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검찰이 ‘성추행 피해 공군 부사관 사망사건’(고(故) 이예람 중사 사건)의 성추행 가해자에 대한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23일 국방부 보통군사법원에 따르면 이 사건 수사를 담당하고 있는 군검사는 성추행 가해자 장모 중사에 대한 1심 선고 나흘 뒤인 지난 21일 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했다.
이에 앞서 보통군사법원 재판부는 17일 장 중사에 대한 선고공판에서 군검찰이 제기한 Δ군인 등 강제추행치상 Δ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보복협박) 등 2개 혐의 가운데 ‘군인 등 강제추행치상죄만 성립한다’고 판단해 징역 9년형을 선고했다.
당초 군검찰이 장 중사에게 구형했던 징역 15년형에 비해 6년이나 낮아진 것이다.
이에 당시 재판을 방청했던 이 중사 부친 등 유족들은 “가해자(장 중사)가 ‘죽겠다’고 했는데 그게 협박이 아니면 뭐냐”고 반발했다.
이 중사 측에선 특히 장 중사에 대한 이번 1심 판결을 놓고 “군 당국이 장 중사만 강제 전역시켜 민간 법원으로 넘기고, 다른 사건 관계자들은 보호하려는 의도일 수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현행 군인사법과 그 시행령·시행규칙 등에 따르면 군사법원으로부터 유죄 판결을 받은 군인은 현역 복무 부적합자 조사위원회의 조사 대상이 된다.
만일 장 중사가 조사위 조사 대상이 돼 현역 복무 부적합 처분을 받으면 강제전역 조치되고 이후엔 이 사건을 민간법원에서 다뤄야 한다.
장 중사는 공군 제18전투비행단에서 근무하던 지난 3월2일 이 중사 등과 함께 부대 밖 저녁 회식자리에 참석한 뒤 복귀하던 차량 안에서 이 중사를 강제로 추행하고 차량에서 내린 이 중사를 숙소 앞까지 따라가며 “신고할 거지? 신고해 봐” 등의 말을 했다.
장 중사는 또 사건 이틀 뒤인 3월4일엔 이 중사에게 용서를 구하며 “하루 종일 죽어야 한단 생각만 든다”는 등의 문자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군검찰은 장 중사의 이 같은 행위가 보복협박에 해당한다고 봤으나, 보통군사법원 재판부는 장 중사에 대한 1심 선고 공판에서 “피고인(장 중사)이 인적 드문 심야에 피해자(이 중사)에 사과하며 따라간 행위만으론 신체적 위해를 가하겠단 공포심을 줬다고 보기 어렵다” “문자메시지는 자살 암시보다 사과를 강조하기 위한 표현으로 보인다”며 “협박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따라서 장 중사에 대한 2심 재판이 계속 군사법원에서 진행될 경우 군검찰은 보복협박 혐의를 입증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장 중사는 1심 재판과정에서도 이 중사에 대한 성추행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보복협박 혐의는 줄곧 부인해왔다.
이 중사는 장 중사로부터 성추행을 당한 뒤 이를 신고하고 본인 요청에 따라 다른 부대로 전출까지 갔지만, 이 과정에서 장 중사를 비롯한 상급자들로부터 사건 무마를 위한 회유·압박 등 2차 가해에 시달렸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이 중사는 성추행 사건 발생 2개월여 뒤인 5월21일 극단적 선택을 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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