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전두환 전 대통령의 빈소가 차려진 서울 서대문구 신촌 세브란스 병원 장례식장에는 전 전 대통령이 결성한 육사 출신 사조직 ‘하나회’와 5공화국 핵심 인사들의 발길이 이틀째 이어졌다. 정치권 인사들의 발길이 뜸해 빈소는 대체로 한산한 분위기였다. 한때 우리공화당 당원 등 조문객 100여 명이 한꺼번에 몰려 소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전날 근조화환을 보낸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24일 오전 빈소를 찾았다. 이날 정·관계 인사의 첫 조문이었다. 반 전 총장은 “인간은 공과가 있기 마련이다. 전 전 대통령이 과가 많은 건 틀림없다”며 “노태우 전 대통령처럼 (5·18 민주화운동 유혈 진압 희생자들에게) 용서를 구했으면 좋지 않았을까”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지낸 주호영 의원은 현역 국회의원 중 두 번째로 이날 빈소를 찾았다. 주 의원은 “평가는 역사가 할일이고 다만 돌아가셨으니 명복을 빌 따름”이라고 말을 아꼈다. 전날 전 전 대통령의 사위였던 윤상현 의원이 조문한 바 있다.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도 이날 빈소를 찾아 “5·18 민주화운동에 대한 무력진압은 씻을 수 없는 책임을 져야 된다”며 “(전 전 대통령이) 정식으로 정중하게 진심을 담아 사죄하고 용서를 구했어야 하는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김진태 전 의원은 이날 조문을 마친 뒤 “개인 자격으로 왔다”고만 했다. 재야 운동권 출신인 이재오 국민의힘 상임고문은 “전 전 대통령이 생전에, 현직에 있을 때 한 일은 역사적인 심판을 받을 것”이라면서도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 조문을 하는 것은 마땅한 예의”라고 밝혔다.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였던 홍준표 의원은 조문을 검토했다가 지지자들의 반대에 조문하지 않기로 했다. 홍 의원은 자신이 만든 커뮤니티 ‘청년의꿈’에 “조문을 가려고 했는데 절대적으로 반대 의견이 많다. 그 의견을 받아들이겠다”면서도 “그러나 고인의 명복은 빌어야겠다”고 했다.
전 전 대통령의 사조직인 ‘하나회’ 출신 허화평 전 대통령제1정무수석비서관, 장세동 전 국가안전기획부장, 김진영 전 육군참모총장, 오일랑 전 청와대 경호실 안전처장 등 5공화국 핵심 인사들의 발길도 계속 이어졌다. 김용갑 전 청와대 민정수석은 “노태우 전 대통령의 6·29 민주화 선언 당시 직선제 개헌 요구를 받아들인 이면에는 전 전 대통령이 있었다”고 했다.
이날 빈소에는 수감 중인 박근혜 전 대통령의 이름이 적힌 가짜 근조화환이 등장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전 전 대통령이 집권 초 민심 수습 방편으로 박정희 정부와 선 긋기에 나서면서 박 전 대통령은 18년간 사실상 공개 석상에 등장하지 못하는 등 악연으로 얽힌 바 있다. 박 전 대통령의 동생 박근령 전 육영재단 이사장은 이날 빈소를 찾아 “죽음이라는 것은 용서와 화해를 의미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의 부인 김옥숙 여사는 전날 근조화환을 보냈다. 유족 측은 이날 하루 동안 1200여 명(오후 5시 기준)이 조문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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