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는 ‘주적’이 아니라는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의 발언은 북한 내부의 변화를 보여준다는 분석이 나왔다. 사회 구성원 세대가 변했고, 군의 위상 약화로도 볼 수 있다는 해석이다.
고재홍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2일 발표한 ‘북한 주적개념의 변화 배경과 전망’ 보고서에서 김 총비서의 발언은 전통적으로 주적 개념이 없던 북한에서 ‘실질적인 주적 개념’을 수정한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고 연구위원은 주적 발언은 북한 주민과 군인들에게 전달됐다는 점에서 대내적 배경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그중 하나는 북한사회 및 북한군을 구성하는 세대의 변화”이고 “이는 북한 현실에서 미국이나 한국을 주적으로 삼는 것이 비현실화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한국전쟁 경험으로 한국군과 미군을 주적으로 인지할만한 북한 주민은 10만 명 정도에 불과하고, 북한군도 ‘고난의 행군’을 겪으며 한미보다는 경제적 어려움, 고된 훈련과 싸워왔다는 설명이다. 그는 “현재의 시점에서 경험적으로 한미에 적대감을 가지고 있는 북한 세대는 더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평화를 위한 그 어떤 대외적인 우리의 노력이 절대로 자위권 포기는 아닙니다’라는 김 총비서의 발언은 “한미와의 협상에 대해 우려를 가지고 있는 북한 내 특정세력을 향한 메시지라고 해석할 수 있을 것”이라며 그 경우 “주적개념 수정은 유화적 제스쳐 수준을 넘어 한미와의 협상을 희구하는 의지의 표출이라고 평가할 수도 있다”라고 했다.
고 연구위원은 또 김 총비서의 “주적 개념 변화와 평화노력은 북한 내부의 다른 변화와도 관련이 있을 수 있다”며 “그중 하나가 북한군의 위상 약화”라고 봤다. “김정은 시대 들어 북한군의 위상이 지속적으로 약화되지 않았더라면 주적개념의 변화도 이루어지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풀이다.
고 연구위원은 군의 위상 약화는 북한에 Δ합리적인 대화전술의 사용 가능성 Δ최고지도자 개인의 정책결정권 확대 Δ대남 유화정책 구사 가능성 등의 기회를 준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점들을 고려하면 북한은 대화 선결조건으로 제시한 이중기준 및 대북적대시 정책이 철회되지 않더라도 “이를 충분히 주지시켰다고 평가할 경우 한미와의 평화 관련 대화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라고 판단했다.
다만 고 연구위원은 별도의 보고서에서 북한이 향후에도 한반도 정세를 고려하면서 신형 무기 시험을 계속할 가능성도 크다고 전망했다. 그는 북한이 김정일 생일 80주년, 김일성 생일 110주년이 있는 내년 초 ‘위성로켓발사’를 고려하는 경우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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