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이준석 ‘고성 충돌’ 끝 다시 손잡다
최고위서 당직 인사 놓고 이견… 尹, 임명 강행… 서로 언성 높여
의총서 ‘당대표 사퇴’ 반발 커지자 李 “의원들 명령한다면 선거 복귀”
尹 “다 잊자” 李 “원팀” 극적 포옹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와 이준석 대표가 6일 날카로운 신경전 끝에 극적으로 갈등을 봉합했다. 이 대표가 조수진 최고위원과의 공개 설전 이후 선거대책위원회를 박차고 나간 지 16일 만이다. 이날 오전부터 윤 후보와 이 대표는 언성을 높이며 정면충돌했고, 의원들마저 이 대표의 사퇴를 공개 요구하는 등 종일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였지만 대선을 62일 남겨두고 야권 내부에서 선거 대응에 대한 우려가 커지며 파국은 막았다.
윤 후보는 이날 오후 8시경 비공개 의원총회에 참석해 “모든 게 다 후보인 제 탓”이라며 “대의를 위해서 지나간 것을 다 털고, 오해한 것도 다 잊자”고 말했다. 이 대표도 ‘원팀’ 선언을 하며 “인고의 시간을 통해 하나로 뛰게 된 만큼 오늘부터 1분 1초도 낭비하지 않겠다”고 화답했다. 또 “솔선수범하는 자세로 선거를 뛸 것이고, 당사에서 숙식을 하겠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의원들 앞에서 손을 맞잡고 포옹한 뒤, 이 대표가 직접 운전하는 차를 타고 이날 순직한 경기 평택시 소방관 빈소로 향했다.
이날 낮까지만 해도 당내 곳곳에서 파열음이 일면서 윤 후보가 발표한 선거대책기구 전면 쇄신안은 퇴색되는 모습이었다.
윤 후보와 이 대표는 오전 9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당직 인사를 놓고 설전을 벌였다. 윤 후보가 권성동, 윤한홍 의원의 후임으로 권영세 사무총장과 이철규 전략기획부총장을 임명하겠다고 밝히자, 이 대표가 “기존(지난해 12월 3일 울산) 합의와 다른 해석”이라며 제동을 건 것이다. 결국 윤 후보는 후보의 당무우선권 조항을 발동해 임명을 강행했고, 이 대표는 “내 도장이 찍힌 임명장이 나가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며 물러서지 않았다.
오전 10시부터 점심시간을 제외하고 8시간 가까이 진행된 의총에서는 이 대표에 대한 사퇴 요구가 빗발쳤다. 의원들은 이 대표를 향해 “정신감정을 받아야 한다” “사이코패스, 양아치”라는 막말까지 쏟아내며 사퇴를 압박했다. 이에 이 대표는 오후 5시경 의총이 열린 회의실을 찾아 28분 동안 자신의 입장을 설명했다. 이 대표는 이 자리에서 “의원들이 이준석의 (선거운동) 복귀를 명령하신다면 어떤 직위에도 복귀하겠다”면서도 “그런 방식으로는 젊은층의 지지는 절대 같이 가져가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그동안 쌓여 온 윤 후보와 이 대표 간 불신의 골이 깊어 선거 과정에서 또다시 충돌이 불거질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여전히 당 안팎에서 “어정쩡한 봉합”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다시 손잡은 윤석열-이준석 “사이코패스” 의총 성토에 李대표 “내 책임 가장 커” 몸 낮춰 김기현, 尹에 의총장 방문 설득… 맥주회동-울산포옹 이어 3번째 봉합 “이대로면 파국” 위기감에 극적 화해, 李 “尹 실수해도 방어할 자신 있다”
대선을 62일 앞두고 정면충돌의 위기까지 갔던 국민의힘 윤석열 대통령 후보와 이준석 대표가 극적으로 손을 맞잡았다. 윤 후보와 이 대표는 ‘당 대표 패싱’ 논란을 둘러싸고 잇단 힘겨루기 속에 지난해 7월 서울 광진구 ‘맥주 회동’, 지난해 12월 ‘울산 회동’으로 갈등을 봉합한 바 있다. 이번이 세 번째 봉합인 셈이다.
윤석열, 이준석 운전하는 차로 평택 화재 조문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왼쪽)와 이준석 대표가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이 대표의 ‘아이오닉’ 차량에 함께 탑승한 모습. 이날 긴급
의원총회에서 극적 화해를 한 두 사람은 경기 평택시 냉동창고 신축 공사장 화재 현장에서 사망한 소방관들을 추모하기 위해 이
대표가 운전하는 차량으로 함께 이동했다. 사진공동취재단
두 사람은 이날 오후 늦게 의원총회에서 ‘원팀’을 선언한 뒤 이 대표가 직접 운전하는 차를 타고 경기 평택시 냉동창고 화재로 숨진 소방관 3명의 빈소를 조문했다. 이날 8시간가량 이어진 의원총회에서는 이 대표와 당내 의원들이 대표 사퇴를 둘러싸고 난상토론을 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하지만 윤 후보가 의총이 열린 회의장을 전격 방문해 “대의를 위해서 지나간 것을 다 털자”고 강조하면서 일단 한 고비는 넘겼다.
