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과 제1야당의 대선 후보가 내년 3월 9일 선거일까지 76일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아마추어리즘과 정치력 부족을 드러내며 유권자들의 불안감을 높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설익은 정책을 연이어 내놓다가 잇달아 철회하면서 시장에 혼선만 가중시키고 있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대표 공약과 설득력 있는 메시지·일정, 리더십이 보이지 않는 ‘3무(無) 행보’를 반복하고 있다. 정치 경험이 부족한 여야 대선 후보들이 구체적인 미래 비전을 내놓지 못한 채 어설픈 모습을 보이면서 후보 자체가 리스크가 됐다는 비판도 나온다.》
전국민 재난금-양도세 중과 유예 등 불쑥… 與내부 “조율도 없이” 靑-政과 갈등으로 시장 혼선… 李측 “상황따라 유연성 보이는 것”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강한 추진력을 자신의 강점으로 내세우려다 당정청 간 사전 조율되지 않은 설익은 정책까지 내지르면서 시장의 혼선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전 국민 재난지원금부터, 최근 이어진 부동산 세제 정책 뒤집기까지, 이 후보가 이슈 선점을 위한 무리한 공약들로 혼자만 너무 앞서나간다는 지적이다.
○ 당 안팎 “사전조율도 없이…”
대표적인 게 이 후보가 10월 여당 대선 후보로 확정되자마자 꺼낸 전 국민 재난지원금 카드다. 당시 이 후보는 “1인당 추가로 최하 30만∼50만 원은 해야 한다”며 연일 군불을 땠지만 높은 반대 여론과 재정당국의 강력한 반발 속에 결국 한 달도 안 돼서 물러섰다. 홍남기 기획재정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는 “전 국민한테 드리는 그런 방식보다는 맞춤형으로 필요한 계층과 대상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드리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이지 않을까”라고 여러 차례 공개 반대했다. 여권 관계자는 “앞서서도 재난지원금 지급을 결정할 때마다 이를 둘러싼 당정 간 갈등이 적지 않았는데 이에 대한 감안 없이 이 후보가 너무 빠르게 내질렀다”고 했다.
최근까지 열흘 넘게 청와대와 ‘샅바싸움’을 이어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세 유예도 여권 내 불협화음을 고스란히 노출시켰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의 핵심인 양도세 중과를 두고 이 후보는 유예해야 한다는 입장을, 청와대는 변경 계획이 없다는 입장으로 평행선을 달렸는데 이 과정에서 시장에 혼란만 야기했다는 것.
특히 이 후보가 청와대나 정부가 현실적으로 대안을 만들거나 찾을 수 있는 물리적 시간을 주지 않고 일방 통보하는 방식이 문제란 지적이 여권 내에서도 이어졌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정권 심판 여론이 더 높은 상황에서 이 후보가 현 정부의 대표적인 실정(失政)인 부동산 정책에 대해 차별화하려는 것까진 좋고 충분히 이해가 되지만, 자칫 신구 권력 간 각을 세우는 구도가 될 경우 당내 지지층 분열로 이어질 수 있다”며 “후보가 그 미묘한 차이 속 균형을 잘 유지해야 하는데 마음이 앞서는 것 같다”고 했다.
실제 22일 열린 정책의원총회에선 설훈 의원이 “예민한 사안인 중과 유예에 대해 후보가 당과 사전 조율 없이 이야기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는 취지로 강하게 비판했다. 이에 대해 한 의원은 “다행히 당 원내지도부가 ‘워킹그룹’ 아이디어를 제안해 의원총회 정면충돌은 겨우 막았다”고 했다.
○ 오락가락 공약들
이 후보가 사전 조율 없이 돌발적으로 발언한 뒤 “공약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은 정책들도 적지 않다. 앞서 이 후보는 ‘음식점 총량제’ ‘주 4일제’ 등을 언급했다가 “공약으로 하겠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물러선 바 있다.
자신의 부동산 분야 대표 공약 중 하나인 국토보유세에 대해서도 철회 가능성을 시사하는 등 오락가락하는 모습이다. 이 후보는 경선 과정에선 민간이 소유한 모든 토지에 토지세를 부과해 투기 수요를 억제하고, 이 세수는 지역화폐를 통한 기본소득으로 지급한다는 구상을 발표했다. 후보 당선 직후에도 “기본소득토지세(국토보유세)를 반대하는 것은 악성 언론과 부패 정치세력에 놀아나는 바보짓”이라고 강한 톤으로 밀어붙여 놓고는 최근 들어 “증세는 국민이 반대하면 할 수 없는 것”이라며 또다시 한발 물러선 상태다.
