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북한 당국의 단속에도 평양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17일 복수의 북한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에서 불법 복제된 ‘오징어 게임’이 돈주(신흥부자)와 밀수꾼,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통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평성시의 한 주민은 RFA와 인터뷰에서 “평양에서 돈장사(환전상)를 하는 동생 집에 갔다가 ‘오징어 게임’을 보고 왔다”며 “요즘 평양의 한다 하는(돈·권력 있는) 사람들은 남조선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 빠져있다”고 전했다.
이어 “‘오징어 게임’이 담긴 USB, SD카드 등 메모리 저장장치들이 해상 밀무역을 통해 국내에 유포되고 있다”며 “단속을 피하기 위해 학습장 크기의 노트텔(휴대용 영상 장비)로 밤에 이불속에서 몰래 시청한다”고 밝혔다.
북한은 중국, 시리아와 함께 전 세계에서 넷플릭스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는 국가 중 하나다. 북한 당국은 ‘오징어 게임’이 지나치게 자본주의적이라며 주민들에게 시청을 금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자본주의 미디어를 시청 보관 또는 배포한 경우, 최고 사형에 처하는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이 통과되기도 했다.
‘오징어 게임’은 특히 평양의 부자들과 젊은이들에게 인기인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에서는 외화벌이에 나선 이들의 실적이 나쁠 경우 숙청하는데, 평양 부자들은 돈벌이에 목숨 거는 자신들의 처지가 오징어게임 참가자들과 비슷하다며 공감하고 있다.
밀수꾼들에게도 인기다. 평안북도의 한 소식통은 “밀수꾼들은 빚더미에 몰린 수많은 사람들이 거액의 상금을 놓고 서로를 죽음으로 몰고 가는 ‘오징어 게임’이 코로나19 사태로 국경 경비가 살벌한 와중에도 목숨을 걸고 밀수에 나서는 자신들의 운명을 보는 것 같아 심취하는 것”이라고 진단하기도 했다.
이 밖에도 ‘오징어 게임’ 속 등장인물 가운데 탈북민이 포함돼 있어 북한 주민들의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고 RFA는 전했다. 탈북민인 강새벽(정호연 분)은 서바이벌 게임에서 최종 3인까지 살아남는 등 주요한 배역을 맡았다.
소식통은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이 제정되면서 자본주의 문화를 뿌리 뽑기 위한 사법기관의 단속이 살벌하게 펼쳐졌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사법기관 간부들도 먹고살기 힘들어지자 남조선 영화를 시청하다 발각돼도 달러를 찔러주면 무마되고 있어 ‘오징어 게임’ 시청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