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집권 민주당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취임 후 10개월 만에 치러진 주요 지방선거에서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이에 바이든 대통령이 국내 정치적으로 수세에 몰리면서 상대적으로 북한을 포함한 외교문제엔 역량을 쏟기가 힘들어지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2일(현지시간) 치러진 미 지방선거 개표 결과, 민주당은 ‘텃밭’인 버지니아주에서 주지사 자리를 공화당에 내주고 말았다. 같은 날 치러진 뉴저지 주지사 선거에선 개표 결과 초박빙 승부 끝에 민주당 후보가 승리하긴 했지만, 이곳 역시 당초 민주당의 낙승이 점쳐졌던 곳이란 점에서 내년 11월 중간 선거를 앞둔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에 불안감이 엄습해오고 있다.
현재 미 상원은 민주당과 공화당이 50대 50 동석이고, 하원인 민주당 218석으로 공화당(212석)으로 6석 많다. 이 때문에 만일 내년 중간선거에서 상·하원 중 어느 쪽에서든 공화당에 다수당 지위를 차지한다면 바이든 대통령의 남은 임기 동안 국정운영 동력이 크게 약화될 것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바이든 대통령이 당분간 내치에 집중할 것으로 보고 있다. 상대적으로 미국민들의 관심도가 떨어지는 대외정책보다는 인프라·사회복지 예산안의 의회 통과 등 당면한 현안에 우선순위를 둘 가능성이 크단 얘기다.
바이든 대통령도 3일 버지니아주지사 선거결과와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 “유권자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부터 교육, 일자리, 기름 값 등 모든 문제들에 대해 속상해하고 불확실해 하고 있다”며 의회의 인프라·사회복지 예산안 처리를 위한 초당적 협력을 촉구했다.
이에 대해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위기에 처한 바이든 대통령이 앞으로 국내 문제에 집중하며 대외정책도 중산층을 위한 방향으로 틀 수가 있다”며 “예를 들어 ‘미국산을 사라’ 등 공급망 재편에 더 적극성을 띨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박 교수는 “이 경우 북한 문제에 대한 바이든 정부의 관심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재임 시절 불붙는 듯 했던 북한 비핵화 협상은 2019년 10월 스웨덴에서 진행된 북미 실무협상이 결렬된 이후 2년 넘게 중단된 상황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그동안 북한과의 ‘조건 없는 대화 재개’ 의사를 밝혀왔지만, 북한은 한미 양국을 향해 ‘대북 적대시 정책 및 2중 기준 철회’를 대화 재개의 선결조건으로 제시해놓은 상태다.
이런 가운데 우리 정부는 한국전쟁(6·25전쟁) 종전선언을 북한과의 대화 재개 ‘마중물’로 삼고자 미국 등 당사국들을 상대로 한 설득 작업을 벌이고 있지만, “종전선언이 불러올 수 있는 여러 파장들 때문에 미국 측이 주저하고 있다”는 게 국내외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일각에선 “북한이 먼저 ‘조건 없는 대화’에 응하지 않는 한 바이든 정부는 ‘현상 유지’를 택하려 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바이든 정부가 국내 문제에 집중하게 될 경우엔 그럴 가능성이 더 커진다.
이와 관련 박 교수는 “바이든 대통령은 버락 오바마 정부에서 부통령 등을 지내며 북한을 충분히 경험했다. 북한문제 해결이 어렵다는 걸 너무 잘 알고 있다”면서 “게다가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고려할 때 ‘인풋’ 대비 ‘아웃풋’이 거의 없는 사안엔 에너지를 쓰지 않으려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북미 간 대화가 단절된 상황이 앞으로도 상당 기간 계속될 가능성이 있단 얘기다.
박 교수는 “반면, 북한은 바이든 대통령이 어려움에 처한 현 상황을 오히려 ‘호기’라고 판단할 수도 있다. 최악의 경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를 재개하며 ‘레드라인’(한계선)을 넘을 가능성도 있다”며 “그럴 경우 바이든 대통령은 공화당의 비판에 직면하게 될 수밖에 없게 되기 때문에 당분간 상황 관리에 집중할 공산이 크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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