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나서야” “파국 가기 쉬워”…한미 北전문가들 종전선언 놓고 시각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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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년 12월 1일 17시 59분


한미 북한 전문가들이 30일(현지시간) 우드로윌슨 센터가 워싱턴DC 윌라드 호텔에서 개최한 ‘북미 관계 전망’ 관련 세미나에 참석하고 있다. © 뉴스1(워싱턴특파원단 제공)
한미 북한 전문가들이 30일(현지시간) 우드로윌슨 센터가 워싱턴DC 윌라드 호텔에서 개최한 ‘북미 관계 전망’ 관련 세미나에 참석하고 있다. © 뉴스1(워싱턴특파원단 제공)
한·미가 추진하고 있는 한국전 종선선언을 놓고 양국의 북한 문제 전문가들이 뚜렷한 시각차를 보였다.

홍현익 국립외교원장과 김기정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 고유환 통일연구원장 등 우리측 인사들은 한반도 비핵화와 북미 및 남북 대화 재개의 ‘입구’로서 종전 선언의 필요성과 미국의 적극적인 관여를 주장한 반면, 프랭크 자누지 맨스필드재단 대표 등 미측 전문가들은 종전선언이 주한미군 철수와 유엔사 해체, 한미동맹 균열 등을 초래할 위험성 등을 제기하면서 부정적인 시각을 보였다.

홍 원장은 30일(현지시간) 오전 미국 우드로윌슨센터가 워싱턴DC 윌러드 호텔에서 ‘북미 관계 전망’을 주제로 열린 세미나에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 2018년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이후 김 총비서는 약속했던 사항들을 대체로 이행하는 등 성의를 보였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은 사실상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고 지적하면서 “북한 입장에선 미국은 믿을 수 없는 나라”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의 종전선언 제안에 대해 미국이 적극적으로 동참해주길 바란다면서 “(북한보다) 핵무기를 300배 이상 갖고 있고, 경제가 600배 앞선 미국이 이제는 북한이 핵을 포기할 진정한 기회를 줘야 한다. 첫 번째 시작은 북한이 미국을 믿을 수 있게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 원장은 “종전선언이 안 되면 내년 여름은 굉장히 위험한 여름이 될 것”이라면서 “북한이 인내심을 갖고 참는 것은 내년 3월까지라 본다”라고 말했다. 북한이 내년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과 3월 한국 대선까지는 지켜보겠지만 이후 4월부터 미국의 중간선거가 있는 11월 사이에 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게 홍 원장의 주장이다.

그는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이 있어 냉전 종식이 가능했다면서 “지금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를 고르바초프로 만들어야 한다. 김 총비서는 고르바초프가 되려고 나섰는데, 오히려 우리가 이오시프 스탈린으로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니냐. 바이든 행정부가 관용있게 전향적으로 생각해서 북한에게 핵을 포기할 기회를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 원장도 “한반도 상에서의 정치적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는데 있어 종전선언이 가능성 있고, 북미간 화해의 관점에서도 종전선언은 유용하고 실용적이라고 생각한다”면서 “평화로운 공존이 이뤄지는 한반도 상에서 미국의 이익이 좀 더 극대화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종전선언은 (한미) 동맹이나 주한미군, 유엔사령부 등 어떤 것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며 “유엔사는 평화협정을 얘기할 때 거론되지, 종전선언과는 상관없다”라고 강조했다.

고 원장은 “종전선언은 북한이 원하는 적대시 정책 철회와 관련된 의지를 밝히는 상징적 조치”라며 “한국전처럼 70년간 전쟁을 종전하지 않은 전쟁이 없다. 바로 평화협정으로 갈 수가 없기 때문에 한미동맹 체제 등 복잡한 문제 없이 적대시 정책 철회를 시작하자는 의미이기 때문에 너무 많은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고 원장은 “(일부에선) 다음 한국 새 정부가 종전선언을 뒤집어엎는 것 아니냐 하지만, 북핵 고도화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것을 방치하면 핵보유국을 사실상 인정하게 될 수밖에 없다. 한국의 다음 정부도 대화가 재개되는 것에 대해서 반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기정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과 홍현익 국립외교원장, 고유환 통일연구원장은 30일(현지시간) 우드로윌슨 센터가 워싱턴DC 윌라드 호텔에서 개최한 ‘북미 관계 전망’ 관련 세미나에 참석하고 있다.© 뉴스1(워싱턴특파원단 제공)
김기정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과 홍현익 국립외교원장, 고유환 통일연구원장은 30일(현지시간) 우드로윌슨 센터가 워싱턴DC 윌라드 호텔에서 개최한 ‘북미 관계 전망’ 관련 세미나에 참석하고 있다.© 뉴스1(워싱턴특파원단 제공)

이에 대해 미국 전문가들은 비판적인 시각을 보였다.

데이비드 맥스웰 미국 민주주의수호재단(FDD)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협박 외교와 무력을 통해 한반도를 점령하고자 하는 모습들을 보여왔다”며 “김씨 정권의 생존을 위한 방식을 해 왔고, 그런 방식은 지난 70년간 크게 변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맥스웰 연구원은 “종전선언은 김 총비서가 받아들이고, 동기부여가 돼서 할 것이라는 가정에 의해서 하는 것”이라며 “종전선언이 마법같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줄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고 했다. 그는 “(대북 제재의 목적은) 북한의 잘못된 행동을 교정하기 위한 것”이라며 “스냅백 제도는 역사적으로 봤을 때 그다지 효과적이지 못했다”고 했다.

맥스웰 연구원은 “종전선언은 한국이나 미국에 있는 일부 사람들 중 한반도 안보 문제의 원인이 미국의 행동 때문이라고 믿는 사람들에게 힘을 실어줄 수 있다”면서 “주한미군 철수 등 굉장히 파국으로 가기 쉬운 측면이 있다. 미국의 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지속적으로 유엔안보리 결의안을 위반하는 미사일 발사시험을 하고 있는 것을 지적한 뒤 “북한이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을 발사 안 했다고 칭찬해주는 것은 ‘오늘 살인 안 하고 강도짓하니 잘했다’고 칭찬해주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비판했다.

클링너 연구원은 한국 정부가 종전선언이 실제적으로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상징적 선언이라고 주장하는 데 대해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북한은 한반도에서 병력을 줄이는 것을 요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누지 대표도 “(종전선언이) 군사훈련이나 주한미군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면 북한 입장에선 공허한 제스처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라며 “종전선언은 파국으로 가기 쉬운 조건을 다 갖고 있다. 종전선언에 전제조건을 달자는 게 아니라 환불이 불가한 계약금 같은 게 있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스캇 해럴드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종전선언은 리스크가 있다”면서 “한국이 종전선언을 너무 밀어붙이면 미국과의 신뢰를 다치게 할 수 있고, 한미 관계에 큰 해를 입힐 수 있다”고 주장했다.

(워싱턴=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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