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갈등 상황서 한국 종전선언 추진… 中의 對韓 영향력 커져”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2월 13일 03시 00분


코멘트

[화정평화재단 워싱턴 학술회의]
한반도의 안보 도전: 평화와 안정을 위한 전망
한미안보연구회 공동주최

동아일보 부설 화정평화재단과 한미안보연구회가 공동 주최한 제35회 국제안보학술회의가 10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 허드슨연구소에서 열렸다. 왼쪽부터 윌리엄 뉴컴 전 유엔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 위원, 고든 창 변호사 겸 대북 전문가, 박용옥 전 국방부 차관, 제임스 듀랜드 국제한국학회지 편집장, 김태우 전 통일연구원장.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lee@donga.com
동아일보 부설 화정평화재단과 한미안보연구회가 공동 주최한 제35회 국제안보학술회의가 10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 허드슨연구소에서 열렸다. 왼쪽부터 윌리엄 뉴컴 전 유엔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 위원, 고든 창 변호사 겸 대북 전문가, 박용옥 전 국방부 차관, 제임스 듀랜드 국제한국학회지 편집장, 김태우 전 통일연구원장.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lee@donga.com
《미국이 주도한 베이징 겨울올림픽에 대한 ‘외교적 보이콧’과 민주주의 정상회의로 미중 갈등은 갈수록 격화하고 있다. 미국이 ‘쿼드(Quad·미국 일본 호주 인도의 4자 협의체)’와 ‘오커스(AUKUS·미국 영국 호주가 결성한 3자 협의체)’를 출범시키면서 인도태평양 지역이 신냉전의 격전지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정체에 빠진 북핵 문제는 좀처럼 돌파구를 찾지 못하면서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환경이 급변하고 있는 상황. 10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 허드슨연구소에서 동아일보 부설 화정평화재단(이사장 남시욱)과 한미안보연구회가 공동 주최한 제35회 국제안보학술회의에서 한미 안보 전문가들은 미중 갈등과 북핵 문제를 두고 한국의 바람직한 외교 전략에 대한 격론을 벌였다.》

“한국은 아시아의 ‘콕핏(cockpit·투계장)’이다.”

니컬러스 에버스탯 미국기업연구소(AEI) 선임연구원은 미중 갈등이 한국 안보에 미칠 영향을 언급하며 이같이 지적했다. 에버스탯 선임연구원은 “한국이 평화를 누릴 수 있었던 배경에는 미국의 억제(deterrence) 정책과 대중국 유화정책이 있었지만 지금 이 두 정책에 큰 문제가 생겼다”고 했다. 1971년 당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던 헨리 키신저의 중국 방문으로 열린 미중 데탕트 시대가 미중 갈등으로 막을 내리고 있는데다 중국, 북한의 핵위협이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이 높아지면서 한반도 평화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는 것.

특히 한미 안보전문가들은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핵무기 사용 조건을 상대의 핵공격 위협으로 제한하는 이른바 ‘단일목적(sole purpose)’ 원칙을 도입하면 한국에 제공된 미국의 핵우산(nuclear umbrella)이 약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윌리엄 뉴컴 전 유엔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 위원은 “불확실성이 있으면 상대가 모든 가능성에 대해 계획을 세워야 한다. 핵우산 약속에는 불확실성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한국의 핵재무장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렸다. 김태우 전 통일연구원장은 “이제 대북정책은 어떻게 북핵을 억제하고 동맹의 안전을 보장하느냐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핵균형(nuclear parity) 전략을 내놨다. 원자력 핵잠수함 배치 등을 통한 미국의 핵우산 강화는 물론 전술핵 재배치, ‘환태평양 민주 핵동맹(Trans-Pacific Democratic Nuclear Alliance)’이 필요하다는 것. 이에 대해 뉴컴 전 위원은 “한국의 핵개발에 대해 100% 반대한다”며 “(한국의 핵무장은) 핵확산금지조약(NPT) 해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반박했다.

미중 갈등 격화 속에 한미 동맹의 강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았다. 북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이 감소되고 있는 만큼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중국과 밀착하기보다는 한미관계 및 한미일 협력을 강화하는데 집중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고든 창 변호사 겸 대북 전문가는 “문재인 정부는 중국과의 협상을 통해 종전선언을 추진하고 있다”며 “한국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은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팬데믹으로 북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은 매우 제한적이 됐다”며 “김정은은 2020년 1월 중국과의 국경을 폐쇄하도록 명령하면서 북한과 중국의 무역 규모는 80% 이상 떨어졌다”고 했다.

