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17일 당 선거대책위원회 구성 주도권을 놓고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과 갈등하면서 이르면 18일 선대위 1차 인선 결과를 발표하려던 계획이 다음주 중반으로 미뤄졌다. 김 전 위원장은 이날 만난 윤 후보의 국민통합위원회 구상과 김한길 전 민주당 대표, 김병준 전 비대위원장의 영입 계획에 대해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후보 측은 “큰 이견은 없었다”고 진화에 나섰지만 김 전 위원장은 이날 회동 사실 자체를 부인하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윤 후보는 이날 예정됐던 이준석 당 대표와 회동도 취소해 윤 후보-김 전 위원장-이 대표 ‘삼각 체제’의 불협화음이 노출됐다.
●김한길·통합위 두고 尹-金 갈등
윤 후보는 이날 김 위원장과 만나 선대위와 별도로 후보 직속 특별위원회를 설치하는 구상안을 김 전 위원장에게 제안했다. 그 중 국민통합위가 문제가 됐다. 윤 후보는 국민통합위원장으로 김한길 전 민주당 대표를 염두에 뒀다. 김 전 대표와 가까운 한 정치권 인사는 동아일보와 통화에서 “당 경선 뒤 윤 후보로부터 제안이 왔다. 전통적 선거는 김 전 비대위원장이 하고, 새로운 선거는 김 전 대표가 하라는 것으로 사실상 전권이 있는 자리”라고 전했다. 김 전 대표는 과거 민주당의 대표적인 반문(반문재인) 인사다.
반면 김 전 위원장은 국민통합위 출범은 물론 김 전 대표를 위원장으로 영입하는 구상안을 반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위원장은 자신과 사이가 껄끄러운 김병준 전 비대위원장의 선대위 영입 계획에 대해서도 이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위원장은 윤 후보와 회동 뒤 이날 서울 종로구 사무실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윤 후보와) 만날 기회가 있어야 만나지”라며 만남 자체를 부인했다. 김 전 대표의 국민통합위원장 합류에 대해 “그냥 인물만 몇몇 가져다가 통합위원장이라고 앉혀 놓으면 통합이 되나”라며 “과거 박근혜 후보 (대통령) 선거 때도 국민통합위라는 걸 해봤다. 한광옥을 부위원장 시켰다. (하지만) 국민통합이란 게 이만큼이라도 달성된 게 있나”라고 주장했다. 정치권에선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와 함께 새정치민주연합을 창당한 김 전 대표에 대해 김종인 전 위원장이 탐탁치 않게 생각했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왔다.
윤 후보 측은 곧바로 입장문을 내 수습에 나섰다. 이양수 수석대변인은 “후보의 인선 방안에 대해서 큰 이견은 없었다. 김 전 위원장이 생각하는 정책의 방향을 뒷받침할 수 있는 새로운 조직의 필요성에 공감했고 준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김 전 대표, 김병준 전 위원장으로부터도 많은 조언과 도움을 받았다. 앞으로 이분들의 의견도 잘 수렴하여 선대위 구성을 마무리할 예정”이라고 덧붙여 윤 후보가 두 사람을 선대위에 영입할 계획이 변하지 않았음을 시사했다.
●尹, ‘반문’ 빅텐트 구상
윤 후보는 친이(친이명박)계부터, 과거 민주당 계열의 반문, 호남 인사들까지 아울러 ‘반문 빅텐트’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선대위는 김 전 위원장이 총괄선대위원장을 맡고 그 아래 상임선대위원장, 공동선대위원장로 이어지는 3단계 지휘 체계로 구성될 것으로 알려졌다. 선대위원장 체계 아래에 분야별 총괄본부장들이 수평 배치되는 방식이 유력하다.
총괄본부는 정책과 조직, 직능, 미디어 등 분야로 나뉜다. 미디어총괄본부장은 언론홍보를 담당하며 윤 후보의 서울대 법대 2년 선배이자 4선인 권영세 의원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조직총괄본부장은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지낸 5선의 주호영 의원 등이 거론된다. 직능총괄본부장은 김태호 의원과 김성태 국민의힘 중앙위원회 의장 등이 하마평에 오른다. 윤 후보 비서실장으로는 현역 의원 중 윤 후보를 가장 처음으로 공개 지지한 이양수 의원, 이명박 정부 청와대 비서관 출신인 윤한홍 의원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명박 정부에서 대통령실장을 지낸 임태희 전 실장은 정책총괄본부장으로 거론된다. 김 전 비대위원장과 가까운 금태섭 전 의원, 정태근 전 의원도 물망에 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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