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세지감이다. “야들아 내가 너희의 롤 모델이다. 그런데 왜 나를 싫어하냐.” 국민의힘 홍준표 의원이 2017년 4월 7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서 청년들에게 던진 메시지였다. 더불어민주당(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는 어땠는가. 2016년 12월 경북 구미에서 열린 그의 길거리 강연에는 2030세대 남성이 대거 운집했다.
지난 대선에서 홍 의원에 대한 2030세대 지지가 낮았던 이유는 그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후배처럼 비친 탓이 크다. 그때 20대는 유승민, 심상정 후보에게 다른 세대에 비해 높은 지지를 보냈다. 박근혜를 거부하는 동시에 문재인에게도 몰입하지 않는 세대. 이들에게 ‘박근혜 퇴진 촛불’과 ‘조국 사퇴 촛불’은 거의 같다시피 했다.
근래 홍 의원과 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가 선전하며 2030세대 지지를 받은 것도 그들이 거대 양당의 전통적 이미지에서 비켜나 있었기 때문이다. 홍 의원은 2018년 전국동시지방선거를 계기로 당 핵심에서 밀려났다. 바깥 사람이던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는 입당하자마자 당내 조직을 순식간에 키웠다. 민주당에서는 이재명 후보가 경선 시작 때부터 이미 주류 이미지를 굳혀 특유의 변방 이미지가 해체됐다. 거꾸로 이 전 대표가 비주류처럼 보였다.
이재명과 윤석열에게도 청년에게 내놓을 수 있는 이미지가 있었다. 윤 후보는 “새누리당·민주당 정권 모두 엄정히 수사했다”는 ‘공정’ 이미지가 있었고, 이 후보는 “문재인 대통령·86세대와는 달리 성과를 내놓는다”는 ‘유능’ 이미지가 있었다. 하지만 둘 모두 양당 핵심 지지층에 몰입하는 가운데 스스로 강점을 깎아먹으며 2030세대 눈 밖에 나기 시작했다.
‘홍준표의 청년 지지층’을 향해 민주당 김남국 의원은 “우리 이 후보의 마음은 모두에게 오픈돼 있다”고 구애했다. 이에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홍 의원) 반대에 있는 이 후보에게 표가 갈리는 없다”고 맞받았다. 청년층 대다수가 이번 대선을 ‘누군가 하나를 응징해 떨어뜨리는 판’이라 보고 있다면, 두 사람은 벌일 만한 싸움을 벌였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거대 양당 후보들이 포지티브한 논리를 내놓지 못한다면 청년층은 박 전 대통령과 조 전 장관 모두를 향해 한꺼번에 촛불을 드는 심정으로 대선에 임할 수 있다. 정의당 심상정 대선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의 20대 지지율은 다른 연령대에 비해 이미 높은 편이다. 일군의 청년은 ‘제3지대 연대’를 주창하며 ‘대선 전환 추진위원회’라는 모임을 꾸렸다. 고비를 넘으려면 이 후보와 윤 후보는 자기 자신부터 ‘전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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