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들어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북한의 미사일 관련해 처음으로 제재 카드를 꺼내들었다. 북한은 핵·탄도미사일 기술 고도화, 미국은 제재로 ‘맞불’을 놓으며 북미간 긴장국면에 돌입하는 모양새다.
미국 재무부 산하 해외자산통제실(OFAC)은 12일(현지시간)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과 관련된 북한 인사 6명 등을 특별 제재 대상(SDN)에 포함한다고 밝혔다.
미국이 WMD와 관련 전달체계의 확산을 막기 위한 대통령령 13382호를 적용해 대북제재를 가한 것은 2019년 6월 이후 2년7개월 만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이번에 최명현, 강철학, 김성훈, 오용호, 변광철, 심광석 등이 제재 명단에 이름을 올렸는데 대부분 북한의 첨단무기 연구·개발 핵심기관인 국방과학원 소속이다.
북한이 ‘극초음속미사일’이라고 주장하는 지난 5일과 11일 탄도미사일 무력시위는 국방과학원이 주관했다. 미국의 이번 대북제재 단행이 북한의 무력시위 이틀 만에 이뤄졌다는 점에서 ‘맞춤형 대응’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1월 출범한 바이든 행정부는 ‘잘 조정된 실용적 접근’을 기치로 내건 대북정책을 발표하고 외교적 관여와 대화를 강조해 왔다.
또한 ‘조건 없는 대화’ 기조를 유지하며 한국정부와 종전선언 문안 작업에도 나섰다. 하지만 북한은 이에 호응하지 않았고 대화 재개를 위한 ‘대북적대 정책·이중기준 철폐’라는 선결조건을 오히려 내걸었다.
그렇지만 바이든 행정부는 ‘대화 재개를 위한 인센티브 제공은 없다’와 ‘미국의 대북적대 의도는 없다’는 입장을 재차 피력하며 북한에 ‘양보’로 비칠 수 있는 전향적 행보는 자제해 왔다.
이에 따라 과거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대북정책인 ‘전략적 인내’의 ‘두 번째 버전’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제기됐다.
오바마의 전략적 인내는 소극적 압박을 통해 일단 북한의 변화를 기다리겠다는 걸 주요 골자로 하고 있는데 북한의 핵·탄도미사일 기술 고도화에 있어 시간을 벌어준 실패한 정책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전략적 인내 회귀가 아니다’라며 소극적 행보를 비판하는 목소리에 반박해 왔지만 결국 최근 북한의 극초음속미사일 발사에 대북 대응의 ‘톤’을 높이는 모양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12일(현지시간) 북한의 잇따른 탄도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미국은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다루기 위해 모든 적절한 수단을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도 전날 “미국의 무기고에는 여러 가지 도구가 있다”며 북한의 ‘위법행위’에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해 필요시 이런 도구들을 계속 활용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강경 대응’으로 읽힐 수 있는 이 같은 메시지가 국방부가 아닌 대화와 외교를 강조해온 국무부에서 나왔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는 관측이다.
특히 북한은 이번 극초음속미사일이 마하 10 속도로 비행했다고 주장했는데, 사실일 경우 미국이 보유한 미사일 방어망으로는 요격이 어렵다는 게 대다수 전문가들의 평가다. 일부에서는 전략적 판도를 바꿀 ‘게임체인저’라고 까지 부르기도 한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미국의 이번 반응은 극초음속미사일은 단순한 무기체계가 아니기 때문”이라며 “인도·태평양 지역에 미군이 전진 배치된 주한, 주일미군, 괌까지도 위험할 수 있다. 미국이 구축해 놓은 미사일 방어 체계를 뚫을 수 있다는 판단에 위협감을 느끼기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조심스럽지만 미국 입장에서는 ‘지난 1년간의 수동적 대응으로만 일관해서는 안 된다’는 판단이 섰을 가능성이 있다”며 “앞으로 추세를 봐야겠지만 북한이 언급한 ‘이중기준 철폐’와 완전히 다른 방향인 이번 제재 부과에 북측이 반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북미 간 대치 국면이 강화될 여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일련의 상황은 결국 북한이 미국의 압박에 대화의 장으로 나오면 모르겠지만, 무력행보 지속이라는 ‘마이웨이’로 갈 경우 북미간 신경전이 거세질 가능성이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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