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최종 결정할 선거대책위원회는 ‘윤석열 인사 스타일’을 종합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는 척도다. 윤 후보는 ‘의리’와 ‘조언’ 모두를 중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관건은 누구를 더하고 빼느냐다. 선대위 인적 구성은 집권 후 인사 방침의 바로미터가 될 수 있다.
11일 국민의힘에 따르면 윤 후보는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과 선대위 구성을 둘러싸고 조율을 이어가고 있다.
인선의 전권은 윤 후보에게 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선대위 구성의 최종결정자는 윤 후보”라고 못 박았다.
윤 후보의 정무적 감각, 정치력이 첫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가 뒤따른다. 윤 후보는 검찰총장 시절 검찰 인사를 할 수 있는 위치였음에도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사를 계기로 당시 법무부 장관과 인사 문제로 대립하거나 ‘패싱’당한 적이 있다. 전권을 쥐고 인사를 하는 것은 사실상 이번이 처음인 셈이다. 그러나 인선을 둘러싸고 김 전 위원장뿐만 아니라 이 대표 등과도 상당 부분 이견이 드러난 상태다.
물밑에서는 다양한 의견이 오가는 상황이다. 이 과정에서 기존 ‘윤석열 캠프’에서 일하던 보좌진, 특히 중진들과 김 전 위원장 간 이견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당 일각에서는 중진들의 김 전 위원장 ‘비토론’까지 흘러나온다.
김병준 전 비대위원장의 총괄선대위원장설도 그 연장선에 있다. 윤 후보는 후보 선출 후 김병준 전 위원장을 따로 만났다. 이를 근거로 일부에서는 ‘김종인-김병준 투톱’ 체제, 또는 ‘김병준 대안론’이 제기됐다.
이 대표는 “(김병준 전 비대위원장 이야기는) 좀 의외”라면서도 “윤 후보의 김병준 위원장에 대한 신뢰가 상당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는) 후보가 조정해야 한다”고 했다. 김병준 전 위원장의 역할론을 완전히 닫지 않은 셈이다.
윤 후보가 또 ‘조정’해야 할 점은 현역 의원들의 선대위 배치다. 김 전 위원장은 이들에게 2선 후퇴를 주문한다. 그 자리에 상대적으로 젊고 실무형 인재의 등용을 바라고 있다. 대표적인 인물이 금태섭 전 민주당 의원과 윤희숙 전 국민의힘 의원이다.
이 대표도 “김 전 위원장을 제외한 나머지 인사들은 제가 봤을 때 본인의 영역을 찾아서 계급장과 관계없이 실무를 찾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며 김 전 위원장 의중에 힘을 싣고 있다.
윤 후보는 김 전 위원장의 요구를 상당 부분 수용할 가능성이 높다. 김 전 위원장의 총괄선대위원장은 기정사실인 점, 후보 확정 일주일째까지 비서실장과 대변인 외 별다른 인선을 단행하지 않은 점, 논의 과정에서 ‘이견이 없다’는 이 대표의 말 등을 종합한 분위기다.
그러나 전적으로 수용하지는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윤석열 인사 스타일’과 맞지 않기 때문이다. 윤 후보는 검사 시절부터 한 번 맺은 인연을 중요하게 여기는 것으로 유명하다.
실력을 최우선으로 하고 이 검증이 끝나면 후배들을 끝까지 챙겼다. 검사 시절 ‘윤석열 사단’이라는 말이 만들어진 이유다.
한 검사 출신 정치인은 “검찰을 떠날 때 얼굴도 잘 몰랐던 윤 선배가 부르더니 ‘수고했다’는 말을 해줬다”며 “다소 의외였는데 윤석열은 그런 사람”이라고 말했다.
캠프 총괄상황실장이던 장제원 의원이 아들 논란으로 캠프에서 물러나려는 것을 초반 만류한 것도 윤 후보의 인사 스타일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의리’를 중시하나 이번 인선에서는 ‘조언’에도 귀를 기울이는 모습이 나타난다. 대표적인 사례가 장 의원이다. 윤 후보는 후보 비서실장에 당초 장 의원을 임명하려 했으나 김종인 전 위원장의 반대 의사로 권성동 의원을 임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 의원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선대위 구성에서 중심은 윤 후보”라면서도 “(김 전 위원장 등과) 긴밀한 협의는 있을 것”이라며 상대방의 의견을 경청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일단 윤 후보가 ‘조언’을 받아들일 것으로 보이면서 자신을 도왔던 일부 인사들의 선대위 배제는 불가피해 보인다. 반대로 김 전 위원장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선대위 전면 배치도 있을 것이란 예상이 대체적이다.
이때 양측의 이해를 구하는 윤 후보의 행동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윤 후보는 입당을 늦췄으면 했던 김 전 위원장의 생각과 달리 정치 선언 한 달여만인 7월30일 전격 입당을 결정했다. 윤 후보는 그다음 날 김 전 위원장을 찾아간 것으로 알려졌는데, 조언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에 대한 양해를 구했다는 것이 정설이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국민의힘 선대위 구성을 둘러싼 여러 논란에 대해 “이제부터는 윤 후보의 정치적 판단과 역량에 달렸다”며 “윤 후보의 정치력을 시험할 수 있는 계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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