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선 정치인의 신선함은 기성 보수정치의 틀을 혁신적으로 뒤엎을 가능성을 제시하지만 기성정치권과 합을 맞춰나가는 과정에서 작지 않은 마찰음이 수반된다. 윤석열 대선 후보와 이준석 대표 체제가 들어선 국민의힘에서는 4선의 김기현 원내대표가 이 같은 마찰음을 줄일 윤활유 역할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 원내대표의 경륜과 노련함이 이 대표의 신선함을 빛나게 해주고 이것이 윤 후보의 지지세 확장을 견인할 수 있는 하나의 ‘선순환’ 궤도가 만들어졌다는 평가다.
6일 국민의힘에서는 윤석열 후보와 이준석 대표가 고조되는 신경전 속에서 극적으로 화해한 데에는 김기현 원내대표의 공이 컸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날 복수의 국민의힘 관계자에 따르면 김 원내대표는 이 대표의 잠행 나흘 차인 지난 3일 오전 이 대표에게 울산에서 만나자고 제안했다. 이 대표는 이에 응했다. 김 원내대표는 당일 오후 예정돼있던 공개일정을 취소한 뒤 윤 후보가 있는 당사로 향했다.
김 원내대표는 비공개 선대위회의에서 윤 후보에게 ‘오늘 저녁 이 대표와 만나기로 했다’며 합류할 것을 제안했고 윤 후보는 긍정적인 뜻을 보였다고 한다. 김 원내대표는 회의를 마친 뒤 급히 비행기를 끊었다. 울산공항행 비행기가 없어 부산행 비행기에 대신 몸을 싣는 ‘경유 노선’을 택했다.
비슷한 시각 윤 후보는 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이 대표를 만나고 싶다”, “이 대표를 만날 때마다 번뜩이는 아이디어에 늘 감탄한다”고 치켜세웠다. 김 원내대표의 중재로 화해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김 원내대표의 공에 대해서는 당내 이견을 찾기 힘들다. 윤 후보 측 관계자는 이날 뉴스1에 “김 원내대표가 적기에 적절한 도움을 주셨다”며 “유한 것처럼 보이지만 카리스마와 결단력이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전했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도 “이 대표가 김 원내대표를 깊이 신뢰하기 때문에 울산 회동이 성사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30대 0선인 이준석 대표는 취임 이후 현역 의원들의 끊임없는 견제 대상이 되어왔다. 김 원내대표는 때로는 이 대표를, 때로는 지도부와 의원들을 설득했다.
일례로 이 대표가 지난 7월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TV토론에서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에 전격 약속한 것은 당 의원들의 공개적이고 거센 반발을 불렀다. 당시 지도부를 포함해 수많은 의원들이 김 원내대표를 찾아가 불만을 토로했고 김 원내대표는 심야의 긴급하게 이 대표를 만나 당내 상황을 설명하는 등 갈등 봉합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준석 비토론’은 표면적으로나마 급격하게 사그라들었다.
이어지는 대선 경선 과정에서는 원희룡·윤석열 당시 경선 후보가 이 대표와 날 선 신경전을 벌였다. 사태는 녹취록 파동에 이어 ‘이준석 탄핵론’으로 번졌다. 김 원내대표는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최고위원들에게, 회의장 밖에서는 당 의원들에게 이 대표에 대한 공격을 강하게 만류한 것으로 전해진다.
국민의힘 한 다선 의원은 통화에서 “사람이 누구나 장·단점을 가지는데 이 대표의 작은 단점이 큰 장점을 가리지 않도록, 오히려 그 장점이 본연 그대로의 빛을 최대한 발하도록 한 데에는 김 원내대표의 역할이 크다”면서 “(이같은 지적에는) 누구라도 동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차기 대선을 앞둔 국민의힘에서는 청년층 소구력이 큰 이준석 체제가 들어선 것이 행운이라는 평가가 대체적이다. 급기야 최근에는 이 대표가 선대위의 홍보 업무를 총괄하면서 윤 후보의 인기도 이 대표에 견인돼가는 모양새다.
지난달 윤 후보와 이 대표가 신림동 거리를 깜짝 방문했을 때 청년층 사이 윤 후보의 인기는 이 대표를 능가하는 것처럼 보였다. 당시 이 대표는 청년들에 둘러싸인 윤 후보를 멀찍이 바라보면서 당 관계자에게 “우리가 10년 사이 이런 일이 있었나”라며 웃었다.
‘10년 사이 없었던’ 정치 신인 윤 후보와 30대 이 대표가 쌍끌이로 외연 확장에 나서는 동안 김 원내대표의 역할 역시 같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김 원내대표는 통화에서 “지금 주인공은 윤 후보와 이 대표다. 제가 주목받을 때가 아니다”라며 “전 못 마시는 폭탄주를 (울산에서) 마신 것 말고는 한 게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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