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의 대선 출마로 야권 단일화 논의가 불가피해지면서 국민의힘의 셈법도 복잡해지고 있다. 내년 대선에서 여야가 초박빙의 승부를 펼치는 과정에서 안 대표가 캐스팅보트를 쥐게 되면 안 대표와 치열한 수싸움을 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대선 주자들은 저마다 다른 방식의 해법을 제시하고 나섰다.
홍준표 의원은 1일 CBS 라디오에서 “세력 대 세력이 연대를 해서 공동정부를 창출할 수 있다”며 1997년 대선 당시 ‘DJP연합’ 모델을 거론해 적극적으로 구애에 나섰다. 새정치국민회의 김대중 후보가 충청권을 기반으로 하는 자유민주연합 김종필 전 총재에게 공동 정부와 총리직을 제안하며 연대해 정권교체에 성공했던 것처럼 단순한 단일화가 아닌 연정 수준의 연대를 안 대표에게 제안한 것.
반면 유승민 전 의원과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는 연정이나 통합 대신 후보 간 단일화에 방점을 찍고 있다. 유 전 의원은 2일 CBS 라디오에서 “안 대표가 원하는 어지간한 조건은 다 들어줄 수 있다”면서도 “공동 정부를 하기엔 안 대표 쪽 세력이 너무 없어 DJP연대 방식 보다는 단일화가 맞다”고 말했다. 호남·충청 세력이 연대했던 DJP연합과 지금 상황을 비교할 수 없다는 것. 원 전 지사도 1일 KBS 라디오에서 “(안 대표가) 단일화를 안 할 명분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 대표는 2일 CBS 라디오에서 “정권교체를 위해 제1야당 후보가 되는 분이 양보해준다면 압도적인 정권교체가 가능할 것”이라며 “제1야당 후보가 (대선에) 승리한다면 신적폐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국민의힘 주자들의 러브콜을 일축했다. 공동 정부를 구성하는 ‘DJP연합’에 대해선 “사회 각계각층의 능력 있는 전문가를 모았던 (프랑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 같은 모델을 생각하고 있다”며 여지를 열어놓았다. 하지만 주변 세력 없이 당선됐던 마크롱처럼 안 대표가 자신을 중심으로 연대해야 한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국민의힘 내에서도 안 대표와의 단일화를 변수가 아닌 상수로 받아들이며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김재원 최고위원은 이날 MBC 라디오에서 “안 대표 자존심을 긁어서 우리가 화를 키웠다”며 “단일화에 응할 생각 없이 완주할 것으로 본다. 어떤 접근도 함부로 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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