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대선후보가 부동산 보유세 정책을 두고 전면전을 선언하면서 보유세 개편 방향이 대선 판도를 가를 핵심 쟁점으로 떠올렸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는 15일 “기본소득토지세(국토보유세)를 반대하는 것은 악성언론과 부패정치세력에 놀아나는 바보짓”이라며 보유세 강화를 천명했다. 이 후보는 “국민의 90%는 국토보유세로 수혜를 본다”며 상위 10%를 겨냥한 정책임을 강조하고 나섰다. 전날 “종합부동산세 전면 재검토” 등 보유세 완화 카드로 선공을 날린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는 이날 정면 대응을 자제했지만 캠프는 국토보유세의 문제점을 분석하는 작업에 본격 착수했다. 윤 후보는 대대적인 ‘보유세 완화 드라이브’를 통해 앞으로 종부세에 민감한 수도권 민심을 집중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 李 “토지보유 하위 90%는 혜택”
이 후보가 내놓은 부동산 공약의 핵심은 ‘기본소득형 국토보유세’다. 기본소득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국토보유세를 신설한다는 구상으로, 기존 세법에는 없는 새로운 세금이다.
이 공약에 따르면 토지를 가진 사람이나 법인이라면 모두 국토보유세를 부담해야 한다. 주택 소유자는 주택이 위치한 토지에 대한 세금을 내는 방식이다. 이 후보 측은 이를 통해 2018년 기준 0.17% 수준인 부동산 보유세 실효세율을 1% 이상으로 올린다는 구상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 15개국의 실효세율 평균은 0.44%다.
이 후보는 15일 페이스북에 “국토보유세수는 전국민 균등 배분”이라며 “토지보유 상위 10%에 못 들면서 손해볼까봐 기본소득토지세를 반대하는 것은 악성언론과 부패정치세력에 놀아나는 바보짓”이라고 적었다. 토지보유 상위 10%는 내야 할 세금이 더 많지만 하위 90%는 기본소득으로 받는 돈이 더 많다는 것. 이 후보 측은 불로소득을 환수해 전 국민에게 균등하게 나눠준다는 점에서 조세 저항을 상당부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후보 측은 국토보유세를 신설하면서 이중과세를 피하기 위해 종합부동산세(종부세)를 통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관계자는 “종부세는 순기능도 있지만 핀셋 과세로 제도를 자꾸 바꾸면서 너무 복잡해졌다”며 “이런 세금제도를 계속 끌고가기 어렵다는 것이 (선대위) 내부 판단”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 측은 재산세 중에서도 토지분 재산세는 국토보유세에 통합해 토지에 관한 세금을 일원화하는 방안도 구상하고 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재산권 침해 등 위헌 가능성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며 “세금 신설의 정당성을 강조하기 위해 국민을 1 대 9로 나누는 ‘갈라치기’”라고 비판했다.
● 尹 “종부세는 문제 많은 세금 폭탄”
윤석열 캠프의 전문가 그룹은 이 후보의 국토보유세 신설 공약에 대한 대응책 마련에 착수했다. 캠프 관계자는 “국토보유세의 허와 실이 무엇인지 집중 분석하고 있다”며 “국토보유세가 왜 문제인지 세세한 부분까지 짚어낼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윤 후보는 종부세 전면 개편 등 보유세 완화 카드로 승부수를 띄운 상태다. 윤석열 캠프 관계자는 “22일부터 종부세 고지서가 발송되면 ‘세금 폭탄’을 가장 많이 얻어맞을 수도권 민심이 크게 요동칠 것”이라며 “보유세 완화를 집권 후 바로 추진할 수 있다는 ‘믿음’을 주기 위해 캠프 차원에서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 예정”이라고 말했다.
윤 후보 캠프가 구상 중인 보유세 완화 카드는 △1주택자 종부세 부담 완화 또는 면제 △재산세로 종부세 통합 등 2가지로 요약된다. 단기적으로는 공시가격 인상 속도 조절과 실효세율 인하 등을 통해 1주택자의 보유세 부담을 경감시키고, 장기적으로는 종부세 자체를 폐지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겠다는 의도다. 이와 함께 주택을 오래 보유한 고령층 중 1주택자는 매각 또는 상속까지 종부세 납부를 유예하는 제도도 도입할 계획이다. 종부세를 낼 자산은 있지만 소득이 부족한 고령층을 위한 조치다.
윤 후보는 14일 페이스북에서 “종부세는 납세 대상자의 수가 아무리 적다고 하더라도 문제가 많은 세금”이라며 “내년 이 맘 때는 국민 여러분께서 더 이상 종부세 폭탄 맞을까봐 걱정 안 해도 되게 하겠다”고 했다. 그는 “정부와 민주당은 고가의 부동산을 소유했다거나 다주택을 가진 국민을 범죄자 취급하면서 고액의 세금을 부과하는 것을 마치 정의의 실현인 것처럼 주장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급격한 보유세 부담 증가를 해소하고, 양도세 세율을 인하해서 기존 주택의 거래를 촉진하고 가격 안정을 유도하려고 한다”고 했다.
반면 민주당은 “종부세 감세 주장은 부자 본색을 드러낸 그야말로 노골적인 부자감세론”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한편 여야는 이날 기획재정위원회에서 1주택자의 양도소득세 비과세 기준을 현행 9억 원에서 12억 원으로 상향조정하는 소득세법 개정안 심의에 착수했다. 이 후보의 보유세 강화 기조와 충돌한다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 민주당은 “주택가격이 급상승한 상황에서 집을 처분하고 옮겨갈 때 비용 때문에 기존 주택 수준으로 가지 못하는 것이 맞지 않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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