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출신인 국민의힘 태영호 의원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를 향해 “북한도 평양에 찾아온 미국 정치인들에게는 100년 전 역사 따지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태 의원은 1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모든 정치인에게 있어서 외국 대표단 접견 시 제한된 시간 내에 어떤 문제를 논의하는가는 평시 그의 역사관과 양국 관계에 대한 현안은 물론 미래에 대한 비전을 보여주는 중요한 계기가 된다. 특히 대선 기간 중 대선후보들의 외국인과의 미팅들은 대선후보로서의 외교 데뷔 무대와 같다”고 적었다.
이어 “그런데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가 존 오소프 미 상원의원을 만난 자리에서 한국이 일본에 합병된 이유가 가쓰라-태프트 협약 때문이라는 발언을 했다고 한다. 그것도 한미 동맹 강화를 위해 방한한 미국 젊은 정치인에게”라고 했다.
그는 “미국에 대해 가장 적대적인 북한의 김 씨 일가도 일단 북한과의 문제를 해결하려고 평양에 온 미국 정치인들이나 행정부 관리들에게 100여 년 한미 역사를 따지지 않는다”라며 “미국의 대북 정책 변경을 가장 중요한 정책적 목표로 하고 있는 북한의 실정에서 과거사 문제를 얘기할 시간에 차라리 과거를 잊고 미래를 향해 나가자고 미국을 설득하는 것이 훨씬 더 실용적이라고 계산하기 때문”이라고 작심 발언했다.
그는 “과거 역사에 대한 북한의 반미 역사관을 얘기하고 싶으면 슬며시 역사박물관들에 데리고 간다. 이 방법이 상대의 기분을 거스르지 않으면서 자기의 역사관을 보여주는 방법이기 때문”이라 지적했다.
그러면서 “가쓰라-태프트 밀약이 일본의 한반도 점령에 길을 열어준 하나의 계기라고 말할 수는 있겠지만 우리가 일제에 강점당한 근본적인 원인은 우리 스스로 나라를 지킬 힘이 없었기 때문”이라며 “지금 대한민국에는 우리의 쓰라린 과거 상처를 자꾸 헤집는 대통령보다는 미중 갈등 속에서 우리의 이익을 슬기롭게 지켜갈 대통령이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태 의원은 “앞으로 이재명 후보는 중국, 러시아 정치인들을 만나서도 한반도 분단의 책임을 따질 것인가”라며 “대선후보로서 첫 외교 데뷔 무대에서 미국의 한반도 책임을 따진 이재명 후보 대선 전략이 혹시 반미 표심에 기대려는 선거 전략이 아닌지 궁금하다”고 밝혔다.
앞서 이 후보는 12일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존 오소프 미국 상원의원(조지아주)과 처음 만난 자리서 “미국의 경제적 지원 덕분에 (한국은) 오늘날 세계에서 유일하게 개발도상국, 식민지에서 해방된 나라 중 경제선진국으로 인정받는 성과를 얻었다”며 “미국의 지원 협력이 없었더라면 불가능한 일”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 후보는 “이 거대한 성과 이면에 작은 그늘들이 있을 수 있다”며 곧바로 가쓰라-태프트 밀약을 언급했다. 가쓰라-태프트 밀약은 1905년 미국과 일본이 각각 필리핀과 한국을 식민지배하는 것을 상호 인정한 비밀 협약이다.
이 후보는 “결국 마지막에 분단도 역시 일본이 분할된 게 아니라 전쟁 피해국인 한반도가 분할되면서 전쟁의 원인이 됐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객관적인 사실”이라고 했다. 그는 “이 이야기는 상원의원께서 이런 문제에까지 관심을 갖고 인지하고 있다는 생각을 전해 들었고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을 갖고 말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오소프 의원은 6·25전쟁 당시 미국의 희생을 언급했다. 오소프 의원은 “어제 (서울 용산구의) 전쟁기념관에 가서 한국군과 함께 싸운 유엔군뿐만 아니라 (미국) 조지아주 출신 미군 참전용사를 기리기 위해 헌화했다”며 “양국 동맹이 얼마나 중요하고 영속적인지 다시 한번 깨달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야당은 “복잡한 국제정치적 원인이 작용해 일어난 역사적 사건을 터무니없이 단순화시킨 반(反)지성적 편견”이라고 비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