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벌어진 당정 예산 충돌에 청와대 속내가 복잡한 모습이다. 하필 내년 대선을 4개월 앞두고 벌어진 상황에 선거 개입으로 비칠까 적극적인 중재에 나서지 못하고 있는 상황 속 여당에서는 “청와대가 먼발치에서 바라보듯이 불보듯 구경하면 안 된다”(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여당은 문재인 대통령의 교통정리를 내심 바라는 눈치다. 지난해 1차 재난지원금 당정 충돌 당시 문 대통령이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갈등이 해소됐고 올해 7월 또 한 번의 당정 갈등 끝 국회를 통과한 재난지원금(2차 추가경정예산안)도 매주 일요일마다 열렸던 ‘고위 당정청 회의’가 적잖은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청와대는 그럼에도 이번 사태에 있어 연일 거리두기를 하고 있다. 선거 개입 의혹을 사지 않는 게 우선이고 무엇보다 지금은 ‘국회의 시간’이라는 게 청와대의 일관된 입장이다. 국회에서 여야 합의를 통해 나온 안(案)에 있어 정부가 입장을 정해 밝히는 게 삼권분립 원칙에도, 절차에도 맞다는 것이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지난 9일 당시 문 대통령과 김부겸 국무총리의 주례회동이 있었던 것을 두고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가 제기한 전국민 재난지원금 추가 지급을 둘러싼 당정 갈등에 대한 논의가 없었느냐’는 물음에 “당정이 의견을 조율하면서 현명한 결론을 도출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만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 16일에도 ‘전국민 방역지원금과 가상자산 과세 유예 문제를 두고 당정 갈등이 장기화되고 있으나 청와대가 방관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는 데에 “당정 간 원만하게 의견을 조율해 나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짧게 답했다.
청와대는 ‘적정한 시점’까지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확실히 선을 긋고 가겠다는 분위기다. 이철희 정무수석은 지난 16일 출연한 MBC 라디오에서 ‘당에서 청와대에 (당정 갈등 관련) 조정을 요구한 게 없느냐’고 묻자 “청와대가 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예산안을 편성해 국회에 넘겨놨고 공은 국회로 넘어가 있는 것이다. 여야 간 충분히 논의해 어떤 결론이 나오면 우리도 그에 맞춰 나름대로 답을 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 수석은 이 과정에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당이 설득하는 것보다 여야 간 국회 심사과정이 더 우선일 것이라고도 말했다.
또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섣불리 청와대에서 ‘여당안이 좋다 혹은 나쁘다’고 얘길하면 당청 또는 당정갈등처럼 보일 것 아니냐. 청와대 입장은 정해지지 않았고 이런 부분을 고려해 조심스럽게 있는 것”이라고 귀띔했다.
다만 청와대는 국회로 공은 넘겨두면서도 혼란스러운 국정 상황은 정리하는 게 청와대 역할이라고 보고 관계 부처 등과 실무협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18일 뉴스1과 통화에서 “현 상황에서 대통령이 교통정리를 하겠다고 나서면 (야당에서) ‘선거에 개입했다’는 말이 나올 가능성이 높지 않겠나. 꼭 이런 문제가 아니더라도 지금은 국회에서 예산안에 대해 협의하는 시간을 갖는 게 맞다”며 “다만 (선거 중립 문제로) 고위 당정청도 하지 않고 있으나 현 상황에서 청와대나 정부가 뒷짐만 지고 있겠나”고 말했다.
이에 대해선 이 수석도 “주기적으로는 (회의를) 하지 않지만 (서로 간) 소통이라는 것은 한다”(MBC 라디오)고 밝히기도 했다.
기재부가 이날(18일)로 예정했던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를 내주로 연기한 점도 당정청 간 일련의 문제에 대한 조율이 이뤄질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 아니겠냐는 관측이 나온다.
아직까지 이번 사태에 있어 침묵하고 있는 문 대통령은 21일 KBS1TV를 통해 생방송으로 진행될 ‘국민과의 대화’에서 관련 언급이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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