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정 후보는 지지율이 왜 안 오르는지 정말 모를까[이진구 기자의 대화, 그 후-‘못 다한 이야기’]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월 8일 10시 00분


강민진 청년정의당 대표 편

지난해 12월 중순 청년정의당 강민진(27) 대표를 인터뷰했습니다. 청년정의당은 정의당 내 35세 미만의 당원들로 구성된 당 내 당이지요. 강 대표를 인터뷰 한 것은 그가 지금 주목받는 청년 청년정치인 중의 한 명인데다, 거대 양당 대선후보들의 비호감도가 역대 최고라면서도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반사이익조차 못 받고 있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했기 때문입니다.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먼저 독자여러분께 묻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각 대선 후보들은 자신들의 지지율이 왜 오르지 않는지, 왜 내려가는지 정말 모르는 걸까요. 저는 안다고 확신합니다. 남의 지지율이 내려가는 이유를 물으면 이래서 그렇다고 말을 하니까요. 유권자의 선택이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을 배우거나, 양자 역학을 이해하거나, 빅뱅이론을 공부해야만 알 수 있는 난해한 게 아니지 않습니까? 상식만 있으면 알 수 있는 문제죠.

강 대표에게 이런 질문을 했습니다. 정의당이 양념 같은 역할을 하는데 만족한다면 지금처럼 이념성향이 강해도 무방하지만, 대선에서 다수 유권자의 표를 얻으려면 당의 이념성향이 좀 더 대중적이 돼야하지 않느냐고요. 강 대표 자신도 언급했지만 정의당이 중점을 두는 분야는 다소 범위가 제한된 면이 있습니다. 과문한 탓인지는 모릅니다만 노동, 여성, 인권, 환경 같은 분야는 목소리가 높은데, 상대적으로 경제, 외교, 국방 등의 분야에 대해서는 잘 듣기 어렵지요. 선입관일수도 있습니다만 노조나 노동자 보호에는 앞장서도, 어떻게 하면 기업이 자유롭게, 막말로 돈을 더 잘 벌 수 있게 도와 줄 수 있을까하는 고민은 적은 것 같습니다. 이 기업이라는 단어를 재벌로 바꾸면 아마 더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킬 것입니다. 5~10석 정도의 소수정당에 그친다면 소금 같은 역할로도 충분합니다. 하지만 국가를 운영하겠다면 달라져야하지 않겠습니까. 일반 국민에게 ‘정의당이 집권한다면 기업하기 더 좋은 나라가 될까요’라고 묻는다면 어떤 답이 더 많이 나올까요. 그렇다고 지금 정의당에서 기업 규제를 풀어주고, 경영자가 더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주자는 주장이 대세가 될 수 있을까요?

저는 여기에 정의당의 딜레마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의당은 당원 충성도가 매우 강한 집단입니다. 더군다나 노동·민주화·시민사회운동이 출신 배경인 사람들이 다수인 곳이죠. 그런 특성 때문인지 선거 공약에도 일반적인 시각에서 보면 고개가 갸우뚱거려지는 것도 많습니다. 2020년 총선 공약으로 발표한 최고임금제가 그런 경우죠. 공공기관의 최고임금은 최저임금의 7배, 민간기업은 30배로 제한한다는 내용입니다. 국회의원은 5배입니다. 물론 이런 고민이 왜 나왔는지는 충분히 이해합니다. 정의당은 이 공약을 발표하면서 “자본주의 시장경제는 능력과 성과에 따른 임금의 차이를 인정하는 제도이고, 정의당은 이를 부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전체 노동자의 절반 이상이 월 250만 원을 못 벌고 있는데, 민간기업, 공공기관, 금융기관의 최고경영자들이 수십 배에서 수백 배에 이르는 임금을 받는 것은 건전한 시장경제하의 정당한 임금격차로 볼 수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저는 이 공약의 옳고 그름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닙니다. 제가 묻고 싶은 것은 과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공약을 지지하고, 이 공약에서 자신의 미래에 대한 희망을 볼 수 있을까하는 점입니다. 부도덕한 경영진의 월급을 깎으면 화는 풀리겠지만 그렇다고 내 월급이 오르는 것은 아닙니다. 더군다나 민간기업의 월급을 국가가 어떤 이유로 제한 할 수 있다면, 같은 논리로 다른 모든 분야도 이유만 있으면 제한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과도한 임금을 받는 부도적한 경영진을 근절한다는 시각에서 보면 그럴듯하지만, 이런 시각이면 빌게이츠나 스티브 잡스는 나올 수 없겠지요. 아무리 능력이 있어도 최저임금의 30배 밖에 못 받는다면 잡스가 회사를 차리겠습니까. 그런 규제를 안 받는 ‘잡(job)’을 찾거나 규제가 없는 나라에 가서 하겠지요.

