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국민의힘 의원 105명 중 60명의 통신자료를 조회한 것으로 나타났다. 언론사 기자와 그 관계자들의 통신자료를 조회해 논란을 빚은 공수처가 야당 정치인에 대한 광범위한 통신자료 조회를 진행한 사실이 속속 드러나고 있는 것. 야당은 이를 ‘사찰’로 규정하고 총력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국민의힘은 28일 오후 3시 기준 의원 105명 중 60명이 통신기록 조회 대상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조회 대상에는 김기현 원내대표, 추경호 원내수석부대표, 김도읍 정책위의장 등 당 핵심 인사들이 대거 포함됐다. 집계 숫자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공수처가 올 8월부터 10월까지 언론사 기자, 시민단체, 한국형사소송법학회와 국민의힘 등을 포함해 통신자료를 조회한 인원은 230여 명으로 늘었다. 또 동아일보 사회부 전·현직 법조팀 기자 9명을 상대로 22차례 이상 각 이동통신사로부터 통신자료를 넘겨받은 사실도 추가로 드러났다.
김기현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김진욱) 공수처장을 구속해야 한다. (여운국) 차장도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공수처는 이날 “기존 입장 외에 현재로선 더 드릴 말씀이 없다”고 밝혔다.
野 “공수처가 아니라 尹수처 드러나”
공수처 “현재로선 드릴 말씀 없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합법적 수사 범위를 뛰어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는 야당 정치인과 언론인 등에 대해 광범위하게 통신자료를 조회한 사실이 추가로 드러나며 논란이 커지고 있다. 법원 영장이 불필요한 통신자료에는 휴대전화 가입자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연락처 등의 개인정보가 담겨 있다.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수석부대표는 “특정 인물의 통화 상대방이 누구인가를 확인하는 게 수사기관의 권한이지만 이는 인원과 기간을 특정해 제한적으로 추진해야 인권 침해를 줄일 수 있다”며 “인권 친화적 수사를 강조하던 공수처의 모습이라곤 상상하기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양수 선대위 수석대변인은 나아가 “공수처가 아니라 ‘윤(尹)수처’이자 여권의 정권보위대임을 스스로 증명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공수처는 또 한국형사소송법학회 정웅석 회장 등 집행부와 회원 24명에 대한 통신자료도 조회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 회장은 “제가 수사권 조정 반대 및 공수처 비판 학자이니 이번 기회에 조회한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이 든다”고 말했다.
공수처가 법원으로부터 통신영장을 발부받아 통화 내역을 확보한 언론사 기자도 최소 3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의 영장이 필요해 통신영장이라고 불리는 ‘통신사실 확인자료’는 가입자 이름 등 개인정보 이외에 통화 일시, 시간 등 통화 내역과 위치정보가 포함된다.
하지만 공수처는 이날 “기존 입장 외에 현재로선 더 드릴 말씀이 없다”며 별다른 해명을 내놓지 않았다. 앞서 공수처는 24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과거의 수사 관행을 깊은 성찰 없이 답습하면서 최근 기자 등 일반인과 정치인의 통신자료(가입자 정보) 조회 논란을 빚어 여론의 질타를 받게 된 점을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피의자 등 사건 관계인의 통화 상대방이 누구인지 확인하기 위해 기자 등 일반인의 통신자료 확인이 불가피했던 점, 수사 중인 개별 사건의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기 어려운 점을 혜량해 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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