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로부터 무운(武運) 허락을 받지 않는 이는 정치판에서 행세께나 할 수 없게 됐다.
이 대표가 8일 현재 20대 대선 지지율 1~3위를 달리고 있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모두에게 한차례 이상 “무운을 빈다”며 축복(?) 도장을 꽉 찍어 줬기 때문이다.
‘무운을 빈다’는 전쟁터에 나가는 장수나 병사에게 무탈하게, 이겨서 돌아오라는 바람이자 덕담으로 요즘 들어선 잘 사용하지 않는다.
최근들어 이 대표가 ‘무운’ 표현을 재등장시켜 그 의미가 조금 변질 됐다. 불안한 눈빛으로 ‘무운’을 지켜보겠다는 것으로 ‘잘 되길 바라지만 그렇게 될러지, 과연’이라는 의문형이 되 버렸다.
이 대표는 지난 7일 밤 이재명 후보에게 “복어요리에 도전 중인 듯한데, 무운을 빈다”며 ‘어디 잘해 보시라’는 뜻으로 ‘무운’도장을 찍어 줬다.
이는 이 후보가 페미니즘과 성소수자 등의 의제를 주로 다루는 닷페이스에 출연하는 것을 비꼰 것이다. 특히 이 대표는 윤 후보가 ‘여성가족부 폐지’를 내세워 이대남의 열광적 호응을 얻은 것을 이 후보의 ‘닷페이스’ 출연과 나란히 배치시켜 무운이 얼마나 갈지 지켜보겠다는 태도를 취했다.
앞서 이 대표는 윤 후보와 갈등이 최고조에 달하던 지난 5일엔 “3월 9일 윤석열 후보의 당선을 기원하며 무운을 빕니다. (저는) 대표로서 당무에는 충실하겠습니다”라는 말을 윤 후보에게 남기기도 했다.
총알이 빗발치는 최일선에 함께 서지는 못하고 후방에 남아 보급임무나 충실히 할 테니 ‘잘 해보시라’는 가시돋힌 말이었다.
또 이 대표는 지난해 11월1일엔 대선 출마를 선언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에게도 어김없이 ‘무운’을 빌어줬다.
당시 이 대표는 기자들이 “안 대표 출마 선언으로 야권표가 분산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하자 ‘그렇게 될까’라는 식으로 “무운을 빕니다”고 답했다.
분명한 사실은 앞으로 60일 뒤면 이재명, 윤석열, 안철수 3명 중 한명은 이 대표의 ‘무운’ 축복 혜택을 받게 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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