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을 위한 한국군 능력 검증 평가 시점을 놓고 한미 군 당국이 거듭 엇갈리는 발언을 내놓고 있다. 전작권 전환을 원하는 한국 정부와 이에 부정적인 미국 정부 간 이견이 드러나면서 평가 시점이 오락가락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존 커비 국방부 대변인은 13일(현지시간) 정례 브리핑에서 미래연합사령부 완전운용능력(FOC) 검증 평가 시점과 전작권 조기 환수에 관한 질문에 “(한·미) 양측은 FOC를 여름쯤(sometime in the summer)에 평가하기로 동의했다”고 밝혔다.
이는 최근 나온 서욱 한국 국방장관의 발언은 물론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 발언과도 다른 내용이다.
한미 정부는 전작권 전환 이후 한국군이 주도하는 미래연합사령부의 운용능력을 평가하기 위해 3단계 역량 평가를 하고 있다. 1단계인 기본운용능력(IOC) 평가는 2019년 마쳤지만 지난해 코로나19 등으로 연합훈련이 축소되거나 취소되면서 2단계인 FOC와 3단계 완전임무수행능력(FMC) 평가는 이뤄지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은 지난 2일 서울에서 한미안보협의회의(SCM)를 가진 뒤 공동 기자회견을 통해 “서욱 장관과 저는 내년 후반기 연합지휘소훈련(CCPT) 간에 미래연합사의 완전운용능력을 평가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후반기 연합지휘소훈련은 매년 8월에 열린다. 오스틴 장관은 여름 실시를 예고한 셈이다.
그런데 이후 청와대에서 오스틴 장관의 발언이 다소 바뀌었다. 오스틴 장관은 당일 오후 청와대 예방 때 문재인 대통령에게 “내년 후반기보다 앞당겨 실시하는 방안을 폴 라캐머라 한미 연합사령관과 더 논의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방부도 “거기(청와대 예방)에서 평가 자체를 조기에 실시하는 가능성에 대한 논의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며 FOC 검증 평가 조기 실시를 시사했다.
FOC 검증 평가를 앞당긴다는 것은 3월 한미연합군사훈련 때 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름에 이뤄질 검증 평가를 봄에 실시하자는 것이다.
전작권 전환 시점을 최대한 앞당기려는 청와대와 한국군 입장에서는 봄에 FOC 검증 평가를 하는 것이 낫다. 서욱 국방장관은 지난 12일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FOC를 내년도에 하는 것으로 대략 정리했는데 저희 여망은 이걸 좀 빨리 수 없는가라는 것”이라며 “오스틴 장관이 군사 당국에 (FOC를) 내년 봄쯤에 할 수는 없는지 검토해보란 요청이나 지시를 했다”고 3월 실시를 언급했다.
이런 상황에서 미 국방부 대변인이 재차 여름 실시를 언급하자 혼란스럽다는 반응이 나온다. 커비 대변인이 한미 군 당국 간 물밑 협의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다만 일각에서는 전작권 전환에 미온적인 미국 정부가 내년 5월 출범할 한국 차기 정부와 재협의를 고려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한국 내 보수 진영과 진보 진영이 전작권 전환을 바라보는 시각이 다른 만큼 미국 군 당국이 한국 대선 결과를 지켜본 뒤 대응하려는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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