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연일 대립각을 세우면서 민주·진보 진영의 단일화 가능성이 낮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과거 범진보권의 테두리 안에서 정책적 협력을 했던 것과 달리 각자 독자노선 의지를 확고히 하는 중이기 때문이다.
범보수권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현재 강경한 입장이지만, 그의 과거 행보를 볼 때 이번 대선에서도 국민의힘과의 단일화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긴 어렵다. 정권교체론이 정권유지론을 압도하는 상황에서 만약 범보수권의 단일화까지 성사될 경우 이 후보와 민주당 입장에서는 더욱 힘겨운 싸움을 해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심 후보는 4일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인 김만배씨와 천화동인 4호 소유주인 남욱 변호사가 구속된 것과 관련해 “이 후보의 결자해지를 촉구한다. 떳떳하다면 특검을 수용해야 한다”며 공세를 폈다.
심 후보는 전날(3일) 기자간담회에서도 “심상정이 있는 이번 대선은 최소한 3자 박빙대결로 끝까지 가게 될 것이라고 분명히 말씀드린다. 심상정으로 정권교체하겠다”며 단일화 가능성을 일축했다.
이어 “진보와 보수의 대결은 유통기한이 끝났다. 거대 양당은 34년간 번갈아 권력을 잡으며 어느새 기득권과 한 몸이 됐다”며 “민주당은 가짜 진보임이 드러났고, 국민의힘 후보들은 극우 포퓰리즘 공약과 망언, 막말을 쏟아내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심 후보가 국민의힘뿐 아니라 민주당과도 분명하게 선을 그으면서 범진보권의 대선 후보 단일화 가능성은 사실상 희박해졌다. 과거 공방을 벌이면서도 양당이 보수진영을 상대로 한목소리를 냈던 것과 비교하면 사뭇 다른 분위기다.
심 후보 측 관계자는 “어제 송영길 민주당 대표가 ‘같이 추구해야 할 것이 크다고 한다면 연합이 가능하기 때문에 열린 자세로 보려고 한다’고 발언했지만 신뢰를 느끼기 힘들다”며 “중대재해처벌법 입법, 선거법 개정 등 과정에서 보여준 민주당의 행동이 우리의 가치와 맞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원칙적으로는 문을 열어놓고 있지만, 실제 단일화 가능성은 높지 않으리라는 전망이 나온다.
당 관계자는 “지금 분위기로 볼 때는 정의당과의 단일화 가능성을 배제하고 선거 전략을 세우는 것이 조금 더 합리적이긴 하다”며 “다만 국민의힘과 안철수 대표도 서로 대립각을 세우고 있어서, 그쪽도 단일화 과정이 순탄하진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여기에 만약 안 대표와 국민의힘이 극적으로 단일화에 성공한다면, 민주당은 더욱 힘겨운 싸움을 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안 대표가 대선 완주 의지를 강력히 피력하고 있으나, 지난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만 하더라도 국민의힘과 단일화에 합의한 바 있다.
김 위원장은 전날 오전 국회에서 송영길 민주당 대표를 예방한 후 “제가 작년 총선, 올해 서울시장 보궐선거, 대선 경선 레이스를 민주당과 국민의힘으로부터 다 권유받았다. 제가 전부 거절했는데 완주하지 않을 생각이라면, 편한 길을 가려고 했더라면 그런 제의를 수락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후보도 민주·진보 진영이 하나로 뭉쳐야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열린민주당에 손을 내밀기도 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정의당 입장에서 보면 ‘민주당 2중대’ 소리까지 들어가면서 공수처법과 공직선거법을 개정하는데 공조했는데 민주당이 이른바 ‘위성 정당’을 만드는 바람에 21대 국회 의석수도 늘리지 못했다”며 “그때의 배신감이 굉장히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제 ‘진보를 위해’(단일화)라는 대의명분은 정의당에 먹히지 않는다”며 “지금 정권교체론이 유지론보다 압도적인데, 범보수권이 단일화를 안하고 범진보권이 단일화를 한다고 해서 진보 진영이 이긴다는 판단이 들기도 힘든 상황이다. 정의당은 단일화보다는 명분을 챙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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