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집안싸움’이 혼돈 국면에 빠져들고 있다. 당 대표가 대선을 70여일 앞두고 선거에서 손을 떼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자,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이 직접 수습에 나섰다. 하지만 이준석 대표가 재차 ‘선대위 해체론’을 꺼내 들면서 좀처럼 출구가 보이지 않는 모습이다.
뇌관은 ‘윤핵관’(윤석열 후보 측 핵심 관계자)이다. 정치권은 김종인 위원장의 절충안과 이준석 대표의 급진론은 서로 엇갈린 해법처럼 보이지만, 궁극적으로는 ‘윤핵관 퇴출’에 방점이 찍혀있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결국 윤석열 대선 후보의 결단이 최종 관문이 될 것으로 보인다.
24일 야권에 따르면 이 대표는 전날(23일) 한 일간지 인터뷰에서 “당 중앙선거책위원회에서 보직을 맡은 사람들은 전부 사퇴하고 선대위의 6개 본부를 해체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런 상태로 선대위가 굴러가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이걸 해체하지 않고 ‘윤핵관’ 문제 해결에 답이 없다”고 했다.
‘선대위 해체론’은 김종인 총괄위원장의 ‘일일조정회의’ 구상을 한 단계 넘어선 급진론이다. 김 총괄위원장은 22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선대위 내에 최종의사조정기구인 일일조정회의를 신설, 하위 6개 본부와 직능의 의견을 취합·조정해 하나의 메시지를 내겠다는 해법을 발표했다.
김 총괄위원장은 일단 6개 본부 해체론에 “그것은 이준석 대표의 의견”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그는 국회에서 기자들을 만나 “(이 대표의 주장은) 내가 총괄선대위원장으로서 새로운 그립을 잡아야 한다는 의미 부여는 될지 몰라도, 그 자체는 별로 실효를 거둘 수 있는 조치가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당내 최다선(5선)인 서병수 의원은 22일 페이스북에 “파리떼나 하이에나 같은 윤핵관 소굴을 정리하지 않으면 당 대표처럼 뛰쳐나갈 자들이 줄을 이을 것”이라며 “대선후보는 사사로이 꿍쳐놓고 있는 선거캠프부터 폐쇄하라”고 공개 비판했다.
그는 “총괄선대위원장은 작금의 선대위를 해산하고 새로이 판을 짜야 한다”며 “‘시기적으로 전면적인 개편이라는 걸 할 수 없다’라며 남의 집 불구경하듯 내깔려 둘 바에야 뭐 한다고 ‘총괄’이라는 자리에 연연했나. 당장에라도 대통령 후보를 쫓아가 물갈이, 판갈이를 가부간에 결단해야 하지 않나”고 일갈했다.
정치권은 김종인 총괄위원장의 ‘절충안’이 실질적으로 이준석 대표의 급진론을 아우르는 쇄신 방안으로 기능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를 싣고 있다. 두 사람이 겨누고 있는 칼끝이 동일하게 ‘윤핵관’을 향하고 있어서다.
김 총괄위원장은 전날 중앙선대위 회의에서 “나 자신도 선대위가 제대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는데, 그 원인은 ‘나는 후보와 개인적으로 가까우니 나는 나름대로 무언가를 해야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며 “각자 맡은 바 임무 외에 자기 기능을 발휘하려고 해서 불협화음이 생기지 않나 생각한다”고 경고했다.
그는 이준석 대표가 사퇴 선언을 한 21일 선대위를 ‘항공모함’에 비유하며 ‘기동헬기’를 띄우겠다고도 했다. 또 라디오 인터뷰에서 “(선대위) 사람들을 지금 당장 다 나가라고 할 수는 없고, 그 사람들이 있는 한에서 무시할 것은 무시하고 내가 할 일만 하고 끌고 갈 수밖에 없지 않나 이렇게 본다”고 했다.
종합하면 김 총괄위원장은 현재 선대위 구조를 그대로 유지하되, 실질적인 의사결정에서는 전권(全權)을 행사하는 방식으로 윤핵관을 배제할 것으로 보인다. 대선을 70여일 앞둔 상황에서 선대위를 전면 개편하는 모험을 감행하기보다, 상당수의 기능과 직제를 ‘빈 껍데기’로 만들어 사실상 전면 개편 효과를 누리는 ‘묘수’다.
국민의힘 선대위 관계자는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이 윤석열 후보로부터 선대위 재편할 권한을 넘겨받은 순간 ‘김종인 원톱 체제’가 완성됐다”며 “표면적으로는 일일조정회의를 통해 전체 메시지를 조율하겠지만, 실질적으로는 김 총괄위원장이 직접 의사결정을 하는 구조로 선대위가 운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 공은 윤석열 후보의 몫이다. 입지를 잃게 된 ‘윤핵관’이 집단 반발할 경우 이를 수습할 최종 결정권자는 대선후보뿐이다. 지난 두 차례 내부 갈등 여파로 여론과 지지율이 크게 악화된 경험을 한 만큼, 윤 후보도 전향적인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이 점진적으로 윤핵관과 후보의 거리를 벌리면서 본인의 장악력을 높이는 방식으로 선대위를 끌어나갈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윤핵관들이 거세게 저항하겠지만, 이미 큰 폭의 지지율 하락을 경험했던 윤 후보 입장에서는 윤핵관을 쳐내는 결단밖에 여지가 없지 않겠나”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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