한미일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선 한일 간 관계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임스 듀랜드 국제한국학회지 편집장은 “문재인 정부가 일본과의 협상에서 안보·경제와 과거사 문제를 분리하는 ‘투트랙’ 전략을 추진했지만 전혀 작동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일본은 2021년 국방백서에 중국을 일본의 가장 중요한 위협으로 지목했다”며 “이 같은 중대한 변화로 (일본이) 어떠한 형태의 3자 협력도 추진할 전망이 극도로 낮아졌다”고 했다. 이에 대해 최병혁 전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은 “북핵·미사일 위협이 상존하는 만큼 일본은 한국 미국과의 3자 협력을 유지하고자 할 것”이라며 “한국은 민주적 가치를 공유하는 미국 일본 등과 동맹 체제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북정책과 관련해선 대북제재의 실효성을 높여 북한을 협상장으로 이끌어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미연합사령관을 지낸 존 틸럴리 한미안보연구회 공동회장은 “근본적인 문제는 어떻게 북한 주민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 (북한의) 잔인한 독재를 멈출 수 있냐는 것”이라며 “사이버 억지(cyber deterrence)와 북한 정권 핵심을 겨냥한 더욱 강력한 제재 등 다양한 수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北인권, 남북대화에 밀려선 안돼… 대북전단법 폐기를”

“김정은과 대화로 인권 해결 못해… 北주민에 직접 실질적 정보 줘야”

10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국제안보학술회의 중 ‘인권과 한반도의 미래’ 세션에 참가한 전문가들은 북한과의 대화 재개를 위해 인권문제를 후순위로 미루는 접근방식을 더 이상 지속해서는 안 된다고 촉구했다.

조지 허친슨 한미안보연구회 이사는 “북한 인권문제의 근본적 원인은 핵무기나 식량부족, 남북간 협력 부족이 아니라 북한의 헌법과 인권을 부정하는 정권”이라며 “지금까지 인권문제가 이런 다른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있어 종속되는 의제가 돼 왔다”고 지적했다. 대북 압박 차원에서 강조되기도 했던 북한의 인권문제는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 당시 북한의 관여를 촉진시키기 위해 후순위로 밀렸고 결국 완전히 방기돼 버렸다는 진단이다.

허친슨 이사는 “한국에서 북한 인권은 보수와 진보 간 이념적 논쟁의 대상”이라며 “보수와 진보 양쪽의 접근방식에서 중간 지점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진보 쪽에서 더 많은 진척이 필요하다”며 “인권에 대한 문제제기를 정권에 대한 공격으로 받아들이는 북한의 논리도 받아줘서는 안 된다”고 했다. 그는 보수 진영을 향해서도 “인권문제를 무기화해선 안 된다”며 쓴소리를 했다.

그는 북한인권 개선을 위한 구체적 방안으로 “인권에 관심이 전혀 없는 김정은 정권을 상대하지 말고 북한 주민들에게 직접적으로 다가가 도움이 되는 정보를 전해야 한다”며 대북전단법의 수정 혹은 폐기를 촉구했다. 또 2016년 통과된 북한인권법 등 한국이 갖고 있는 북한인권 관련법들부터 충실히 이행하라고 조언했다.

그레그 스칼라튜 북한인권위원회(HRNK) 사무총장은 이번 회의가 열린 12월 10일이 ‘세계인권의 날’임을 상기시킨 뒤 한국이 유엔총회 제3위원회의 북한인권결의안 채택에 불참한 결정을 비판했다. 그는 “유엔이 북한인권결의안을 매년 채택하고 이 문제가 국제형사재판소(ICC)에서 반인권 범죄로 다뤄질 가능성을 인식한 북한이 인권 문제에 신경 쓰기 시작했다”며 한국과 국제사회가 목소리를 더 높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앞으로 몇 달 안에 대북 인도적 지원에 대한 검토가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이유로 한 북한의 봉쇄정책이 풀리는 시점에 북한의 인권상황을 개선할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봉영식 연세대 통일연구원 교수는 “북한 인권에 대한 지난 30여 년의 기록은 완전한 실패”라며 “중단기적으로 북한 인권침해와 군사적 도발은 더 심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외부 정보가 유입되고 경제 협력이나 지원이 이뤄지면서 인권상황이 개선되는 연쇄 효과는 북한에서는 아직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학술회의 참가자 명단
◆ 개회사

▽ 개회 연설

김병관 한미안보연구회 공동회장(전 한미연합사 부사령관)

존 틸럴리 한미안보연구회 공동회장(전 한미연합사령관)

그레그 스칼라튜 북한인권위원회(HRNK) 사무총장

오인환 국제한국학회 부의장

브루스 벡톨 미국 텍사스주 앤젤로주립대 교수

◆ 패널토의1(사회: 박용옥 전 국방부 차관)

▽ 발표자 △ 제임스 듀랜드 국제한국학회지 편집장

△ 고든 창 변호사 겸 대북 전문가

△ 김태우 전 통일연구원장

▽ 토론자 △ 윌리엄 뉴컴 전 유엔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 위원

△ 최병혁 전 한미연합사 부사령관

△ 니컬러스 에버스탯 미국기업연구소(AEI) 선임연구원

◆ 오찬 연설 △ 존 틸럴리 한미안보연구회 공동회장(전 한미연합사령관)

◆ 패널토의2(사회: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수호재단 선임연구원)

▽ 발표자 △ 조지 허친슨 한미안보연구회 이사

△ 그레그 스칼라튜 북한인권위원회(HRNK) 사무총장

△ 봉영식 연세대 통일연구원 교수

▽ 토론자 △ 트로이 스탠거론 한미경제연구소(KEI) 소장

△ 브루스 벡톨 미국 텍사스주 앤젤로주립대 교수

△ 홍성표 아주대 교수


#화정평화재단 워싱턴 학술회의#한반도#평화#안정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