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與도 “사전교감 없었다”…박근혜 사면 여론 촉각

  • 뉴시스
  • 입력 2021년 12월 24일 11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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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마지막 특별사면에서 ‘국정농단’ 등의 혐의로 수감 중인 박근혜 전 대통령이 포함된 가운데 24일 더불어민주당과 이재명 대선후보는 박 전 대통령 사면에 사전교감은 없었다며 여론의 향배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대선을 불과 75일 앞두고 이뤄진 박 전 대통령의 사면이 갖는 정치적 무게감과 파장을 고려할 때 여권과의 교감을 주목하는 시각이 많지만 민주당과 이 후보는 일단 사전교감설에 선을 그었다.

이 후보는 이날 오전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아침에 오다가 기사 제목만 봤다. 전혀 듣지 못했다”며 “이때까지 일관되게 밝힌 입장이 있긴 한데 당장 실질적 의사결정 단계라면 거기에 관련해서 이야기하는 건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고 즉답을 피했다.

민주당도 송영길 대표가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과 최근 만나 박 전 대통령 특별사면 등에 대한 사전교감을 이뤘다는 보도를 강력히 부인했다.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권혁기 공보부단장은 기자들과 만나 “대표실에 확인했는데 사실 무근”이라며 “12월8일 인대 파열 수술을 받고 이후에 청와대 고위관계자를 만난 적도 없고 관련 통화내역도 없다고 한다”고 말했다.

송 대표도 이날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선대위 본부장단 회의 뒤 기자들과 만나 “신문에 내가 이 수석과 만나 이야기했고 하는데 12월8일에 다치고 오늘까지 그동안 한번도 청와대 관계자를 만난 적이 없다. 전화 통화도 한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그동안 박 전 대통령 사면에 부정적인 기류가 강했다.

이낙연 전 대표가 올해 초 뉴시스와 신년 인터뷰에서 “두 분의 전직 대통령이 부자유스러운 상태에 놓여 계시는데 적절한 시기가 되면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을 문재인 대통령께 건의드릴 생각이 있다”며 전직 대통령 사면론을 띄웠을 때 지지층과 당 내부의 거센 반발을 불러온 바 있다.

이 후보 역시 그동안 줄곧 당사자들의 사과가 우선이라는 취지로 전직 대통령의 사면을 반대해 왔다.

그는 지난 11일 경북 안동시 안동MBC 앞에서 열린 전현직 지방의원 지지선언 이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전직 대통령 사면에 대해 “본인 잘못에 대해 인정하고 사과하는 발언도 없는 상태에서 시기상조가 아닌가”라고 선을 그었다.
이런 가운데 문 대통령이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을 전격 결정하면서 이 후보와 민주당은 지지층 반발과 대선 민심 향배에 미칠 영향을 놓고 긴장하는 모습이다.

민주당은 당초 이날 오전9시30분으로 예정됐던 선대위 본부장단 회의를 정부의 신년 특별사면 공식 발표 뒤인 오전 10시로 30분 늦추기도 했다.

송 대표는 선대위 본부장단 회의에서 “조금 전 정부에서 국무회의를 거쳐 특별사면을 발표했다. 문 대통령의 심사숙고 과정을 거쳐 결정한 이번 사면은 대통령 고유의 헌법적 권한으로서 저희 민주당은 이 결정을 존중한다”며 박 전 대통령 사면에 대한 당 차원의 입장을 짤막하게 전했다.

이 후보도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사면론 관련 자신의 기존 입장과 관련해 “일반적 원칙이다. 대가를 치르는 게 맞고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게 하는 예방효과다. 사과도 있어야 하지 않냐는 게 기존 입장”이라면서도 “(하지만) 지금 현실적 의사결정 단계라면 지금은 (언급을) 자중하는 게 맞다”고 조심스런 입장을 취했다.

국정농단 사태에 대한 사과가 없는 상태에서 박 전 대통령 특사 결정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취지로 읽힌다. 그러나 최근 부동산 감세와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등 다양한 이슈를 놓고 청와대와 충돌해 온 상황에서 당청갈등을 더 키울 수 있다는 부담 때문에 발언 수위를 조절한 것으로 보인다.

이 후보는 ‘사면이 대통령 고유권한인 만큼 결정하는 대로 받아들이시는 것이냐’는 질문에도 “그것조차 한 번 생각을 해봐야 할 것 같다”며 “최종적으로 나면 그때 입장을 말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어제까지는 전혀 (사면 결정이) 아니라고 했고 보도도 그렇게 났는데 상황이 급변했다”고 말을 아꼈다.

당내에서는 박 전 대통령 사면이 대선을 앞두고 보수층의 반감 상쇄와 중도층 확장에 도움이 되지 않겠냐는 시각과 당의 핵심 지지층 반발을 우려하는 시각이 공존한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뉴시스와 통화에서 “대통령이 고민하고 심사숙고해서 판단할 일이지만 당과 사전에 교감이나 조율은 전혀 없었기에 대통령도 그런 부분을 고민한 게 아닌가 싶다”며 “대통령 혼자 책임을 지고 가야 겠다는 생각을 한 게 아닌가 싶다”고 문 대통령의 결단을 평가했다.

다른 관계자도 “박 전 대통령 사면이 이 후보에게 나쁘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며 “모든 사람에게 고민의 짐을 던져주지 않고 문 대통령 본인이 고민해서 결단하는 모습으로 가는 평화로운 방법일 수 있다. 이 후보 입장에서도 전직 대통령 사면론이 적지 않은 부담이었을텐데 본인이 반대하고 말고 할 이유가 없어지는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박 전 대통령이 건강도 안좋다고 하는데 국민통합과 인도적 차원에서 측면에서 문 대통령이 잘 결단한 것이라고 본다”며 “본격적인 대선 국면에서 여야 진영 갈등이 심해지고 있는데 그런 것을 딱 정리해 준 것이다. 그리고 전임 대통령이 (감옥에서) 나와서 정치에 관여하는 발언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반면 다른 민주당 관계자는 “우리에게는 정치적으로 많은 부담이다. 사회통합 차원이라면 이 후보가 당선인 신분일 때 건의를 받아서 청와대가 사면을 해주는 게 더 좋은 그림이었을 것”이라며 “이 후보 입장에서는 엄청난 변수인 것”이라고 했다.

당장 당내에서는 공개적인 반발도 터져나오고 있다.

민주당 김용민 최고위원은 페이스북에 “국민통합은 국민이 정의롭다고 판단해야 가능하다”며 문 대통령의 이번 사면 결정에 불만을 우회적으로 드러냈다.

민주당 선대위 총괄특보단장인 안민석 의원은 페이스북에 “대통령의 사면권도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것이다. 박근혜 사면복권은 역사적으로 잘못된 결정이 될 것”이라며 “사면복권의 명분은 모호하고 반대의 이유는 너무도 분명하다”고 썼다.

안 의원은 “전 대통령이라고 해서 쉽게 감옥을 나온다면 법치주의의 근간은 무너지게 된다. 박근혜를 사면해주면 종범인 최순실도 풀어줘야 하냐”며 “국민적 동의와 반성이라는 전제도 충족되지 않았다. 곧 출간될 자서전에서 박 전 대통령은 자신의 과오를 반성하기는커녕 탄핵을 부정하고 선동이라고 매도했다”고 주장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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