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수행실장인 한준호 의원이 이 후보 부인 김혜경 씨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부인 김건희 씨를 출산 유무로 비교한 글에 야당의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김건희 씨가 어렵게 임신한 아기를 유산한 사연까지 전해지면서 한 의원을 질타하는 목소리는 더 커지고 있다.
신인규 국민의힘 상근부대변인은 18일 오후 페이스북을 통해 “이런 초특급 막말을 하는 사람을 수행실장으로 놔두는 이재명은 한 의원 의견에 묵시적 동의를 하는 건가?”라고 물으며 “정치인은 발언으로 국민 앞에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 의원은 무수한 국민 마음에 대못을 박고 무슨 책임을 졌으며, 질 예정인가?”라며 “국민이 묻고 있으나 답을 하라”고 요구했다.
같은 당의 성일종 의원은 페이스북에 “출산을 못한 여성은 국격을 떨어트리는 사람인가?”라며 “도대체 아이가 있느냐 없느냐와 국격이 무슨 상관이 있는 것인가? 윤 후보와 김건희 씨는 본인들이 원해서 아이를 낳지 않은 것이 아니다”라고 썼다.
이어 “과거 김건희 씨는 임신한 적이 있고, 당시 윤 후보는 ‘아이가 태어나면 업고 출근하겠다’고 했을 정도로 기뻐했다고 한다. 그런데 국정원 댓글 수사 파문이 커졌을 당시 크게 충격을 받아 유산했다고 한다”고 사연을 소개했다.
성 의원은 “아무리 정치판이 냉혹하고 선거판이 무섭다고는 하지만 이렇게 남의 상처까지 약점으로 삼아 잔인하게 후벼 파도 되는 것인가?”라며 “윤 후보뿐만 아니라 전국의 모든 난임·불임 부부들의 가슴에도 대못을 박은 역대급 막말 중의 막말”이라고 평가했다.
또 “한준호 수행실장은 문제가 되자 해당 부분을 삭제했다고 하는데, 이후 한마디 사과도 하지 않고 있다. 게다가 이재명 후보는 자신의 수행실장이 이런 망언을 했는데도 일언반구 언급도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즉시 한준호 수행실장을 경질하고, 전국의 모든 난임·불임 부부들께 무릎 꿇고 사죄하라”고 촉구했다.
정의당도 “민주당과 이재명 후보는 책임 있는 입장과 조치 밝히라”고 요구했다. 오승재 정의당 대변인은 이날 국회 소통관 브리핑에서 “한준호 수행실장의 글은 ‘젠더감수성 없다’는 자백이다”며 “글을 지웠다고 하더라도, 정치적 책임까지 지울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오 대변인은 “정치적 비판과 문제 제기에도 지켜야 할 선이 있는 법이다”며 “대선 후보의 배우자라는 이유로 여성을 임신과 출산, 육아의 도구로 취급하는 일은 용납될 수 없으며, 필요성 또한 없다”고 했다.
또 “상대 후보를 공격하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해도 좋다는 생각은 한국 정치를 ‘괴물 집합소’로 만드는 결과만 초래한다”며 “국격은 영부인의 임신, 출산, 육아 여부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여성의 삶이 선진국인 나라가 될 때, 비로소 국격은 높아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한 의원은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두 아이의 엄마 김혜경 vs 토리 엄마 김건희. 영부인도 국격을 대변한다”고 썼다.
이 글은 출산 여부를 여성의 우열 기준으로 삼은 것처럼 해석돼 논란을 빚었다. 비난이 쏟아지자 한 의원은 문제의 구절을 ‘김혜경 vs 김건희’로 수정했으나 별도의 입장 표명은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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