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75일 앞 박근혜 전격 사면…무엇이 ‘文의 결단’ 앞당겼나

  • 뉴스1
  • 입력 2021년 12월 24일 13시 50분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영상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1.12.21/뉴스1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영상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1.12.21/뉴스1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을 두 달여 앞둔 상황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면을 결정한 것은 박 전 대통령의 건강 악화가 결정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앞서 정부는 24일 오전 2022년 신년을 앞두고 오는 31일자로 전직 대통령 등 3094명에 대한 특별사면을 단행한다고 24일 밝혔다.

박 전 대통령은 국정농단 등의 사건으로 지난 2017년 3월31일 구속돼 올해 1월 대법원에서 징역 20년과 벌금 180억원, 추징금 35억원이 확정됐다. 오는 31일 풀려나면 4년 9개월 만에 나오는 셈이다.

앞서 문 대통령은 전직 대통령 사면과 관련해 일정한 거리를 유지해 왔다. 문 대통령은 올해 초 신년 기자회견에서 전직 대통령 등 사면과 관련해 “아직까지는 정치인 사면에 대해서 검토한 적이 없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지금으로서 미리 말하기는 어렵다”고 밝혔었다.

다만 ‘결자해지’ 차원에서 임기 내에 사면을 단행할 것이란 예측은 꾸준히 있어 왔다. 이 때문에 문 대통령이 ‘대선 개입’ 논란을 피해 내년 3월 9일 선거가 끝난 후 대통령 당선인과의 협의를 거쳐 물러나기 전에 전직 대통령 사면을 단행할 것이란 관측이 대체적이었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이 고령에 건강상태마저 악화된 최근 상황에 따라 문 대통령의 마음이 급해진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사면 시점에 대해 “과거 전례를 비춰보면 이번 연말이냐, 선거 끝난 이후 당선자와 상의해서 사면하느냐 두 가지가 있었을 텐데 그 두 가지 중 이번 연말로 하게 된 계기는 여러 고려사항들이 있었겠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의 건강 문제도 고려하지 않았나 싶다”고 설명했다.

박 전 대통령은 구속 이후 어깨·허리 질환으로 구치소와 외부 병원을 오가며 치료를 받아왔다. 지난달 22일에부터는 서울삼성병원에 입원 치료 중이다.

만약 박 전 대통령의 건강이 지속적으로 악화돼 이상이 생길 경우 문 대통령과 정부를 향한 비판 여론은 엄청난 부담이 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문 대통령도 그간 청와대 민정수석실 등을 통해 박 전 대통령의 건강상태 등을 보고받았을 것으로 예상된다.

당초 생각했던 3월9일 대선 이후까지 박 전 대통령의 건강상태를 지켜보며 위험을 감수하기 어렵다면 대선일이 다가올수록 사면에 따른 정치적 논란이 클 수밖에 없는 점을 고려해 가장 빠른 시기인 연말 특사를 단행한 것으로 풀이된다. 가령 대선일 직전 3·1절 특사를 단행하는 것은 너무 큰 논란을 부를 수 있어 선택사항이 아니기 때문이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이날 임시국무회의에서 정부의 특별사면 계획을 밝히며 “고령자나 중증환자와 같이 어려운 여건의 수형자분들도 인도적 배려 차원에서 사면 대상에 포함됐다”고 언급했다.

문 대통령이 이날 정부의 사면 발표 이후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낸 입장문에서도 이같은 고심의 흔적이 고스란히 묻어있다.

문 대통령은 “박 전 대통령의 경우 5년 가까이 복역한 탓에 건강상태가 많이 나빠진 점도 고려했다”며 “사면에 반대하는 분들의 넓은 이해와 혜량을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찬성·반대) 의견을 두루 들으신 것으로 알고 당연히 고심이 깊었던 것으로 안다”며 “짐작한다면 아마 마지막 순간까지 고뇌가 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대선에 관한 고려는 전혀 없었다고 강조하며 문 대통령 고유의 결정이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만약 선거에 대한 고려를 했다면 지금보다는 더 좋은 타이밍이 있지 않았을까”라며 “선거 관련해서 (사면을 고려한 것은) 단연코 아니다”고 일축했다.

여당과의 상의를 거치지 않았고 청와대 내부 참모진들 사이에서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다만 국민통합을 강조하면서도 이명박 전 대통령을 사면에서 제외한 점은 정치권에서 논란을 빚고 있다.

친이(親이명박)계 출신인 권성동 국민의힘 사무총장은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나 “두 분(이명박·박근혜) 다 전직 대통령이고 병환 중이기 때문에 사면을 하려면 같이 해야 한다”며 “결국 야권의 분열을 노린 민주당과 문재인 정부의 정치적인 술수”라고 지적했다.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두 전직 대통령을 또 갈라치기 사면을 해서 반대 진영 분열을 획책하는 것은 참으로 교활한 술책”이라며 “반간계로 야당 후보를 선택하게 하고 또 다른 이간계로 야당 대선 전선을 갈라치기 하는 수법은 가히 놀랍다”고 비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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