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지에서 이륙후 상승중 급강하… 두차례 ‘비상탈출’ 시도 모두 불발
기체와 함께 야산에 떨어져 숨져… 사고기, 공군 80여대 보유 노후기종
2000년 이후 12대 추락 ‘사고 빈번’, 軍 “영공 방어위해 퇴역 늦추며 운용”
공군의 F-5E 전투기 1대가 추락해 조종사가 순직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공군에 따르면 11일 오후 1시 44분경 경기 화성시 정남면 인근 야산에 공군 제10전투비행단 소속 F-5E 전투기 1대가 추락했다.
사고기는 기지에서 이륙 후 상승 중 좌우 엔진 화재경고등이 켜진 데 이어 기수가 급강하한 것으로 파악됐다. 조종사 심모 대위는 관제탑에 두 차례에 걸쳐 ‘이젝트(eject·비상탈출)’를 선언했지만 탈출하지 못했고, 기체는 기지 서쪽으로 약 8km 떨어진 야산에 추락했다. 심 대위는 현장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추락 장소는 주택 몇 채가 있는 마을에서 직선거리로 불과 100여 m 떨어진 곳이었다. 이 때문에 심 대위가 민가 쪽 추락을 피하기 위해 야산 방향으로 기수를 돌리는 과정에서 비상탈출 시기를 놓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일각에선 도입한 지 36년 된 기종의 노후도를 고려할 때 비상탈출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을 개연성도 제기된다.
사고 현장 인근에 거주하는 이모 씨는 “추락 지점과 집이 직선거리로 300m 정도 떨어져 있는데도 ‘쾅’ 하는 굉음과 함께 창문이 흔들렸다”고 사고 상황을 설명했다. 현장에서 발견된 기체는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파손됐고, 소방대원들이 사고로 발생한 화재 진화 작업을 벌였다. 공군은 참모차장을 본부장으로 하는 비행사고 대책본부를 구성해 정확한 사고 원인과 피해 상황을 확인할 방침이다.
공군이 80여 대를 보유한 F-5 계열의 전투기(F-5E·F)는 1980년대에 도입돼 대부분 운용연한(30년)이 지난 노후 기종이다. 사고기도 1986년에 도입됐다. F-5 기종은 2000년 이후 이번까지 12대가 추락하는 등 타 기종보다 사고가 빈번한 편이다. 군 관계자는 “영공 방어 임무에 필요한 전투기 적정 대수(430여 대)를 유지하려면 F-5 기종이 운용 연한을 넘겼음에도 퇴역을 늦춰가며 운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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