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전면에 나설까.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의 국민의힘 선대위 등판이 임박하자 33년간 이어진 ‘이해찬 대 김종인’의 사실상 마지막 매치 성사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8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해찬 전 대표와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는 전날(17일) 여의도 모처에서 회동했다. 이 자리에선 선대위 문제와 정책 공약 등에 대한 이 전 대표의 조언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선대위 상임고문을 맡은 이 전 대표는 후방에서 이 후보에게 조언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 전 대표는 지난해부터 당 전면에 나서는 직함을 맡지 않고 있으나 수시로 당 주요 현안에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지난 경선에서도 물밑에서 이 후보에게 적지 않은 도움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이해찬 ‘구원 등판설’이 수면 위에 오른 것은 지금 민주당과 이 후보의 위기와 맥이 닿아 있다.
현재 선대위에서는 여러 차례 선거를 승리로 이끈 이력을 가진 이 전 대표 같은 중량급 인사의 컨트롤타워 역할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 가운데 비교적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국민의힘 선대위와 그 중심에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이 서기 시작했다는 것이 대조적으로 비치기 시작했다. 1988년 13대 총선 관악을 선거에서부터 2016년 20대 총선까지 번번이 충돌한 이 전 대표와 김 전 위원장의 대립의 역사가 다시 조명되는 것 또한 ‘이해찬 등판설’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여권 책사로 불리는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의 등판설 또한 이해찬 등판설과 같은 맥락에서 분출되고 있다.
단, 이 전 대표가 전면에서 역할을 맡을지를 두고, 이 전 대표를 잘 안다는 다수의 인사들은 일단 선을 긋고 있다.
한 여권 핵심 인사는 통화에서 “이 후보가 선대위 장악력을 키워야 하는 국면이기도 하고, 현 지도부의 상황 등을 고려하면 되레 좋지 않은 영향이 있을 수 있다. 당장 전면에 나서기에는 부담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가 전면에 나설 경우의 ‘순기능’ 여부를 두고도 의견이 갈리는 분위기다.
여권 원로인 유인태 전 사무총장은 이날 오전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전 대표가) 뭐하러 전면에 나서나. 중도 확장은 (이 전 대표의) 주특기가 아니지 않나”라며 외연 확대가 시급한 이 후보와의 현실과 맞지 않다고 봤다.
유 전 총장은 지난 2012년 대선 당시 이 전 대표가 박지원 당시 원내대표와 지도부에서 물러났던 사례를 들며 “그때도 둘이 나서는 것이 별로 도움이 안 된다고 해서 물러났다. 이 전 대표가 경선 때 이 후보에게 힘을 실어준 것으로 아는데 조언할 게 있으면 (전면에 나서지 않고) 조언하고 고치면 된다”고 말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이 전 대표가 전면에서 역할을 해주길 바라는 분위기는 있지만 더 극단적인 위기에 봉착하면 모를까, 지금 상황에선 마이너스(-) 효과가 크다고 보는 기류가 좀 더 우세하다”고 조심스럽게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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