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12일 내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특정 정당의 선거공약 개발에 활용될 자료를 작성해 제공한 혐의로 여성가족부 공무원 2명을 대검찰청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공무원은 직무 또는 지위를 이용해 선거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등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할 수 없다. 지위를 이용한 선거운동 기획 참여나 실시에 관여하는 행위도 금지된다.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이번에 고발된 여가부 공무원 중 A씨는 특정 정당 정책연구위원으로부터 대선 공약에 활용할 자료를 요구받고 소속기관 내 각 실·국에 정책공약 초안 작성을 요청했으며 회의를 거쳐 이를 정리한 후 정책연구위원에게 전달하도록 한 혐의다.
다른 공무원 B씨는 취합된 정책공약에 대한 회의를 주재하는 등 관련 업무를 총괄한 혐의를 받고 있다.
여가부의 대선 공약개발 의혹은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에 의해 제기됐다.
하 의원은 지난달 28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여가부에서 민주당 공약 개발을 추진했다는 결정적인 증거를 확보했다”며 “올해 7월 여가부 차관이 회의를 열고 과장급 직원을 대상으로 정책 공약 개발을 지시한 내용이 있다”고 주장했다.
하 의원에 따르면 여가부는 지난 7월29일 차관 주재로 정책공약 회의를 소집한 뒤 과장급 직원들을 대상으로 회의를 바탕으로 수정된 자료를 8월3일까지 제출하도록 이메일을 통해 전달했다. 이 과정에서 외부 전문가의 조언을 구할 경우 ‘공약’ 대신 ‘중장기 정책과제’로 용어를 통일하도록 지시했다고 하 의원은 전했다.
하 의원이 여가부 내부 익명의 제보자로부터 입수한 ‘정책공약(안) 회의 이후 수정자료 제출 안내’라는 제목의 이메일에는 “과제 관련 외부 회의, 자문 구할 시에는 ‘공약 ’관련으로 검토한다는 내용이 일체 나가지 않도록 하며, ‘중장기 정책과제’로 용어 통일할 것”이라고 명기돼 있다.
의혹 제기 이후 선관위는 자체적으로 조사에 착수해 이번에 고발 결정을 내렸다. 앞서 선관위는 대선 공약 발굴을 지시했다가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공개 질책을 받은 박진규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에 대해서는 수사를 의뢰한 바 있다.
중앙선관위의 고발 조치는 수사 의뢰보다 강도가 더 높은 것으로 상당히 이례적인 조치이기도 하다. 이는 선관위가 자체 조사에서 일정 부분 혐의점을 확인했다는 의미로도 여겨진다.
다만 중앙선관위는 피의사실 공표 문제를 고려해 고발 대상이 누구인지는 특정해서 밝히지 않았다.
중앙선관위는 “공무원의 선거관여 행위는 선거질서의 근본을 뒤흔드는 중대 선거범죄로 규정하고 있다”며 “내년 제20대 대통령선거와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얼마 남지 않은 만큼 유사 사례 적발시 무관용의 원칙에 따라 엄중 조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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