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본선 첫발부터 고민에 빠졌다.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을 사령탑으로 하는 ‘윤석열 선대위’ 밑그림을 그리자마자, 홍준표 의원이 사실상 ‘불참 선언’을 하면서 원팀 기조에 적신호가 켜졌다.
‘김종인·홍준표’는 윤 후보에게 누구 하나 놓칠 수 없는 카드이지만, 둘은 정치권의 대표적인 ‘앙숙’(怏宿)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의 맞수대결이 본격화하기도 전에 ‘내부 봉합’이 실질적인 과제로 떠올랐다.
8일 야권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전날 김종인 전 위원장의 선거대책위원회 영입 소식과 홍준표 의원의 대선 불참 소식을 동시에 받아 들었다.
발단은 ‘김종인 영입설’이었다. 야권 관계자는 뉴스1과의 통화에서 “윤석열 후보와 이준석 대표가 이달 안으로 김 전 위원장을 총괄선대위원장으로 영입하는 방안에 공감대를 이뤘다”며 “김 전 위원장도 동의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윤 후보와 이 대표는 지난 6일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오찬 회동을 갖고 선대위 구성과 당무 전반에 대해 논의했다. 김 전 위원장은 이르면 15일 출판기념회를 마친 뒤 20일 전후로 총괄선대위원장직을 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홍 의원은 해당 보도가 나오자 페이스북을 통해 “이번 대선에서 저의 역할은 전당대회장에서 이미 밝힌 대로 거기까지”라며 “사상 최초로 검찰이 주도하는 비리 의혹 대선에는 참여할 생각이 없다”고 폭탄선언을 했다.
홍 의원은 지난 5일 국민의힘 본경선 탈락 직후 “이번 경선에서 마지막까지 치열하게 국민들의 관심을 끌어줬다는 역할이 제 역할”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이번 대선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한 것은 처음이다. 공개적으로 ‘선대위 불참’을 선언한 셈이다.
야권에서는 홍 의원이 선대위 합류를 거부한 원인 중 하나로 ‘김종인 영입설’을 지목한다. 둘은 1993년 동화은행 비자금 사건으로 악연이 깊은 사이다. 김 전 위원장이 무소속이었던 홍준표 의원의 복당을 반대하면서 감정의 골은 더 악화한 상황이다. 김 전 위원장이 경선 단계에서 윤 후보를 옹호하자, 홍 의원은 “또 한분의 도사가 나왔다”며 불쾌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김 전 위원장이 총괄위원장직을 맡을 경우 ‘전권’(全權)을 행사하게 되는 점도 홍 의원의 합류를 막는 요인이다. 선거 전략부터 정책, 메시지, 인선 등 실무 전반이 김 전 위원장을 중심으로 이뤄지면 홍 의원이 선대위에 합류하더라도 ‘정치적 존재감’은 상당 부분 희석될 수밖에 없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김 전 위원장이 총괄선대위원장에 앉으면 홍준표 의원은 물론 유승민, 원희룡 등 경선 후보들과 이준석 대표조차 정치적 존재감이 지워질 수밖에 없다”며 “홍준표 의원의 메시지는 ‘김종인이 오면 선대위 합류는 없다’는 일종의 경고를 날린 것”이라고 풀이했다.
홍 의원이 ‘불참 선언’을 하자 윤 후보는 서둘러 ‘홍준표 달래기’에 나섰다. 그는 이날 오전 페이스북에 “홍 선배님의 짧은 메시지는 저의 수락 연설보다 훨씬 빛났다”며 “이제 우리는 정권교체를 위한 깐부”라고 적었다. 홍 후보가 페이스북 글을 올린 지 35분 만이었다.
윤 후보는 홍 의원을 깍듯하게 ‘선배님’으로 높이면서 “정권교체 대의를 위해 홍준표 선배님과 다른 두 후보님이 보여준 원팀 정신”을 강조했다. 하지만 홍 의원 측은 “본경선이 끝난 지 이틀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윤석열 캠프가 압박을 하는 것이냐”며 불쾌감을 드러내고 있다.
정치권은 윤 후보가 김 전 위원장을 총괄위원장으로 하는 선대위 출범을 준비하는 동시에, 물밑으로 홍 의원을 설득하는 ‘이중 행보’에 집중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윤석열 캠프 관계자는 “윤 후보가 공개 일정을 잡지 않더라도 비공식적으로 홍 의원을 비롯한 세 경선 후보와 직·간접적으로 접촉할 것”이라며 “김종인 위원장이나 홍준표 의원 모두 정권교체를 위해 빠뜨릴 수 없는 소중한 자산인 만큼 공을 들이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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