다.
더욱이 바이든 행정부가 미 본토 방어를 위한 ‘단일 목적(sole purpose)’으로 핵을 사용하는 방안을 NPR에 담을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오자 한국과 일본, 유럽 등 동맹국들 사이에선 미국의 핵우산을 비롯한 확장억제(Extended Deterrence)가 약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과거 버락 오마바 행정부도 우발적 핵전쟁 방지를 명분으로 NPR에 핵 선제 불사용 원칙을 명기하려다 미 국무부와 국방부, 동맹국들의 반발로 물러선 바 있다.
이 때문에 만약 바이든 행정부가 핵 선제 불사용 원칙 등이 포함된 NPR를 강행할 경우 핵무력 고도화에 주력해 온 북한은 예외로 둘 것을 미국에 강력히 요구해야 한다는 주장이 군 안팎에서 나온다. 1993년 핵확산방지조약(NPR) 탈퇴 이후 6차례의 핵실험과 핵물질 양산, 투발수단(미사일) 개발 등 핵위협을 꾸준히 증강해 온 북한만큼은 ‘핵 선제 타격’ 대상에서 제외시켜선 안 된다는 얘기다.
○ “전술핵 재반입 등 미국에 요구해야” 주장도
미국이 이를 거부할 경우 대한(對韓) 확장억제의 실효성을 대폭 강화하는 방안이 강구돼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김태우 전 통일연구원장은 “전술핵 재반입이나 핵무기를 장착한 전략핵잠수함(SSBN)을 비롯한 미 전략무기의 한반도 인근 상시 배치를 미국에 적극 요구해 관철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통해 북한의 핵도발을 보다 확실히 억지하고, 한국을 핵으로 공격하는 즉시 제2격을 당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자체 핵무장론도 거론되지만 미국의 비확산 정책에 정면 배치되고, 한미동맹의 파기를 감수하지 않은 한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지적이 많다.
미국 행정부 내부에서도 선제 핵 불사용과 단일 목적 원칙을 NPR에 명시하는 것에 대해 격렬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 방위에서 핵의 역할을 줄여야 한다는 의견과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팽팽하다는 것. 동맹국 우려뿐 아니라 미국 내부에서도 넘어야 할 것들이 많다는 뜻이다.
정부 관계자는 “동맹국이 불안에 처하는 상황은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 방향성과 맞지 않는다”면서 “미국 내부 토의 과정을 지켜보면서 전체적으로 판단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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