○ 尹 “대의를 위해서 지나간 것 다 털자”
윤 후보는 이날 오후 8시경 의원총회가 열리고 있던 국회 예결위 회의장을 전격적으로 찾아 “모든 게 후보인 제 탓”이라고 말했다. 당초 이날 의총은 윤 후보의 지지율 하락에 대한 책임을 물어 이 대표의 퇴진을 요구하겠다는 취지로 소집됐다. 오전에는 추경호 원내수석부대표가 이 대표의 사퇴결의안 채택을 제안하며 격론이 이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예정된 일정을 뒤로 미루고 의총장을 전격 방문한 윤 후보는 “저희가 대의를 위해서 지나간 것을 다 털고 오해한 것도 다 잊자”면서 “이 대표는 여러분이, 국민이 뽑은 대표다. 모두 힘을 합쳐서 대선을 승리로 이끌자”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에 “제가 세 번째 도망가면 당 대표를 사퇴하겠다. 절대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화답했다. 그는 “저는 윤 후보가 어떤 실수를 해도 방어할 자신이 있다”며 “이 자리에서 ‘원팀’을 선언한다”고 말했다. 또 “오늘부터 1분 1초도 낭비하지 않겠다”면서 “당원의 하나로 솔선수범하는 자세로 선거를 뛸 것이고 당사에서 숙식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이 대표의 발언에 의원들은 박수를 보냈다.
윤 후보는 의총 직후 기자들과 만나 “저희가 다 같은 생각을 가지고 국민 명령을 똑같이 받들어서 분골쇄신해 열심히 하겠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윤 후보는 ‘자신의 차로 소방관 빈소에 후보를 모시겠다’는 이 대표의 즉석 제안을 받아들여 즉시 공동 행보에 나섰다. 윤 후보와 이 대표는 함께 이동하는 동안 앞으로의 선거 전략에 대해 긴밀히 논의했다.
○ “이대로면 파국” 위기의식에 극적 화해
극적인 화해 기류가 형성된 것은 “이대로라면 파국”이라는 위기의식이 팽배해졌기 때문이다. 특히 중도층의 표심이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로 옮겨가는 등 “더 이상 갈등을 키우면 대선 패배와 당의 해체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터져 나왔다. 윤 후보는 이날 주변에 “간 쓸개 다 버리고 선거운동을 하기로 했는데 한 번 더 해보려고 한다”며 봉합에 나서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고 한다.
김기현 원내대표 등의 적극적인 중재도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당초 윤 후보는 의총장 방문 여부를 놓고 막판까지 고심을 거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김 원내대표가 윤 후보 측에게 “의원들이 몇 시간째 이 대표 문제로 격론을 벌이고 있다”며 방문을 설득했다는 것. 이 대표도 이번 선거가 패배로 끝날 경우 자신의 향후 정치적 생명이 끝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자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 의총선 “사이코패스” 등 막말도 오가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국민의힘 내부 분위기는 심각했다. 윤 후보는 오전 10시경 시작된 의총에 참석해 “당 내부의 혼선으로 국민들께 심려를 끼쳐선 안 된다”며 이 대표의 돌출 행동을 공개 경고했다. 그러나 윤 후보가 퇴장한 뒤에도 격론이 이어졌다. 박수영 의원은 이 대표를 향해 “우리 당 안에 사이코패스, 양아치가 있다”며 격한 말을 내뱉었다. 김태흠 의원은 “이 대표의 ‘연습문제’라는 표현은 오만방자하다”고 말했다. 반면 하태경 의원은 “사퇴 결의를 하면 대선이 세대 결합론이 아니라 세대 내전으로 간다”고 이 대표를 옹호했다.
이 대표는 한때 의총 발언의 모두 공개를 조건으로 내걸며 의총 참석을 버텼다. 그러다 오후 5시 20분경 ‘모두발언만 공개하되 이후 토론은 비공개 진행’을 조건으로 의총장을 찾았다. 이 자리에서 그는 28분간 즉석연설을 통해 “제 스스로의 책임이 가장 크다”면서도 “제 사과와 반성을 시작으로 젊은 세대가 우리 당에 돌아오는 것이 본질”이라고 항변했다. 이에 “듣기 불편하다”고 야유가 나오기도 했다.
이 같은 갈등은 오후 8시경 윤 후보가 의총장을 전격 방문하며 화해 국면으로 극적 반전되고, 두 사람이 포옹하며 비로소 내홍이 일단락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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