이에 대해 이 후보 측 관계자는 “공약을 철회한 것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 유연성을 보이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정과 상식 회복을 내세우며 정권교체 기치를 내건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제1야당 후보로서 ‘정치적 리더십 부족’의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야권에서는 “후보 선출 50여 일이 지나도록 윤 후보가 직접 대표 공약 하나 제대로 발표하지 못하고 감흥 없는 일정과 메시지를 이어가다 실언 논란까지 겹치고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대표 공약 및 설득력 있는 메시지와 일정, 리더십이 보이지 않는 ‘3무(無) 행보’에 중앙선거대책위원회 내홍이 겹치면서 위기에 빠졌다는 것이다.
○ 직접 공약 발표 대신 페이스북 통해
윤 후보는 그동안 소상공인·자영업자 50조 원 보상 및 지원, 주택 250만 호 공급, 국민연금 개혁 등의 공약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 같은 공약이나 비전은 윤 후보가 직접 발표하고 기자들의 관련 질문에 답하는 대신 페이스북이나 선대위 정책총괄본부를 통해 공개됐다. 이런 논란을 의식한 듯 윤 후보는 23일 전남 여수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날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발표하고 원희룡 정책총괄본부장도 공개한 부동산 세제 완화 공약에 대해 “후보 본인 육성으로 해달라고 해서 말씀드린다”며 같은 내용을 되풀이해 읽었다.
특히 윤 후보의 핵심 비전을 담은 이른바 ‘1호 공약’이 뭔지, 또 뭐가 될지 선대위에서도 아직 불분명한 상황이다.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은 6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경제적으로 황폐한 사람들을 어떻게 소생시킬 수 있느냐 하는 것이 1호 공약으로 나갈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원 본부장은 하루 만인 7일 “코로나19 백신 부작용과 관련한 인과관계 증명 책임을 정부가 지겠다”고 발표하며 이를 1호 공약이라고 설명하는 등 혼선이 이어졌다. 윤 후보는 21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공약은 연말부터 계속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의힘 내부에선 윤 후보의 일정이 지역 순회식으로 잡히고, 메시지 역시 중구난방으로 발산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 후보는 후보 선출 이후 호남, 영남, 강원, 충청 등 전국 곳곳을 누볐지만 이 과정에서 널리 회자될 공약이나 지역 현안에 대한 해법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오히려 “(손발 노동은) 아프리카나 하는 것”(9월 13일 안동대 간담회), “극빈의 생활을 하고 배운 것이 없는 사람은 자유가 뭔지도 모른다”(22일 전북대 간담회) 같은 실언으로 구설에 휘말렸다. 선대위 관계자는 “실언과 술자리만 기억에 남는 의미 없는 ‘지방 투어’만 반복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 김종인 “후보 메시지·일정에 감흥이 없다”
김 위원장도 23일 선대위 회의에서 윤 후보가 그동안 선보인 일정과 메시지, 각종 실언 논란에 대해 “감흥이 없다”며 작심한 듯 비판했다. 그는 “(윤 후보의) 일정이나 메시지 같은 게 국민에게 감흥을 줄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며 “지금까지 후보의 활동을 보면 국민들이 감흥을 느끼는 메시지나 일정이 잘 보이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후보도 그렇고 우리 선대위도 그렇고 실수하면 절대로 선거를 이길 수 없다”며 “후보가 실수하지 않도록 보좌하는 분들이 세심하게 주의를 경주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준석 당 대표가 자신의 측근들과 갈등을 빚다 선대위 직책에서 사퇴하는 초유의 내홍을 수습할 만한 리더십이 윤 후보에게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고 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윤 후보는 현재 ‘기초학력 부족’ 상황이다. 족집게 과외라도 받아서 본인 스스로가 바뀌어야 한다”며 “선대위 역시 ‘무난히 지는 포메이션’이다. 김 위원장이 선대위를 갈아엎고 전면 개편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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