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잠행을 이어가는 이준석 대표를 만나기 위해 3일 제주도로 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 후보의 제주행이 파국으로 치닫고 있는 당 분위기를 정상궤도로 돌려놓을지 주목된다.
3일 국민의힘 관계자에 따르면 윤 후보는 이 대표를 만나기 위해 3일 오전 비행기를 타고 제주도로 갈 예정이다. 전날 윤 후보와 만난 홍준표 의원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윤 후보가) 이 대표를 만나기 위해 내일 제주를 간다고 한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지난달 30일부터 3일까지 나흘째 모든 당무와 일정을 무기한 연기하고 공개 메시지를 자제하면서 부산과 순천, 제주 등 지방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앞서 이 대표는 당 선대위 인사 인선 국면에서 윤 후보 측과 반복적으로 갈등하며 ‘대표 패싱’ 논란에 휩싸였다. 표면적으로는 이 대표가 반대한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를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영입한 문제 등이 발단이 됐지만, 갈등의 근원에는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선대위 합류 문제 등 여러 현안이 얽혀 있다는 분석이 많다.
윤 후보가 이 대표를 만나 ‘당대표 패싱’ 논란 등으로 축적된 이 대표의 불만을 누그러뜨리고 당무에 복귀시킨다면, 이 대표의 잠행으로 혼란에 빠진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가 정상 가동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 대표는 윤 후보 측을 향해 직접적인 불만을 표출하고 있는 상태여서 설득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 대표는 전날 오후 JTBC 뉴스룸과의 화상 인터뷰에 출연해 “‘검찰총장은 법무부 장관의 부하가 아니다’라는 말의 울림이 지금의 후보를 만들었다고 본다”라며 “똑같이 말씀드린다. 당 대표는 적어도 대통령 후보의 부하가 아니다”라고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윤 후보가 이 대표 설득에 성공한다 하더라도 양측에는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총괄선대위원장으로 합류시키는 문제, 이 대표의 역할 설정 등 여러 과제가 남아있다.
윤 후보가 ‘제주행’을 결정하게 된 배경에는 당 내홍이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지는 상황에서 그가 전날 오후 만났던 당 상임고문들의 조언이 상당 부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윤 후보는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63스퀘어의 한 식당에서 당 상임고문단과 오찬 회동을 했다.
자리에 참석한 신경식 고문은 “김종인씨와 이 대표 두 사람 때문에 당이 여러 가지로 상처를 입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두 사람(김종인·이준석)이 큰 표를 주는 배경을 가진 분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두 사람을 끌어안고 가지 못할 때는 (윤 후보가) 포용력 없는, 검찰에서 법을 휘두르는 성격으로 정치를 한다(는 평가를 받아) 잃어버리는 표가 상당히 많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오늘 밤 당장이라고 이 대표가 머물고 있다는 경상도 바닷가를 찾아가 다시 같이하자고 하고 서울로 끌어오면 내일부터 분위기가 달라질 것”이라고 조언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