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비무장지대(DMZ) 내 백마고지 일대에서 발굴된 한국전쟁(6·25전쟁) 국군 전사자 유해 중 고(故) 김일수 하사(현 계급 상병)의 신원이 확인됐다. 백마고지에서 발굴된 유해 중 첫 신원확인 사례다.
7일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국유단)에 따르면 고인은 제9사단 30연대 소속으로, 1952년 10월 강원도 철원 북방의 백마고지(395고지)에서 중국군의 공격에 방어 작전을 펼치던 중 적 포탄에 의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고인의 유해는 개인호에서 상체가 유실된 채 머리뼈·하체 일부만 남아있는 상태로 수습됐다. 현장에서는 고인의 숟가락, 전투화, 야전삽, M1탄 등 유품이 다수 발굴됐다.
국유단은 숟가락에 ‘김(金)’ 씨 성을 뜻하는 것으로 보이는 글씨가 적혀 있음을 확인하곤, 유해에서 채취한 유전자와 김씨 성을 가진 유가족의 유전자 시료 18건을 대조 분석해 해당 유해가 김 하사의 것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생전에 농업에 종사했던 김 하사는 전쟁이 발발하자 국가를 지키고자 하는 신념 하나로 20세 나이에 입대했다. 고인의 어머니는 아들의 전사 통지서를 받은 뒤 신원확인 소식을 기다리다 1989년 먼저 세상을 떠났다.
고인의 남동생 김영환 씨(75)는 “형님의 신원이 확인됐다는 전화를 받았을 때 보이스피싱이라고 의심했던 것이 너무 낯 뜨겁고 미안했다”며 “형이 70년이 지나 유해로 돌아오는 것만으로도 살아오는 것만큼 너무 기쁘다. 이제라도 현충원에서 안식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국방부는 김 하사 유가족과 협의를 거쳐 귀환 행사와 안장식을 준비할 계획이다. 국방부는 또 6·25 전사자 유가족들에 대한 유전자 시료 채취 사업도 확대해나갈 예정이라고 전했다.
지난 2000년 4월 6·25 전사자 유해 발굴이 시작된 이후 현재까지 신원이 확인된 전사자는 김 하사를 포함해 모두 182명이다. 6·25전쟁 이후 수습됐으나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유해 1만여 구, 그리고 미수습된 유해 12만3000여구 등 총 13만3000여구에 대한 시료가 필요한 상황이지만 현재까지 시료 채취에 동참한 유가족은 5만여 명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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