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17일 부인 김건희 씨의 허위 경력 기재 의혹과 관련해 “제 아내와 관련된 논란으로 국민들께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고 공식 사과했다. 전날까지만 해도 ‘사과보다 사실관계를 따지는 게 먼저’라는 입장을 고수했던 윤 후보가 하루 만에 고개를 숙인 것. 김 씨가 2007년 수원여대에 제출한 겸임교수 초빙 지원서에 적은 수상 이력과 경력이 허위라는 의혹이 나온 지 사흘 만이다. 지지율이 하락세를 보이고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사를 지휘했던 윤 후보가 내로남불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비판이 이어지면서 ‘정식 사과’가 필요하다는 당내 우려가 커지자 윤 후보가 물러선 것으로 풀이된다.
○ 尹 “제가 강조한 공정·상식에 맞지 않다”
윤 후보는 이날 오후 예고 없이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 기자실을 찾아 회견을 열었다. 윤 후보는 미리 준비한 입장문을 꺼내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경력 기재가 정확하지 않고, 논란을 야기하게 된 것 자체만으로도 제가 강조해온 공정과 상식에 맞지 않는 것임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했다.
특히 “국민께서 저에게 기대하셨던 바를 결코 잊지 않겠다. 과거에 제가 가졌던 일관된 원칙과 잣대 그건 저와 제 가족, 제 주변에 대해서도 똑같이 적용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아내와 관련된 국민의 비판을 겸허히 달게 받겠다. 더 낮은 자세로 국민께 다가가겠다. 죄송하다”고 말하면서 고개를 숙였다.
윤 후보는 사과 직후 기자들이 ‘김 씨를 수사해야 한다는 의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법과 원칙이라는 건 예외가 없다고 말했다. 그것으로 대신하겠다”고 말했다. 김 씨의 불법 행위가 확인될 경우 수사를 받아야 한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윤 후보는 다른 질문은 받지 않은 채 기자실을 빠져나갔다.
이번 사과는 대변인도 사전에 사과문 내용을 확인하지 못했을 정도로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선거대책위원회 이양수 수석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선대위에서 윤 후보에게 (진상조사) 상황을 보고했더니 ‘너무 시간이 걸리겠다. 국민 정서상 그때까지 기다렸다 하면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확인이 되든 안 되든 이런 상황을 초래하게 된 것 자체에 대해 사과하는 게 좋겠다’는 (판단을 후보가 한 것)”이라고 전했다. “전날 윤 후보는 사과했다고 생각했는데 조건과 전제가 있어 정당한 사과가 아니라는 말들이 많았다”고도 했다. “사실관계 확인이 먼저”라는 윤 후보의 발언이 논란이 되자 수습에 나섰다는 것. 이 수석대변인은 “앞으로 (진상조사) 결과에 따라 또 한번 사과할 수 있다”고 했다.
○ 尹 지지율 하락세에 당 전체 위기감
윤 후보가 사흘 만에 사과로 돌아선 배경에는 당 안팎의 사과 촉구와 지지율 하락세에 대한 위기감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선대위 내에서는 일부 여론조사에서 윤 후보가 이 후보에게 뒤지는 ‘골든크로스’가 나타나는 데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었다.
이날 선거대책위원회 전략자문위원회 소속 전·현직 의원들도 윤 후보와 오찬을 하며 “여론이 좋지 않다. 사과하고 쿨하게 빨리 털고 가자”는 의견을 전달했다. 이에 윤 후보는 “당사자(김건희 씨)는 억울한 면도 있겠지만 개의치 않겠다. 오늘 오후 사과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도 이날 윤 후보 사과 전 기자들과 만나 “(사과 시기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했다. 이준석 당 대표도 SBS 라디오에서 “늦지 않은 시간에 입장을 표명해야 한다”고 했다.
이 대표는 지지율 초박빙 상황을 두고 “호재가 별로 없었다”면서 “당 대표로서 환장하겠다”고도 했다. 선대위 관계자는 “가까스로 선대위 잡음을 해소했는데 김 씨 의혹에 대한 사과가 늦어지면서 지지율 접전 상태로 접어들었다”며 “주말 전 상황을 끝내고 국면을 전환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윤 후보의 사과를 “진정성과 반성이 없는 사과”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선대위 강선우 대변인은 논평에서 “윤 후보는 허위 경력 사용에 대해 잘못을 인정하지 않은 채 여론과 당내 압력에 굴복해 마지못해 사과했다”며 “배우자에게 제기된 어떠한 의혹도 인정하지 않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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