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정수소 중심의 수소경제로 전환을 가속화하기 위한 ‘수소법 개정안’이 결국 국회에 발목이 잡혔다. 정기국회 내 처리가 사실상 불발된 가운데 개정안을 근거로 내년부터 수소발전을 주요 발전원으로 활용하려던 정부 구상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정부의 수소경제활성화 로드맵에 따라 국내 주요 기업들이 이미 수십조 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발표한 가운데 국회가 업계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7월 더불어민주당 송갑석, 이원욱, 정태호 의원 등이 발의한 수소법 개정안은 전날 법안소위에 심의 안건으로 상정됐지만 시간 부족으로 논의되지 못하고 무산됐다. 7월과 지난달에 이어 세 번째다. 여당 산자위 관계자는 “물리적으로 이달 9일까지인 정기국회 내 통과는 어렵게 됐고, 임시회를 기대해야 한다”며 “다만 아직 임시회 일정도 안나와 연내 처리는 불투명”이라고 했다.
수소법 개정안은 올해 2월부터 시행된 수소법이 수소경제를 육성하기 위한 기구와 정책 마련 등 선언적 내용만 담고 있다는 지적에 따라 청정수소 인증과 청정수소발전의무화제도 도입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정부도 최근 ‘수소경제 성과 및 수소선도국가 비전’을 발표하고 “수소가 대한민국이 주도하는 첫 번째 에너지가 될 수 있도록 속도감 있게 수소경제 생태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탄소경제에서 수소경제로의 전환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이고 미래의 국가경쟁력과 직결되고 있다”며 “‘청정수소 선도국가’를 대한민국의 핵심 미래전략으로 삼아 강력히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현대차그룹과 SK그룹, 포스코그룹 등 국내 주요 기업들 역시 올해 9월 한국판 수소위원회인 ‘코리아 H2 비즈니스 서밋’을 출범시키며 수소경제 산업에 본격 뛰어들었다. 특히 현대차와 SK, 포스코, 한화, 효성 등 5개 그룹은 2030년까지 수소 생산과 유통, 저장, 활용 등 수소경제 전 분야에 43조4000억 원 규모의 투자를 발표했다.
하지만 정작 국회에서 이를 지원하기 위한 개정안이 세 번째 불발되면서 정부 정책을 믿고 투자를 약속한 기업들만 속앓이를 하는 상황. 수소법 개정안 심의가 지연되는 데에는 “수소는 비싸고 제조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 “수소경제에 거품이 많다”는 여당 내 일부 반대 의견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3일 소위에서 민주당 양이원영 의원은 “지금 우린 그린수소가 없고 대부분 그레이수소 아니면 부생수소를 쓴다”며 “수소(경제를) 하면 할수록 효율은 떨어지는데 이산화탄소는 마찬가지로 나온다”고 반대 의견을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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