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간 한국전쟁(6·25전쟁) 종전선언 문안 조율이 사실상 끝난 것으로 알려졌지만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별다른 언급 없이 대북 압박 행보로 읽힐 수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종전선언 문안 합의 사실상 마무리…대북 제안 시기 재는 중”
외교 소식통은 23일 “한미간 종전선언 문안 협의는 사실상 마무리 됐다”며 “현재 한미간에는 완성된 문안을 북한에게 언제쯤 제의할 것인지 등을 협의 중에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종전선언 문안에는 ‘전향적 내용’은 담기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소식통은 “문안 자체는 큰 건이라고 볼 수 없다”며 “선언의 추진 방향 등이 담길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 직속 디지털대전환위원회 위원장(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지난 20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 “제가 미국에서도 종전선언에 해당되는 고위관료들을 만났다”며 “한미 간에 종전선언과 관련된 조율, 문구 조율은 끝났다”고 말한 바 있다.
박 위원장은 또한 “조율된 문구를 북한이 받아들이느냐 안 받아들이느냐 지금 그 단계에 와 있는 것”이라고도 했다.
이와 관련 외교 소식통은 “북한의 반응을 기다리는 것보다 북한한테 언제 오퍼(제의)를 할 것인가 (전략적 타이밍을 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북한이 반응을 보였을 경우, 이를 계기로 협상으로 연결하기까지 예상되는 경우의 수와 ‘종전선언 채택’의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전략적 차원의 한미 간 협의가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르면 북한의 대외메시지 발신 가능성이 점쳐지는 이달 하순으로 예정된 당 중앙위 8기 4차 전원회의를 기점으로 ‘종전선언 시계’가 본격 돌아갈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내년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중국의 북한 견인 역할 등이 동시에 이뤄진다면 종전선언 추진에 탄력이 붙을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종전선언 언급 없는 美…대북 ‘인권 압박’은 지속
최근들어 바이든 행정부의 종전선언 언급은 사실상 전무하다. 또한 대북 ‘인권 압박’을 지속하고 있어 향후 종전선언 추진에 있어 미국의 의중에 물음표가 붙는다는 지적이다.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에게 보낸 결정문에서 심각한 인신매매 실태를 이유로 북한에 인도적 지원과 무역 관련 지원을 제외한 다른 자금지원을 금지한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다른 결정문에서 다자개발은행과 국제통화기금(IMF)의 미국 상임이사들이 각 기관에서 북한을 위한 자금 대출이나 기금 활용에 반대표를 던지고 이를 불허하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을 지시했다.
다만 이는 바이든 대통령만의 특별 지시라고 보기는 어렵다. 미국 대통령이 인신매매 실태를 이유로 대북지원을 금지한 것은 올해까지 19년째다. 이는 미 국무부가 매년 발표하는 인신매매 보고서에 따른 후속조치다.
바이든 행정부는 이와 함께 최근 북한 중앙검찰소와 전 사회안전상인 리영길 국방상의 ‘반(反) 인권행위’를 지적하며 경제 제재 명단에 포함하는 첫 대북제재를 발표했다.
또한 ‘2022년 인신매매 보고서’ 준비에도 본격 돌입했으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는 북한 인권 상황에 대한 비공개회의를 요청하고 북측의 인권유린을 비판하는 공동성명에도 참여했다.
일련의 행보는 대부분 연례적으로 이뤄지는 것이지만 대북제재 발표는 조금 결이 다르다. 발표 시점과 규모 등은 행정부의 ‘자율성’이 영향을 끼친다는 관측이다. 특히 이는 북한이 대화 재개 선결 조건으로 ‘이중기준·적대정책 철폐’를 내건 만큼 종전선언 추진에 있어 ‘호재’는 아니라는 지적이다.
외교 소식통은 “악재라기보다 바이든 행정부가 종전선언을 위해 대북 관련 사안을 일체 안 하겠다는 건 아니라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며 “원칙에 입각한 대북제재 이행과 바이든 행정부가 강조하는 인권 관련 행보는 동시에 하겠다는 뜻이고 한편으로는 대화 재개를 위한 종전선언 활용 방안도 같이 추진하겠다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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