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추모탑 참배 막힌 尹 “상처받은 분들께 머리 숙여 사과”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1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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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발언’ 22일만에 광주 찾아
“광주 아픈 역사가 민주주의 꽃피워… 5·18정신 헌법 전문에 들어가야”
유족단체 수백명 몰려 진입 막아… 尹, 결국 추모탑에 분향은 못해
與 “정치쇼… 표 계산용 이벤트”

추모탑 50m 앞에서 묵념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10일 광주 국립5·18민주묘지를 찾아 비를 맞으며 묵념하고 
있다. 윤 후보는 애초 5·18민중항쟁추모탑에 헌화 분향하려 했으나 참배에 항의하는 광주 시민들에게 막혀 가지 못한 채 약 50m
 떨어진 참배광장에서 묵념으로 대신했다. 광주=사진공동취재단
추모탑 50m 앞에서 묵념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10일 광주 국립5·18민주묘지를 찾아 비를 맞으며 묵념하고 있다. 윤 후보는 애초 5·18민중항쟁추모탑에 헌화 분향하려 했으나 참배에 항의하는 광주 시민들에게 막혀 가지 못한 채 약 50m 떨어진 참배광장에서 묵념으로 대신했다. 광주=사진공동취재단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사랑하는 광주 시민 여러분, 제 발언으로 상처받으신 분들께 머리 숙여 사과드립니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는 10일 광주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이렇게 말하며 90도 가까이 허리를 굽혔다. 지난달 19일 ‘전두환 전 대통령 옹호 발언’을 한 지 22일 만이다. 하지만 그는 이날 5·18민주묘지 참배에 반대하는 시민들의 격렬한 항의에 막혀 5·18민중항쟁추모탑에 헌화와 분향을 못 한 채 참배광장에서 묵념으로 참배를 대신했다. 대선 후보 선출 뒤 외연 확장을 위해 첫 지방 행보로 광주를 찾았지만 여전히 따가운 호남 민심을 확인한 셈이 됐다.

○ 헌화·분향 못 하고 발걸음 돌린 尹

비가 내린 이날 오후 윤 후보는 우산을 쓰지 않은 채 검은 넥타이와 흰 장갑 차림으로 5·18민주묘지를 찾았다. 굳은 표정의 윤 후보가 차에서 내리자 현장에 몰려 있던 지지자와 반대자 수백 명이 뒤엉켰다. 일부 시민이 “5·18을 부정하는 윤석열은 물러나라” “광주에 오지 말라”는 손팻말을 들고 윤 후보 주위로 몰려들었다. 윤 후보는 묘역 입구에 있는 ‘민주의 문’에서 방명록에 “민주와 인권, 5월 정신 반듯이 세우겠다”고 적었다.

윤 후보는 경찰 18개 중대 1200여 명의 호위를 받으며 참배광장으로 이동했다. 참배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몰리면서 100여 m 거리를 이동하는 데 약 20분이 걸렸다.

윤 후보는 당초 정문에서 170m가량 떨어진 추모탑에 헌화와 분향을 한 뒤 5·18 유족들과 짧은 간담회를 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추모탑 앞에서 오월어머니회 등 5·18 관련 단체 회원 500여 명이 윤 전 총장을 가로막은 채 농성을 벌였다.

윤 후보는 추모탑에서 약 50m 떨어진 추모광장에서 10분가량 기다리다 추모곡에 맞춰 묵념했다. 윤 후보는 350자 분량의 A4용지 한 장짜리 성명서를 꺼냈다. 윤 후보는 “저는 40여 년 전 5월의 광주 시민들이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위해 피와 눈물로 희생한 것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며 “광주의 아픈 역사가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역사가 됐고 광주의 피가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꽃을 피웠다. 그러기에 이 시대에 사는 우리 모두는 5월 광주의 아들이고 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제가 대통령이 되면 슬프고 쓰라린 역사를 넘어 꿈과 희망이 넘치는 역동적인 광주와 호남을 만들겠다”며 “국민 통합을 반드시 이뤄내고 여러분이 쟁취한 민주주의를 계승 발전하겠다”고 했다.

윤 후보는 낭독을 마친 뒤 기자들에게 “(참배에 반대한) 분들의 마음을 십분 이해한다”고 했다. 이어 “한 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상처받은 국민, 특히 광주 시민 여러분께 이런 마음을 계속 갖고 가겠다”고 했다. ‘묘역 참배가 정치적 쇼가 아니냐’는 지적에는 “저는 쇼 안 한다”고 반박했다. “개헌 때 5·18 정신이 헌법 전문에 반드시 올라가야 한다”고도 했다. 그는 이날 30여 분간 민주묘지에 머물렀다.

5·18기념재단과 관련 단체는 이날 입장문에서 “사과가 지극히 일방적이었다”며 “사과를 받든지 말든지 나는 나의 일정대로 갈 뿐이라는 오만함마저 느껴진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광주 출장 정치쇼” “표 계산용 이벤트”라고 비난했다.

○ 홍남순 변호사 유족은 “윤 후보 긍정적”

윤 후보는 이날 광주시민들이 전 전 대통령에 대한 분노의 의미를 담아 설치한 ‘전두환 비석’이 있는 망월공원묘지(구묘역)는 참배하지 않았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이곳을 찾아 ‘전두환 비석’을 밟고 지나간 바 있다.

윤 후보는 민주묘지 방문에 앞서 5·18민주화운동 당시 시민 학살에 항의하다가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고 홍남순 변호사의 전남 화순군 생가를 방문했다. 홍 변호사의 차남인 홍기훈 전 의원은 “광주전남인들이 윤 후보님 이미지를 좀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힘을 내 열심히 해달라”고 했다.

윤 후보는 이날 오후 전남 목포시로 이동해 김대중 전 대통령과 인연이 있는 지역 인사들과 저녁을 함께했다. 윤 후보는 청년들이 운영하는 게스트하우스에서 숙박을 한 후 11일 오전 전남 목포시 김대중노벨평화상 기념관을 거쳐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의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한다.

#5·18추모탑#참배#윤석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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