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가 종전선언 협의 과정에서 북한에 대한 접촉도 진행했던 것으로 알려지며 북한이 9~11월 중에 비공개로 연 정치국 회의의 내용, 비공개 개최의 배경이 무엇일지도 주목되고 있다.
북한은 지난 9월2일 당 중앙위원회 8기 3차 정치국 확대회의를 진행했다. 이후 이달 1일 5차 정치국 회의를 진행했다고 밝혔는데, 4차 정치국 회의 개최 사실은 북한 매체에 한 번도 보도된 바가 없어 ‘비공개’로 진행한 것이 기정사실화 된 상황이다.
북한이 비공개로 당 회의를 진행하는 것이 처음은 아닌 것으로 파악되지만, 흔한 방식도 아니다. 북한은 통상 주요 당 회의를 통해 결정한 내용을 관영매체를 통해 대대적으로 보도하며 대내외에 이를 알리기 때문이다.
4차 정치국 회의가 열렸을 가능성이 있는 9월 초~11월 말 사이 북한, 한미의 동향을 보면 주목할 부분이 있다.
북한은 9월 초 3차 정치국 회의 이후 9월16일 김여정 당 부부장의 담화를 통해 대외, 대남 행보를 재개했다. 당시 남북이 ‘군비경쟁’을 하듯 무기 공개 행보를 이어가는 상황에서 나온 담화기도 했다.
이후 문재인 대통령이 유엔총회에서 종전선언 추진을 다시 제안하고, 북한은 9월24일 김 부부장의 담화를 통해 “나쁘지 않다”면서도 국방력 강화 동향에 대한 한미의 이중기준 및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가 대화의 선결 조건임을 강조했다.
그리고 다시 25일 담화에서 그는 남북 공동연락사무소의 재설치, 정상회담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9월29일에는 김정은 총비서의 연설이 나왔다. 그는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을 통해 남북 통신연락선의 복원 의사를 공개적으로 표출했다. 북한의 대남, 대외 행보 재개가 본격 궤도에 올랐음을 보여 주는 대목이었다.
김 총비서 역시 최고인민회의 연설에서 종전선언 문제에 관심을 드러냈다. 이어 10월 국방발전전람회 연설에서는 “남한과 미국은 주적이 아니다”라고 언급하면서 대화 재개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미는 종전선언 논의를 심화시켰다. 북한에 제안하기 위한 한미의 종전선언 안이 문안 협의 단계까지 갔다는 것이 확인됐다. 뒤늦게나마 이 과정에서 북한에 접촉을 시도했다는 사실도 파악됐다.
북한의 4차 정치국 회의는 이 같은 상황들이 숨가쁘게 진행 중인 가운데 개최됐을 가능성이 높다.
회차가 매겨지는 정치국 회의는 김 총비서가 단순히 주요 사안을 간부들과 논의만 하는 자리가 아니라 어떤 결정이 도출되는 자리인만큼 대남, 대외 사안과 관련한 새로운 결정이나 방향성이 정해졌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북한은 이달 1일에 열린 정치국 회의에서는 올해 주요 성과를 결산하고 올해를 ‘승리의 해’로 선언했다. 대외 사안에 대해서는 언급이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연말 전원회의 개최를 결정하기도 했다. 한미의 종전선언 논의, 중국의 종전선언 관심 표명이 이어지는 상황에서다.
북한은 연말 전원회의를 통해 내년도 계획을 수립할 것이라고 밝혔다. 필연적으로 대남 및 대외 기조도 확정, 발표될 것이 분명해 보인다.
한미의 종전선언 논의의 ‘심화’ 수준, 북한이 바쁘게 돌아갔던 외교 국면에서 4차 정치국 회의를 비공개로 연 이유는 북한의 신년 메시지를 통해 역추정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일단 북한은 다시 대외 사안에 대한 언급을 자제하며 연말 경제 결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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