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제20대 대통령 후보가 눈물을 보이고 사과를 하는 등 감성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본선 승리의 키를 쥔 중도층 표심을 잡기 위해 ‘거칠고 무섭다’, 싸움닭‘ 등 강성 이미지에서 벗어나야 공감 능력과 유연성을 갖춘 ’실용주의자‘로 변신하고 있는 것이다. 독단적이고 마초적인 이미지를 탈피하고 유연하고 실용적인 이미지로 탈바꿈해 현 정부에서 등을 돌린 중도층과 2030세대를 달래고 이들의 마음을 얻겠다는 포석으로 보인다.
이 후보는 22일 당과 선거대책위원회 쇄신 전권을 위임받은 뒤 처음으로 주재한 선대위 회의에 당 지도부 대신 취업준비생과 워킹망, 신혼부부, 청년창업가 등 청년들을 참석시켰다. 후보 선출 이후 회의를 주재할 때마다 줄곧 입었던 민주당 점퍼도 벗고 일상복을 입었다.
그는 선대위 회의 주재 중 민생·실용을 강조하다가 충청권 유세에 만난 95세 행상 등을 언급하며 울먹거렸다. 눈물을 참으려 헛기침을 하기도 했다.
그는 “95세씩이나 되는 어르신이 물건 조금 팔아보겠다고 시장 바닥에 쭈그리고 앉으셔서 머리도 다듬지 못하고 5000원 어치 토란 팔아보겠다고 애쓰시는 모습을 봤다”며 “그리고 또 저를 저를 끌어안고 우시는 분도 계셨다. 없는 사람, 가난한 사람 좀 살 수 있게 해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런 분들의 그 눈물을 제가 정말로 가슴으로 받아 안고 살아가고 있는지 그런 생각이 들었다”며 “이 땅의 약자들과 그 분들의 아픔을 개선하도록 1분 1초에 작은 권한까지도 최대한 잘 쓰겠다”고 울먹거렸다.
이 후보는 20일 충남 논산시 화지시장 방문 중 한 점포 앞에 쪼그려 앉아 있던 할머니가 ’힘 없는 사람은 죽는다‘고 호소하자 함께 눈물을 흘렸다. 토란을 파는 할머니가 귀가 안 들려 말을 이해하지 못하자 재차 눈물을 보인 바 있다. 그는 기자들과 만나 시장에서 고생하던 모친이 생각나 울었다고 설명했다.
이 후보 부인 김혜경씨도 21일 이 후보와 함께 대전현충원을 찾아 서정우 하사, 문광옥 일병 등 연평도 포격전 전사자 묘역을 둘러본 뒤 감정에 북받친듯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김씨는 이 후보의 약점으로 꼽히는 여성 표심 공략을 돕고 있다.
이 후보는 현안과 정책에 대해서도 유연한 모습을 노출하고 있다. 그는 22일 선대위를 주재하면서 거듭된 해명에도 자신을 얽매고 있는 대장동 공영개발 특혜 의혹에 대해 “나는 책임 없다고 말한 것 자체가 잘못임을 인정한다”며 “그 자체가 저의 책임이기 때문”이라고 거듭 사과했다.
이 후보는 20일에도 “(형수) 욕설 등 구설수에, 해명보다 진심 어린 반성과 사과가 먼저여야 했다. 대장동 의혹도 ’내가 깨끗하면 됐지‘ 하는 생각으로 많은 수익을 시민들께 돌려 드렸다는 부분만 강조했지, 부당이득에 대한 국민의 허탈한 마음을 읽는 데에 부족했다”고 고개를 숙인 바 있다.
그는 당초 대장동 특혜 의혹이 제기되자 ’국민의힘 게이트‘라며 강경 대응했다. 특히 경기도 국정감사에서는 국민의힘을 향해 “많은 사람들이 엄청난 규모의 사업에서 어떻게 인·허가권자가 돈을 안 받을 수 있냐고 의심하는데 부처 눈에는 부처가 보이고, 돼지 눈에는 돼지가 보이는 것”이라고 비꼬기도 했다.
그러나 여론이 진정되지 않자 대응 수위를 낮춰가고 있다. 그는 10일 ’검찰 수사가 미진할 경우‘라는 조건을 붙여 특검 수용 의사를 밝혔지만 8일만인 18일 ’수사가 매우 미진하다고 판단한다‘며 조건 없는 특검으로 선회했다. 다만 “직원 관리 잘못 이외 법률적 책임은 근거가 없다”는 입장은 고수하고 있다.
이 후보는 자신이 의제화한 ’전(全) 국민재난지원금 추가 지급‘도 ’추가 지급 유보 손실보상 대폭 확대‘라는 당의 건의를 받아들이는 형태로 물러섰다. 그는 “국민의 삶이 먼저라는 생각에서 드린 제안”이라고 설명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