강 대표는 인터뷰에서 지금 정의당에 필요한 것은 의외성이라고 했습니다. 정의당하면 늘 떠오르는 것 말고 국민이 보기에 신선한, 그 무엇을 얘기해야한다는 것이죠. 저도 동의합니다. 그리고 이것은 더불어민주당이나 국민의힘에도 마찬가지로 통용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오랜 시간 굳어온 습관이, 소위 말하는 정체성이란 것이, 그 습관에 굳어진 당원들이, ‘의외성’을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지금까지 해오던 것과 다른 말과 행동을 하면 “정체성이 흐려진다” “그런 말하려면 국민의힘으로 가라” “집토끼가 도망간다”는 말을 합니다. 그러면서 또 한 편으로 외연을 넓혀야한다, 중도를 잡아야한다고 합니다. ‘웃프다’는 말은 이럴 때 써야하지 않을까요? 아무런 마찰과 아픔 없이 정체성도 지키면서 외연도 넓힐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다면 왜 고민이겠습니까. 다수 유권자의 표를 받고 싶다면 자신들의 생각이 다수 유권자의 보편적인 생각을 따라가야지요. 자신의 고유한 정체성을 지키고 싶다면 그 정체성을 지지하는 사람들끼리만 모이면 됩니다. 정체성은 유지한 채 표는 얻고 싶으니 이상한 공약을 남발하게 되고, 결국 당선 후에 지키지 못합니다. 이런 일이 너무 만연하다보니 이제는 아예 취임 초에 지킬 수 없는 것은 지킬 수 없다고 확실하게 말하는 것이 좋은 정치의 모습처럼 됐습니다. 좋은 정치는 애초에 이상한 공약을 남발하지 않는 것이죠. 질러놓고 못하겠다고 선언하는 게 아니고요.

대통령 당선자에게 우리가 늘 하는 말이 있습니다. 이제는 특정 정당의 후보가 아니라 전 국민의 대통령이 돼달라는 것이지요. 이 말의 진정한 의미는 선거는 비록 특정 정당을 기반으로 해 치렀지만 이제부터는 생각과 행동을 전체 국민과 국가 입장에서 해달라는 것 아니겠습니까. 특정 정당의 후보로 당선됐다고 그 정당의 가치관과 지향점을 전 국민에게 강요하는 것은 전체 국민과 국가를 생각하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선거는 특정 정당을 기반으로 치렀지만 당선 후에는 그 좁은 그릇을 털고 나와야지요. 그런데 각 정당 대선 후보 중에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요. 정의당은 늘 거대 양당 프레임 때문에 지지율이 안 나온다고 말합니다. 그런 면도 있습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 프랑스의 마크롱 대통령이 되겠다고 합니다. 엄청난 자기모순이지요. 마크롱이 4~5% 지지층 입맛에 맞는 얘기만 했다면 마크롱이 됐겠습니까? 4~5%만 좋아하는 이야기를 하면서 왜 지지율이 안 오를까를 고민하는 모습을 보면 좀 안타깝기도 합니다. 비호감도가 역대 최대라는 거대 양당 후보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상한 말과 행동을 계속하니까 비호감도가 높아지는 것이지요. 이상한 말과 행동을 하지 않으면 되는 아주 간단한 일을, 그것은 하지 않고 엉뚱하게 토론을 하자고 하고, 신발을 벗고 절을 합니다. 이제부터는 정신을 차리고 모든 것을 바꾸겠다는데 왜 모든 것을 바꿀까요? 자신들만 바뀌면 나머지는 자동으로 바뀔 텐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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