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와 선거대책위원회 구성을 두고 갈등을 반복하다가 일정을 무기한 취소하고 잠적한 이준석 대표가 부산을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KBS에 따르면 이 대표는 지난달 30일 김철근 당대표 정무실장, 김용태 청년위원 등 당 인사들과 함께 부산을 방문했으며 이유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답을 하지 않았다.
이 대표는 지난달 29일 초선 의원들과 저녁 자리를 하는 도중 페이스북에 “그렇다면 여기까지입니다”라는 글을 남겼다. 1시간 뒤엔 엄지를 내려 상대를 야유하는 모습을 그린 이모티콘인 ‘^_^p’을 올리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이 대표는 의원들과 소주 10병가량을 마셨다고 한다.
그리고 다음 날인 30일 오전 예정된 공식 행사 일정들을 전면 취소하고 휴대전화까지 끈 채로 잠적했다. 주변에는 사실상 당 대표 사퇴 의사까지 내비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윤 후보 최측근인 권성동 사무총장이 이 대표의 서울 노원구 사무실을 찾았지만 만나지 못했다.
윤 후보 측에서는 2030세대 등 청년층 지지 확보를 위해 이 대표와 같이 가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이 대표가 대선국면에 후보와 주도권 다툼을 벌이려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반발하는 내부 기류도 상당하다.
부산과는 연고가 없는 이 대표가 윤 후보와의 대화를 거부하고 부산을 찾자 정치권에서는 이 대표가 2016년 김무성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전 대표의 ‘옥새 파동’을 떠올리도록 의도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당시 4월 총선을 앞두고 친박(친 박근혜)계 의원들과 공천 방식을 두고 갈등을 빚던 김 전 대표는 후보자 등록 마감을 하루 앞두고 추천장 날인을 거부한 채 부산 영도 다리를 찾은 바 있다. 옥새 파동 이후 새누리당은 그 해 총선에서 낙승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패배했다. 이후 2017년 대선, 2018년 지방선거에 이어 21대 총선까지 전국단위 선거 4연패를 기록하며 당은 내리막길을 걸었다.
다만 ‘부산일보’에 따르면 이 대표는 김철근 정무실장을 통해 이성권 부산시 정무특보에게 저녁 식사를 제안했으며 이 자리에서 침례병원 공공병원화 문제와 가덕신공항 등 지역 현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는 최근 당 상황과 관련한 이 특보의 질문에는 일절 답변하지 않았다고 한다.
한편 1일 충남 천안 독립기념관을 방문하고 기자들과 만난 윤 후보는 이 대표의 부산행에 대해 “자세한 이야기는 만나서 들어봐야 할 것 같다. 무리하게 연락하는 것보다 (이 대표가) 생각을 정리하고 당무에 복귀하면 연락을 취해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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