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별세한 노태우 전 대통령에게 조전을 보냈지만 정부가 이를 뒤늦게 유족 측에 전달했고, 이 과정에서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의 ‘요청’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2일 뉴스1이 복수의 외교 소식통을 통해 확인한 결과, 시 주석은 지난달 29일 우리 정부에 조전을 보냈다.
조전에는 “노 전 대통령이 한중 수교와 양국 파트너십에 기여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청와대와 외교부는 장례절차가 끝난 지난달 30일까지 조전을 유족 측에 전달하지 않았다.
한 국가 정상이 보내온 조전은 상대국 국가 정상 명의로 돼있어 조전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달하는 게 국가 의전상 우선이기때문에 유족 측에 조문 전달이 지연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싱하이밍 대사는 시 주석의 조전 발송 소식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지 않자, 우리 정부에 곧바로 ‘왜 공개가 되지 않느냐’며 문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는 ‘일부 국가에서 조전 발송 사실이 공개되는 것을 원하는 경우도 있다’고 판단해 지난 1일 보도자료를 통해 관련 사실을 전한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는 당시 보도자료에서 중국과 일본, 태국, 쿠웨이트, 바레인, 헝가리, 과테말라, 몰디브, 세이셀, 가봉 등 10개국 정상들로부터 조전을 접수한 사실을 공개했다.
외교부는 지난 2015년 11월 김영삼 전 대통령이 별세했을 때에는 타국 정상의 조전 발송 사실을 보도자료 형식으로 공개한 바 없다.
주한 중국대사관 측은 “양측과 관련된 일이라서 한국 외교부에 문의해 달라”며 싱 대사가 우리 정부에 보도가 안 되는 배경을 문의했다는 소식에 대해서는 “확인해드릴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노 전 대통령은 재임 중인 1980년대 말 공산권 붕괴가 가시화되자 ‘북방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친 바 있다. 이를 통해 1990년 10월 소련과, 1992년 8월에는 중국과 국교를 수립했다.
싱 대사는 지난달 28일 서울대병원에 마련된 노 전 대통령의 빈소를 찾아 “노 전 대통령은 중국의 오랜 친구”라며 “중한 수교와 대만 단교를 결단했고 그 업적은 지금도 양국 국민들에게 의의를 갖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한중 수교의 이면에는 한국과 대만 간 단교의 역사가 있다. 대만은 우리 정부가 단교 계획을 전달하자 1992년 8월23일 우리와의 단교를 선언했다. 이튿날 한국과 중국은 국교를 수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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