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4일 착륙장치가 고장난 상황에서도 무사히 동체(胴體) 착륙에 성공한 F-35A 스텔스기 조종사 A 소령에게 격려 난(蘭)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서욱 국방부 장관도 7일 서신을 보내며 A 소령을 격려했다.
군 통수권자인 문 대통령은 5일 공군항공우주의료원에 입원해있던 A 소령에게 난과 함께 “위급한 상황에서 살신성인 모범을 보이고 자칫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었음에도 침착하게 조치한 A 소령을 격려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서 장관도 이날 A 소령에게 보낸 격려 서신에서 “A 소령이 무사히 착륙했던 그 순간을 지금도 생생히 기억한다”면서 “일촉즉발의 상황을 지켜보며 무사귀환만을 간절히 바랐다”고 적었다. 이어 “착륙하는 순간까지도 ‘과연 이것이 최선의 선택인지, 가족들을 다시 볼 수는 있을지’ 고뇌와 함께 아내와 어린 아들의 모습이 머리 속에서 떠나지 않았을 것”이라며 “평소부터 혹독한 훈련을 통해 최고의 조종 기량을 구비하였기에 가능한 일이었으며 투철한 군인정신과 용기, 살신성인의 표상으로 역사에 길이 남을 것”이라고 했다.
또 “A 소령이 다른 선택을 했더라도 장관은 그 결정을 전적으로 존중하고 신뢰하였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 장관은 “우리 군은 A 소령이 자랑스럽다”는 말로 서신을 마무리했다. 이날 서 장관은 서신과 함께 A 소령에게 벨트와 부부가 착용할 수 있는 시계 등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 관계자들에 따르면 A 소령이 장비 고장을 인지한 뒤 공군서산기지에 비상착륙할 때까지의 66분은 긴박한 상황이었다. 착륙장치인 랜딩기어 3개가 모두 작동하지 않은 데다 조종사에게 산소공급도 이뤄지지 않았고 통신까지 두절됐기 때문. A 소령은 4일 오전 11시 45분경 비행 중 계기판에 문제가 생긴 것을 감지했다. ‘쿵’하는 소리가 들려 엔진기기를 점검하자 조종간과 엔진만 정상이었고 나머지 장비들은 작동하지 않았다.
F-35A는 탑재된 모든 센서의 정보가 하나로 융합된 첨단 전투기로 항공전자계통 이상이 발생하면서 착륙장치인 랜딩기어를 포함한 사실상 모든 전자계통 장비가 작동하지 않았던 것이다. 전투기의 네비게이션이라 할 수 있는 항법장치도 되지 않아 A 소령이 전투기 위치를 인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공군은 전했다.
전투기가 추락해 내륙에 떨어지는 상황을 막기 위해 그는 해안선을 따라 이동하면서 동체착륙을 결심했다. 기지와의 통신이 되지 않자 A 소령은 ‘백업 통신’을 직접 작동시켜 비상착륙을 알린 뒤 서산기지로 날아갔다. 동체착륙은 비행기의 동체를 직접 활주로에 대 착륙하는 방식으로, 마찰열에 의한 화재발생에 대비해 공중에서 연료를 최대한 비워야하고 전투기를 최대한 수평으로 유지한 채 속도를 줄여 활주로에 닿게 하는 고난도 조종기술이 필요하다. 신옥철 공군참모차장(중장)도 6일 국회 국방위원회에 출석해 동체 착륙과 관련해 “조종사가 교관자격이 있고 비행스킬이 높은 편”이라며 “정신상태도 훌륭하다”고 했다.
공군은 F-35A가 비상착륙하기 전 서산기지 활주로에 소방차를 동원해 특수거품을 깔아 동체와 활주로의 마찰을 최소화했다. 특수거품과 A 소령의 조종기량 덕분에 기체 손상도 거의 없었다고 공군은 전했다. A 소령도 큰 부상을 입지 않고 사고 사흘 만인 이날 퇴원했다. 이번 동체착륙은 F-35A가 한국을 포함한 해외에 판매된 이후 첫 사례로 기록됐다.
대당 약 1000억 원인 F-35A는 지난해까지 40대 국내도입이 완료될 예정이었으나 마지막 4대가 국내로 들어오지 못한 상황이다. 미 공군 조종사들이 텍사스 공군기지에 출고돼있는 F-35A 4대를 공중급유를 통해 한국으로 조종해야하는데 휴가 일정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 등으로 비행 일정이 조정된 탓이다. 다만 마지막 F-35A 4대의 도입은 이달 중 마무리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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