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안팎에서 ‘매머드’ 선거대책위원회의 역할과 존재감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면서 민주당이 본격적인 선대위 쇄신에 나선다. 국민의힘도 내부 진통을 수습하고 선대위 체제 출범을 앞둔 만큼, 선대위 체제를 갖춘 양당의 전면전이 가시화되고 있다.
여권의 대표적인 ‘전략가’로 꼽히는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은 17일 ‘인재영입·비례대표 의원모임’ 간담회에서 “선대위가 희한한 구조, 처음보는 체계로 매우 우려스럽다”며 “과거 한나라당이 천막당사를 하던 마음으로 이재명 후보가 당내 비상사태라도 선포해야 할 상황”이라고 작심발언을 했다.
양 전 원장은 “대선이 넉 달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이렇게 유유자적 여유 있는 분위기는 우리가 참패한 2007년 대선 때 보고 처음”이라며 “책임 있는 자리를 맡은 분들이 벌써 다음 대선, 대표나 원내대표, 광역 단체장 자리를 계산하고 일하는 것은 도대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탄식이 나온다”고 비판했다.
양 전 원장은 간담회가 끝난 뒤에도 기자들과 만나 선대위와 관련해 “확실한 컨트롤타워가 부재하고, 책임과 권한이 모호하고 비효율적인 체계를 빨리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 전 원장의 발언은 현재 민주당 선대위를 향한 우려를 대변한다. 당 내부에서 초선 의원들이 ‘날렵한 선대위’를 요구하는 것은 물론 여권 지지층, 언론에서도 선대위의 역할이 미약하다는 지적이 빗발치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달 10일 후보를 선출하고도 후폭풍을 수습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원팀’의 형식을 갖추기 위해 163명 의원 전원이 참여는 ‘매머드’ 선대위를 꾸렸지만, 지난 2일 출범식을 하고도 몇 차례 인선을 발표하면서 실무진은 아직도 구성되지 못했다.
다수 의원이 보직을 공동으로 맡으면서 책임과 권한의 분배도 불명확하고, ‘일하는’ 선대위가 아닌 ‘감투를 나누는’ 선대위라는 지적이 나온다. 일례로 최지은 선대위 외신대변인은 지난 15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의원 선수별로, 의원이냐 아니냐로 계급을 매겨 수직적인 선대위를 만들어 놓고 2030과 수평적인 소통을 탁상공론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선대위에 대한 우려를 ‘불가피한 부분’으로 간주하던 당 지도부도 경각심을 가지고 움직임이고 있다. 고용진 수석대변인은 이날 선대위 총괄본부장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선대위 쇄신과 관련해 어제 초선 의원들의 의견 표명, 각계의 지적도 있고 각별히 이재명 후보의 지적도 있었다”며 “아프게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고 수석대변인은 “선대위가 좀 더 기민하게 성과를 낼 수 있도록 하겠다”며 “실무단을 빨리 정리해 실무와 조직을 중심으로 성과를 내는 선대위가 되겠다”고 말했다.
특히 민주당으로서는 국민의힘이 곧 선대위 구성을 앞둔 만큼 더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국민의힘은 그간 선대위 구성 문제를 두고 진통을 겪었지만, 이를 수습하고 있다.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총괄상임선대위원장으로 유력하고, 선대위원장, 각 본부의 총괄본부장 등 인선도 막바지 단계다.
이 기간 민주당은 이 후보의 매력과 장점을 대중에 알리고, 지지율을 끌어올려야 했지만 ‘부산은 재미없다’, ‘확 끄는데’ 등 이 후보의 발언과 ‘전 국민 일상회복 방역지원금’ 추진에 따른 당정 갈등으로 논란만 낳았다. 같은 기간 특별한 행보를 하지 않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오히려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 후보를 약 10%포인트(p) 이상 앞서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킹메이커’ 김 전 비대위원장을 중심으로 국민의힘이 당력을 모은다면 현 구도가 고착화되거나 지지율 차이가 더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양 전 원장도 이런 위기감을 느낀 듯 “향후 3~4 주가 우리에게 주어진 마지막 시간”이라고 경고했다. 이 후보 역시 당에 기민한 움직임을 요구한 만큼 당분간 민주당의 쇄신 움직임에 관심이 쏠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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