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새해 국정 방향을 결정하는 노동당 전원회의를 마쳤지만 이례적으로 대외 메시지를 내놓지 않았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3년 째 육성 신년사를 생략하고 농업과 비상 방역 등 내치에 집중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베이징 겨울올림픽을 계기로 종전선언을 추진하려던 우리 정부의 구상이 사실상 무산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노동신문은 1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가 전날 폐회했다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전원회의 결론에서 “우리는 다음해 사업의 전략적 중요성에 대해 자각하면서 무겁고도 책임적인 고민을 마주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내외 형세를 정확히 판단하며 정확한 걸음을 옮겨 디뎌야만 다음단계의 투쟁에로 이행할 수 있다”고 했다.
별도의 대남·대미 메시지는 나오지 않았다. 이번 전원회의는 김 위원장 집권 이후 최장기간인 닷새 간 개최되면서 대화 재개나 종전선언에 대한 김 위원장의 진전된 입장이 나올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지난달 29일 “미국과 종전선언 문안 협의가 끝났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대외 구상 공개 대신 “비상 방역이 국가 제1순위”라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북한이 올해에도 대남 및 대미 접촉에 나설 준비가 돼 있지 않다는 뜻”이라면서 “올해도 국경을 폐쇄하고 중국과 최소한의 교역만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참석할 가능성 역시 낮아 보인다”고 분석했다.
김 위원장이 3년 째 육성 신년사를 생략한 것도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대북제재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겹치면서 비상시국이 장기화 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향후 3월 한미 연합훈련이 북한 정세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은 “2022년 가장 중요한 시기는 4월”이라면서 “북한 당국이 3월 한국 대선 결과와 한미 연합훈련 진행 상황, 4월 김일성 탄생 110주년 등을 고려해 승부수를 던질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아산정책연구원은 “북한이 내년 5월에서 11월 사이 미사일 발사 도발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김여정 당 부부장은 이번 전원회의에서 정치국원으로 복귀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 부부장은 지난달 17일 김정일 10주기 중앙추모대회에서 도열과 호명 순서가 앞당겨지며 정치국 재진입 가능성이 제기됐으나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다. 1월 내각부총리 겸 국가계획위원장에 임명된 박정근은 1년 만에 정치국 후보위원에서 정치국 위원으로 승진했다. 예산 전반을 관장하며 총리와 함께 북한 경제를 이끄는 핵심 인물인 그가 정치국 위원에 포함된 것은 올해 경제와 민생에 집중하려는 김 위원장의 의중이 실린 것으로 보인다.
통일부는 “북한이 유동적인 국제 정세 하에서 상황에 따라 대처 방침을 수립하려는 것으로 판단한다”면서 “남북 대화가 이뤄질 수 있도록 계속해서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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