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16일 청소년·청년 기후활동가들의 투쟁 과정에서 위법성 시비에 휘말리는 데 대해 “공동체에 협의된 룰을 일부 어기면서 이 주장을 세상에 알리는 것 조차도 그럴 수 있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이날 오전 서대문구 ‘신촌파랑고래’에서 기후활동가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하며 “나는 그런 식의 삶도 응원한다. 나도 그랬으니까”라고 밝혔다.
앞서 한 청년 활동가가 석탄발전소를 짓는 두산중공업을 찾아 녹색 스프레이 칠을 해 민형사 소송 끝에 2300만원의 벌금형을 받은 일화를 소개하며 “그 어떤 사람도 우리 삶과 미래를 책임져주지 않고 기성 정치인들은 침묵하고 거짓말로 일관하고 기후위기 대응을 미뤄가는 상황에서 우리 권리를 지키고자하는 유일한 저항방식”이라고 말한 것에 화답한 셈이다.
이 후보의 응원에 함께한 양이원영 의원이 “조심하라고 해줘야 한다”고 말했지만, 이 후보는 “(이 분들이) 조심히 잘 하고 있다. 많은 것을 걸고 싸우는 점을 인정한다”며 “다음 세대는 선배 세대가 남긴 쓰레기, 정말 험악한 환경 속에서 미래를 설계해야 하는데 얼마나 답답하겠나”라고 거듭 공감을 표했다.
그는 “나도 전과자”라며 “투쟁의 양식이 선을 넘을 때 범법자로 몰릴 때도 있을 것이다. 그게 옳은지 그른지는 각자 판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정말 1면에, 메인 톱 뉴스로 조금만 (보도)해주면 확 사회가 바뀔텐데, 은폐된 진실이 알려지고 여러분의 주장에 공감해 미래세대가 걱정하지 않는 사회로 갈 수 있을 것 같은데 안 되지 않나”라며 “왜냐면 누군가 그걸 막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여러분의 미래보다 자신들의 현실적 이익이 큰 집단이 있다. 그게 현실적인 힘”이라며 “이게 충돌할 때 결국 어느 길로 가느냐는 여러분에게 동조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느냐이다. 응원한다. 그래야 좀 더 세상이 나아질 수 있지 않겠나”라고 격려했다.
이 후보는 “경기도지사 때 포천에 가니까 문명시대에 내륙에다가 석탄발전소를 지어서 이걸 가동하니 마니로 계속 싸우고 있더라”며 “이걸 허가해준 정부가 정말 황당한 일이다. 누구라고 얘기는 안 하겠지만”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정부가 2030년 탄소 축소 목표를 28%에서 40%로 올렸는데 나는 그것도 부족하다고 생각한다”며 “나는 50%로 올려야 한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했는데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더라”고 했다.
학생 활동가들이 퍼포먼스를 위해 스케치북에 쓴 표어 중 “서울에 소형 모듈 원자로(SMR)를 (건립)할 게 아니면 하지 마시라”는 구호에는 “(다른 지역도) 똑같이 위험하다는 뜻인가”라며 의미를 묻기도 했다.
이어 SMR을 언급하며 “현재 기존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것에는 저항과 반발을 맨몸으로 이겨내야 하는 과제가 있다”며 “쉽지는 않다. 좋은 개혁을 했다고 다 천국이 되는 게 어디 있겠나. 사람 사는 세상이 꼭 그렇지는 않더라. 입장이 다를 때는 설득하고 일부 수용하고 또 수렴해가야 한다”고 말했다.
원자력 발전과 관련해선 “이게 옳으냐 그르냐의 문제를 떠나서 이미 하나의 경제구조가 돼버렸다”며 “정말 엄청난 이해관계를 가지며 하나의 고착된 의제가 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장기적으로 석탄발전소를 없애야 하는 건 당연하다”며 “현 상태로 재생에너지의 생산 비용이 계속 떨어져서 어쩌면 원전 생산비보다 떨어질 수 있다고 하니까 그 부분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개헌 문제를 언급하며 “사실 권력구조 (개헌은) 진척이 안 되고 싸움만 난다. 그래서 방법은 부분적으로 합의된 부분부터 조금씩 개헌을 하자는 것”이라며 “첫번째로 하고 싶은 건 기후 문제를 헌법에 넣는 것”이라고도 했다.
각 대선캠프에 기후위기 질의서를 보냈지만 이 후보 캠프에선 회신이 오지 않았다는 지적에는 “내가 보고도 못 받았다. 캠프가 아마 실수한 것 같다”며 “재시험의 기회를 준다고 하니까 응시기간 내에 답안을 써서 내도록 하겠다. 모범답안으로, 실행가능한 안으로 내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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