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날 북한으로 넘어간 월북자는 비무장지대 내 감시초소(GP) 인근을 유유히 통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감시초소는 남북 간 합의에 따라 병력이 철수하고 외형만 보존된 곳이다.
2일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월북자는 전날 오후 6시40분께 강원 고성군 비무장지대 남방한계선에 있는 육군 22사단 일반전초(GOP) 철책을 넘었다. 당시 철책에 장착된 광망(철조망 감지기)에서 경보음이 울렸다.
초동 조치 부대가 현장에 출동해 거동 의심자가 있는지 여부와 철책 이상 여부를 확인했다. 점검 후 이들은 이상이 없다고 판단했다. 폐쇄회로 카메라(CCTV)에 철책을 넘는 장면이 녹화됐지만 영상 감시병은 당시에는 이를 놓쳤다.
이후 군은 9시20분께 비무장지대 안에 있는 감시초소 인근에서 처음으로 월북자를 포착했다. 감시초소 보급로 인근 열상감시장비(TOD)가 월북자를 감지해냈다.
해당 부대는 월북자 신병 확보를 위해 작전 병력을 투입해 비무장지대를 수색했다. 그러다 오후 10시40분께 이 인원이 군사분계선을 넘는 장면이 포착됐다. 이에 군은 북측에 월북자 보호 차원에서 대북 통지문을 보냈다.
이번 사건에서 월북자를 잡을 수 있는 기회는 두 번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월북자가 일반전초 철책을 넘을 당시 경보음이 울렸을 때, 그리고 감시초소 보급로 인근에서 월북자가 포착됐을 때 신병 확보가 가능했다.
철책을 넘을 당시 월북자를 잡지 못한 것은 군의 명백한 실수로 보인다. 하지만 감시초소 보급로 인근에서 체포하지 못한 것은 최근 남북 간 합의에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월북자가 지나간 해당 감시초소는 남북 간 합의에 따라 병력이 철수한 곳이다. 군 관계자는 이날 “GP는 보존 GP였다”며 “사람은 상주하지 않고 경계감시장비만 있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감시초소 철수는 2018년 4월27일 판문점 선언과 이에 따른 9·19 남북 군사합의를 통해 이뤄졌다.
9·19 군사합의에서 남북은 비무장지대 내 모든 감시초소를 완전히 철수하기로 합의하고 이를 모든 화기·장비 철수, 근무인원 철수, 시설물 완전파괴, 상호 검증 등 절차를 거쳐 이행하기로 했다.
모든 감시초소 철수를 위한 시범 조치로 남북은 상호 1㎞ 이내 근접한 감시초소 11개를 우선 철수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남북은 2018년 11월 시범철수 대상 각각 11개 중 10개를 완전 파괴했고, 1개씩은 병력과 장비는 철수하되 원형을 보존했다. 우선 철수 후 남아있는 감시초소는 200개 안팎으로 추정된다. 이번에 사건이 발생한 감시초소는 당시 보존됐던 감시초소로 풀이된다.
결국 보존 감시초소 인근에서 월북자가 포착됐지만 병력이 없었던 탓에 검거에 시간이 걸렸다. 작전 병력이 거리를 줄이려했지만 월북자가 군사분계선을 넘어가는 것을 차단하기는 역부족이었다.
비무장지대 철책 감시 병력 부족으로 군의 경계 작전에 일부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는 평이 나온다. 국방부와 군도 이를 인정하고 있다.
서욱 국방장관은 2020년 11월 북한 남성 귀순 후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전방 경계부대를 보면 과거 병력 중심의 경계 체계에서 과학화 중심으로 바꾸면서 철책에 소수가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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