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초 개발을 공언한지 1년 만에 북한이 극초음속미사일의 최종 시험발사에 성공하면서 대북 요격망에 ‘빨간불’이 켜졌다.
러시아와 중국에 이어 세계 3번째로 북한의 극초음속미사일 전력화가 ‘초읽기’에 들어간 것. 조만간 1~3분 내에 한미 요격망을 뚫고 남한 전역을 기습 핵타격 할 수 있는 ‘게임체인저’가 현실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이런 상황을 간과한 채 “성능이 과장됐다”, “진전됐다” 등 오락가락한 태도를 보인 군 지휘부의 오판 책임론도 거세다.
● 청와대 1분 30여초 등 南 전역 3분대 핵타격 가능
북한이 11일에 쏜 극초음속미사일은 엿새 전(5일) 발사 때보다 훨씬 진전된 성능을 입증했다. 사거리는 1000km로 5일 발사 때보다 300여km나 더 나갔다. 함북 최북단에서 남한 끝까지 닿는 거리다. 미사일에서 분리된 ‘극초음속 활공비행전투부(탄두부)’가 240km 강한 선회기동을 했다는 대목도 위협적이다. 5일 발사 때 ‘120km 측면기동’을 선보인데 이어 한미 탐지·요격망을 회피하는 ‘장거리 변칙기동’에 성공했다는 의미여서다. 당초 군이 이 미사일의 사거리를 ‘700km 이상’이라고 얼버무린 것도 궤도를 수시로 바꾼 탓에 정확한 낙하지점을 놓쳤기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최대 비행속도가 음속의 10배 안팎인 극초음속미사일은 자강도에서 쏘면 청와대는 1분 30여초, 평택 미군기지는 1분 50여초, 성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기지는 2분 30여초면 도달한다. 유사시 남한의 어떤 표적이라도 3분대에 타격할 수 있다는 얘기다.
군 소식통은 “북한이 전술핵을 장착한 극초음속미사일을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 등 과 섞어 대량으로 쏠 경우 현재의 한미 요격망으로 막기엔 역부족”이라고 토로했다.
이와 관련해 일본 마쓰노 히로카즈(松野博一) 관방장관은 이날 극초음속미사일에 대응하기 위해 ‘레일건(전자기력으로 발사체를 쏘는 최첨단 무기)’ 등 신형 무기 개발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 北 ‘초스피드’ 개발에 방심하다 허찔린 軍
북한의 극초음속미사일 개발은 ‘초스피드’로 진행됐다. 김 위원장이 지난해 1월 개발을 공언한지 8개월 뒤 ‘화성-8형’을 첫 시험발사했고, 이후 4개월 만에 최종시험까지 단 3차례의 테스트를 거쳐 1년 만에 전력화 문턱에 닿은 것.
중국이 ‘둥펑(DF)-17’ 극초음속미사일을 5년여 간 8, 9차례의 시험발사 끝에 완성한 것과 비교하면 북한의 ‘미사일 실력’이 상당한 수준임이 드러난다. 장영근 항공대 교수는 “DF-17의 개발과정과 거의 유사하지만 (북한은) 시험발사 횟수를 절반으로 줄이는 등 신속하고 압축적 개발에 성공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합동참모본부와 군 연구기관은 5일 발사 당시 “(미사일의) 성능이 과장됐다”, “극초음속미사일이 아니다”라고 했다가 11일 발사 직후엔 “진전됐다”고 번복된 평가를 내놓는 등 북한 극초음속미사일 기술의 실태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허둥대는 모습을 보였다. 군 소식통은 “북한의 기술이 설마 이 수준까지 되겠냐고 방심하다가 완전히 허를 찔린 격”이라며 “안일한 판단으로 혼선을 초래한 군 지휘부의 책임이 크다”고 했다.
● 김정은 661일 만 미사일 발사 참관
김 위원장이 2020년 3월 21일 북한판 에이테킴스(KN-24) 발사 참관 이후 661일 만에 이번 극초음속미사일 최종시험 현장을 찾은 건 기술력에 대한 자신감을 과시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김 위원장은 그동안 무기 최종 완성단계나 기술적 최종 확증 단계에서 현장 참관해왔다”며 “이번에도 그러한 자신감이 드러난 것”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의 다음 도발 수순으로는 군 정찰위성 발사가 유력하게 거론된다. 대남 정찰능력 강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능력 제고 등을 목적으로 3~4월 경 위성 발사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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