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대선을 총괄할 선거대책위원회 구성을 둘러싸고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이준석 대표-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간 신경전이 본격화되고 있다. 윤 후보는 측근으로 분류되는 권성동 의원을 비서실장으로 임명하는 등 선대위 구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총괄선거대책위원장으로 거론되는 김 전 위원장은 물론이고 이 대표도 대대적인 ‘인적 물갈이’를 요구하고 나섰다. 이에 윤석열 캠프 내부에서도 반발이 터져 나오는 등 선대위를 둘러싼 힘겨루기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 尹 “대선은 당이 중심이 돼야” 했지만…
윤 후보는 8일 ‘당무 우선권’을 쥔 대선 후보 자격으로 최고위원회의에 처음 참석했다. 그는 “선거가 특정 캠프의 선거가 돼버리면 집권 후에도 유사 독재로 흐를 가능성이 많다”며 “경선은 캠프 중심으로 가더라도 대선은 당이 중심이 되고, 당 밖에 계신 분들에 대해 외연과 지지 기반을 확장하는 선거운동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당 소속 의원들이 참석한 현안보고에서도 윤 후보는 “광흥창팀, 금강팀이다 하는 소수정예 체제의 대통령 선거 운동이란 게 결국 집권 후 소수 측근 인사에 의한 유사 독재로 늘 흐른다”고 했다. 여권의 전·현직 대통령이 소수로 운영했던 대선 캠프를 겨냥하며 자신은 측근으로 당 선대위를 구성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 광흥창팀과 금강팀은 각각 문재인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의 대선 후보 시절 핵심 참모그룹이다.
하지만 윤 후보의 공개 발언과 달리 이 대표는 이날 오전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윤 후보는 그래도 경선캠프 과정 중 어쨌든 승리한 캠프이고 공이 있는 분들을 배제하거나 이런 경우는 없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했다”고 전해 윤 후보와 이견이 있음을 공개했다.
● 김종인 “‘자리사냥꾼’들로는 어렵다”
김 전 위원장과 이 대표는 윤 후보를 향해 선대위 전면 재구성을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김 전 위원장은 이날 채널A 유튜브 계정을 통해 생중계된 신동아 창간 90주년 대담에서 “대선 입후보하는 분들을 보면 공식 후보가 된 다음에 사람이 좀 변하는 성향들이 있다”며 “윤 후보가 (경선에서) 일반 여론조사는 11%포인트 가까이 졌다. 선대위 구성을 냉정하게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윤 후보를 겨냥했다. 특히 “내가 캠프에 모이는 사람들을 가리켜 ‘자리 사냥꾼’이라고 얘기한다”며 “그런 사람들을 제대로 잘 선별 못하면 후보 당선에도 문제 있을 뿐 아니라 당선이 된다 해도 많은 문제를 야기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의 캠프가 자기를 후보 만드는 데 기여했다는 책무감에서 이 캠프를 갖고 대선을 할 수 있다는 판단을 하면 매우 어려워질 것”이라고도 했다. 자신이 선대위에 참여하려면 먼저 물갈이를 해야 한다는 조건을 제시한 것이다.
이 대표도 이날 라디오에서 김 전 위원장의 선대위 합류를 위한 “선결조건”을 거론하면서 “전면 재구성, (기존 인사들이) 자리를 비우는 과정이 있어야 된다. 그 부분에서 후보와 김 전 위원장 간 의견 조율이 필요하다”고 김 전 위원장과 보조를 맞췄다.
● 권성동 비서실장 임명 두고도 당내 논란
이에 윤석열 캠프 김병민 대변인은 이날 오전 MBC 라디오에 출연해 이 대표가 6일 일부 캠프 인사들에 대해 ‘하이에나’라는 표현을 쓴 것을 비판하며 “누군가에게 상처가 되거나 비하 발언이 될 수 있는 용어는 조심스러울 필요가 있다. (윤 후보와 김 전 위원장의 구상은) 궁극적으로 큰 차이는 없다”고 반박했다.
이날 윤 후보가 당내 최측근이자 캠프 좌장인 권성동 의원을 후보 비서실장에 임명한 것을 두고도 당내에선 논란이 오갔다. 윤 후보 측은 “윤 후보가 김 전 위원장의 조언을 절충해 권 의원을 선대위 조직에 기용하지 않고 비서실장에 임명한 것”이라고 했지만, 당내에선 “김 전 위원장과 이 대표의 요구를 윤 후보가 사실상 거부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권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윤 후보는 (내게) 경선에서 우리를 지지하지 않은 분들을 진심으로 모시기 위한 노력을 해달라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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