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이 저지르자 끓어오른 尹 ‘초강수’…‘결별’ 향해 달린 사흘

  • 뉴스1
  • 입력 2022년 1월 5일 15시 29분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5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선거대책위원회 해산 및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5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선거대책위원회 해산 및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이 5일 결별했다. 김 전 총괄위원장이 지난 3일 선대위 전면 개편 계획을 전격 발표한 지 이틀 만이다.

◇ 김종인 ‘깜짝’ 발언으로 국힘 격랑 속

시작은 새해 업무 첫날인 지난 3일 오전 중앙선대위 회의에서 김 위원장의 “선대위 전면의 전면 개편을 단행하겠다”는 ‘깜짝’ 발언이다.

후보도 사전에 알지 못했다. 김 위원장은 “현재 상황이 급박하기 때문에 누구 하나 저질러서 발동을 걸지 않으면 시간이 너무 끌어질 것 같아서 일방적으로 발표한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은 격랑 속으로 빠져들었다. 한국거래소 2022년 개장식 행사에 참석 도중 관련 소식을 전해 들은 윤 후보는 이후 예정됐던 세 개의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당사로 들어와 숙의에 들어갔다.

여기에 윤 후보가 선대위 쇄신안에 대해 ‘통보식’으로 전달받고, 이에 대한 당혹감이 엿보이면서 당 안팎에서는 더 큰 내홍에 휩싸이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됐다.

김종인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이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사무실에서 윤석열 대선후보의 선대위 해산 발표 기자회견을 시청한 뒤 사무실을 나서고 있다. 뉴스1
김종인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이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사무실에서 윤석열 대선후보의 선대위 해산 발표 기자회견을 시청한 뒤 사무실을 나서고 있다. 뉴스1
그러자 김 위원장은 의원총회에서 “총괄위원장이 아닌 비서실장 노릇을 할 테니 후보도 태도를 바꿔 우리가 해준 대로만 연기만 좀 해달라‘고 부탁했다”며 쇄신의 당위성을 역설했다.

오후 2시30분부터 세 시간 넘게 이어진 의원총회의 결론은 의원들의 당직 일괄사퇴였다.

김 위원장이 던진 ’폭탄‘을 맞고 계획에 없던 ’전면 개편‘으로 내몰리게 된 윤 후보 측에서는 당혹감과 함께 격앙된 분위기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윤 후보 주변에서 “일격을 당했다”는 얘기도 흘러나왔다.

이날 오후 늦게 김 위원장을 포함해 선대위 지도부가 모두 사의를 표명했다는 발표가 나온 뒤 김 위원장이 자신의 사의 표명을 부인하는 일도 벌어지면서 양측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국민의힘 중앙선대위는 이날 기자단 공지를 통해 “중앙선대위는 쇄신을 위해 상임선대위원장과 공동선대위원장, 총괄본부장을 비롯해 새시대준비위원장(김한길)까지 모두가 후보에게 일괄해 사의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당초 공지에는 김종인 위원장까지 사의 표명 명단에 포함돼 있었으나, 선대위는 추후 재공지를 통해 ’선대위 내 오해에 따른 실수였다‘고 정정했다.

◇ 尹 장고 이틀째 ’김종인 배제론‘ 현실로

윤 후보가 김 위원장의 ’전면 쇄신‘ 입장 발표 이틀째인 4일까지 장고를 이어가면서 분위기는 더욱 수습과는 거리가 먼 방향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당 안팎에선 ’김종인 배제론‘이 흘러나왔다.

어두운 표정으로 이날 오후 당사로 들어선 김 위원장은 관련 질문에 아무런 답도 하지 않았으나 당사를 나오며 같은 질문을 받고 “그건 나하고 관련이 없다”며 “그런 질문은 안 하는 게 좋을 것”이라고 취재진에게 불쾌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국민의힘 원내 움직임은 유독 활발했다. 중진, 재선 의원들이 당 내홍 수습을 위해 비공개 모임을 갖고 머리를 맞댄 것이다.

특히 중진회의에서는 ’당을 이 꼴로 만든 건 이 대표‘ ’대표가 후보를 돕지 않고 있다‘ 등의 고성이 새어 나오기도 했다. 지지율 하락과 관련해 이 대표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강하게 표출된 것으로 전해졌다.

밤 10시께 윤 후보가 선대위 해산을 결정하면서 김 위원장도 자연스럽게 해촉 수순을 밟는다는 쇄신안이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졌다.

윤 후보 최측근이자 윤 후보에게 사무총장직 거취를 일임하기로 한 권성동 사무총장은 페이스북에 “저의 사퇴로 모든 불만과 분열이 이제 깨끗이 사라지길 바란다”며 사퇴 의사를 밝혔다.

◇ 신임 선대본부장 권영세 임명·정책본부장 임태희 유력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새 선거대책본부장으로 임명한 권영세 의원이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를 나서고 있다. 뉴스1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새 선거대책본부장으로 임명한 권영세 의원이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를 나서고 있다. 뉴스1

5일 오전 11시 여의도 중앙당사에 모습을 드러낸 윤 후보는 “오늘부로 선대위를 해산하고 철저한 실무형 선대본부를 구성하겠다”고 천명했다.

윤 후보는 “의원들에게 자리를 나눠주는 게 아닌 철저한 실무형 선대본부를 구성하고 실력 있는 젊은 실무자들이 선대본부를 끌고 나가도록 하겠다”며 “특히 지금까지 2030 세대에게 실망을 줬던 행보를 깊이 반성하고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드릴 것을 약속드린다”고 했다.

기존 본부를 ’단‘으로 축소시켜 선대본부장 산하에 편입하고, 신임 선대본부장엔 4선인 권영세 의원이 맡을 것이라고 윤 후보는 밝혔다.

별도로 존치하기로 한 정책본부의 본부장에는 김 위원장 사단으로 분류됐던 임태희 전 총괄상황본부장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4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2022년 경제계 신년인사회에서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의 신년인사를 듣고 박수치고 있다. 뉴스1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4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2022년 경제계 신년인사회에서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의 신년인사를 듣고 박수치고 있다. 뉴스1
윤 후보는 당내에서 제기되는 ’이준석 책임론‘에 대해선 “오롯이 후보인 저의 책임”이라고 거듭 강조했고, 이 대표를 향한 선대위 직접 참여 요청 계획에 대해선 “선대본부에서 무슨 직책을 맡으시는 것보다 당대표로서 역할을 해주시면 얼마든지 (할 수 있다)”고 했다.

윤 후보는 이날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관에서 열리는 ’2022 중소기업인 신년인사회‘에 참석하면서 외부 일정을 재개했다. 반면 당초 이 행사에 참석하기로 했던 이 대표는 예정된 일정을 취소했다.

이날 오후 예정됐던 이 대표와 당 소속 3선 이상 의원들의 연석회의도 당내 분란을 노출시킬 수 있다는 우려에서 연기됐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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